이란 전쟁의 여파로 전 세계 국가들이 연료 수급 압박과 유가 불안을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각국의 대응은 연료 수출 금지, 판매가 상한, 정유 규제 완화, 비상 석유 방출, 근로시간·근무복 완화 등 수요·공급 양면을 겨냥한 조치로 나타나고 있다.
2026년 3월 15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란 전쟁이 3주차로 접어들면서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이 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했다”라고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시장의 여파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주요 국가들의 조치
먼저, 공급 측면에서 중국은 국내 연료 부족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정유업체의 정제 연료 수출 금지를 명령했다.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가 휘발유, 디젤, 항공유 등 정제유 수출을 즉시 중단하도록 지시했다. 이 조치는 국내 수급을 우선하려는 목적이다.
일본은 가격 통제를 검토하고 있다. 3월 11일, 총리 사나에 다카이치(Sanae Takaichi)는 연료비 상승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휘발유 가격 억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은 다카이치 총리가 전국 평균 주유가격을 리터당 평균 170엔(미화 약 $1.07)로 상한을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지역에 따라 휘발유 가격이 최대 200엔/리터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일본은 다른 국가들과의 협의 없이 자체 비축유를 단독 방출하기도 했다. 일본은 세계 3위의 경제대국으로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해 이번 충격에 특히 취약하다.
한국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3월 중순 정부가 석유가격에 대한 공급가격 상한을 설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제정세의 불안정으로 국내 연료가격이 급변하고 있어 공급가격에 명확한 상한을 둬 국내 유가를 억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인도는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식의 조치를 내렸다. 인도 정부는 정유사에 대해 3억3천만 가구가 주로 조리 연료로 사용하는 액화석유가스(LPG)의 가정용 공급을 우선하도록 지시했으며, 이는 약 330만 개의 상업용 실린더(업소용)보다 우선하라는 지침이다. 인도 정부 문서는 가정용 연료의 안정적 공급을 최우선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수요 절감과 일상생활의 변화
수요 측면에서는 전력·연료 소비를 줄이는 정책이 도입되고 있다. 베트남과 태국은 재택근무 권장령을 재도입해 출퇴근과 사무실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있으며, 태국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공무원들에게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라고 지시하고, 에어컨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정부 공무원들에게 반팔 셔츠 착용을 권장하고 정장 차림을 완화했다. 이러한 조치는 전력 피크 수요 완화와 냉방 전력 절감을 목적한다.
필리핀과 파키스탄은 정부 부문에 대해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했으며, 방글라데시는 이드 알피트르(Eid-al-Fitr) 휴일을 앞당겨 대학 등의 조기 폐쇄를 허용하는 등 달력 조정을 통해 연료 소비를 줄이는 조치를 취했다.
이재명 대통령(발언 일부): “국제정세 불안으로 국내 연료가격이 크게 흔들리고 있어 공급가격 상한을 명확히 설정했다.”
용어와 제도의 이해
이번 기사에서 언급된 몇몇 용어는 일반 독자에게 생소할 수 있으므로 간단히 설명한다. 액화석유가스(LPG)는 프로판과 부탄 혼합으로 구성되며 가정용 조리와 소형 난방에 널리 사용된다. 정제유는 원유를 정유공정으로 처리해 얻는 휘발유·디젤·항공유 등을 말한다. 전략비축유(SPR) 또는 비축유 방출은 국가가 비상시에 시장 공급을 보완하기 위해 보유한 원유를 방출하는 조치다. 가격상한(Price cap)은 정부가 소비자가 지불하는 최종 가격 또는 공급자가 받을 수 있는 공급가격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정책이다.
정책 효과와 향후 전망(전문가적 분석)
단기적으로 보면 수출 금지와 같은 공급 보호 조치는 해당 국가 내의 연료 공급 안정에 기여할 수 있으나, 글로벌 시장에서는 순수 공급 감소 요인으로 작용해 국제 유가의 상방압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가격상한은 소비자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데 유효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정유사와 유통업체의 마진을 압박해 정유 투자 축소·공급 위축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시장의 공급 탄력성을 저하시켜 향후 가격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수요 억제 정책(재택근무 권장, 근무 시간·복장 완화 등)은 전력·연료 수요를 즉시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지속 가능성은 정책의 강제성·사회적 수용성에 달려 있다. 예컨대 태국의 계단 이용 권장은 단기적 절감에는 기여하나 장기적인 소비 패턴 변화를 유도하려면 제도적 인센티브와 인프라 조정이 병행돼야 한다.
금융·거시경제 측면에서 보면, 유가 상승은 물가상승 압력을 높여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운용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무역수지 악화, 통화 가치 하락, 대외 취약성 확대라는 복합적 리스크에 노출된다. 반대로 비축유 방출과 같은 일시적 공급 증가는 단기 유가를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으나, 근본적 공급 불확실성 해소에는 한계가 있다.
실무적·정책적 시사점
첫째, 국제 공조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단일 국가의 비축유 방출이나 수출 금지 조치는 단기적 완화를 주지만, 장기적 안정화를 위해선 다자간 조정과 전략적 비축의 상호 보완이 중요하다. 둘째, 가격상한과 보조금 정책은 국민 생활 안정을 위해 필요하나, 정당한 재정 재원과 정유업계의 지속가능성 확보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 셋째, 수요 관리를 위한 행동 요령(근무제 조정·에너지 절약 캠페인 등)은 경제적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소비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으로 평가된다.
마지막으로, 투자자와 정책 담당자는 이번 사태로 인한 구조적 변화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다변화, 재생에너지 전환 가속, 정유·운송 부문의 공급망 재설계가 촉진될 수 있으며, 이는 석유·가스 산업과 전력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요약하면, 각국은 공급 보호와 수요 억제라는 양축을 통해 에너지 충격에 대응하고 있으나, 단기적 완화 조치와 장기적 시장 안정화 방안의 균형이 관건이다. 정책의 설계와 국제 공조 수준에 따라 향후 유가와 경제적 파급의 방향이 달라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