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경제수장, 파리서 회동…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 전초전으로 통로 닦다

미국과 중국의 최고 경제 책임자들이 2026년 3월 파리에서 회동을 시작했다는 것은 양국 간의 교역 휴전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3월 말 중국 방문과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다.

2026년 3월 15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회담은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과 중국 부총리 허리펑(He Lifeng)이 주도하며 관세 조정, 중국산 희토류 및 자석의 미국 시장 유통, 미국의 첨단제품 수출 통제, 그리고 중국의 미국 농산물 구매 문제 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은 일요일 아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본부(파리)에서 시작됐다. OECD는 38개 주로 구성된 주로 선진 민주국 클럽으로 중국은 회원국이 아니며 스스로를 개발도상국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Trade Representative)인 제이미슨 그리어(Jamieson Greer)도 회담에 합류했다.


회의의 배경과 주요 의제

양측의 회담은 지난해 유럽 각지에서 이어진 일련의 고위급 접촉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들 회담은 세계 최대 두 경제대국 사이의 무역 관계가 거의 붕괴될 뻔한 긴장을 완화하려는 노력이었다. 2025년 10월 부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선언한 무역 휴전(Trade Truce)의 이행상황을 점검하는 것이 핵심 의제다.

부산 합의는 미국의 대중 관세를 일부 완화하고 중국의 희토류에 대한 강력한 수출통제를 1년간 유예했으며, 미국의 일부 첨단기술제품에 대한 대중(對中) 수출금지 블랙리스트의 확대를 일시 정지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또한 중국은 2025 마케팅 연도에 1,200만 메트릭톤(12 million metric tons)의 미국산 대두 구매2026 시즌에 2,500만 톤(25 million tons) 구매를 약속했다.

공급망과 산업별 영향

관계자들은 일부 산업에는 중국으로부터의 희토류 수출이 재개되고 있으나, 항공우주와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은 여전히 중요한 원자재 부족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이트륨(yttrium)과 같은 원소는 제트 엔진의 내열 코팅 등에 필수적이며, 해당 소재의 공급 부족은 항공기 제조와 반도체 장비 생산에 직접적인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중국경제 전문가 스콧 케네디(Scott Kennedy)는 「양측의 최소 목표는 회담을 통해 결속을 유지하고 균열과 긴장 재고조(再高調)를 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무역 조사와 그 파장

미국 측 대표단은 이번 회담에 새로운 쟁점도 들고 나왔다. 그리어 대표와 베센트 장관은 중국과 15개 주요 교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Section 301’ 조사를 제기했다. 이 조사는 과잉 산업생산능력(excess industrial capacity)을 문제 삼아 수개월 내에 추가 관세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이와 별개로 그리어 대표는 중국을 포함한 60개국을 대상으로 한 강제노동(forced labor) 의혹 조사도 개시했다. 이는 특정 수입품의 미국 수입 금지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

이러한 조사들은 미국 대법원이 비상권한(emergency law)을 근거로 한 트럼프의 글로벌 관세를 위헌으로 판결한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관세 카드를 재구축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대법원 판결은 사실상 중국산 제품에 대한 트럼프의 관세를 20퍼센트포인트 낮춘 효과를 가져왔고, 트럼프 행정부는 즉시 다른 무역법에 따라 10%의 전 세계 관세를 부과했다.

지정학적 요인: 이란 전쟁과 유가

파리 회담에서는 이란을 둘러싼 미·이스라엘 간의 군사적 충돌이 유가와 해상운송에 미치는 영향도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이란과의 긴장 고조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중국은 자국 석유 수입의 약 45%를 잃게 된다는 점에서 에너지 공급 리스크가 부각된다. 베센트 장관은 목요일 밤 러시아산 원유가 유조선에 고립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30일간의 제재 면제를 발표해 공급을 늘리는 조치를 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토요일에 국제사회에 호르무즈 해역의 선박 보호를 요청했으며, 이는 미국의 군사행동(이란의 카르그 섬 군사시설 공습)과 이란의 보복 위협이 맞물린 결과다. 중국 관영 통신사 신화(新华社)는 일요일 사설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양국 경제협력을 복원하면 불안한 세계 경제에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의 전망과 향후 일정

전문가들은 이번 파리 회담과 3월 말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대형 타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한다. CSIS의 케네디는 트럼프 대통령이 보잉 항공기 대량 주문과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대두 구매에 대한 중국의 약속을 얻어오길 원하겠지만, 이를 위해서는 미국의 수출통제 일부 완화라는 양보가 필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허드슨 연구소의 윌리엄 초우(William Chou)는 단기적으로 미국 우선 순위는 중국의 농산물 구매 확대와 희토류 접근성 개선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와 시진핑은 올해 세 차례 추가 회동 가능성도 있다고 알려졌다. 그 중에는 중국 주최의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11월)와 미국 주최의 G20(12월) 정상회의가 포함되며, 이러한 기회가 더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

용어 설명

Section 301(섹션 301)는 미국 무역법 조항 중 하나로, 다른 국가의 관행이 미국의 무역 이익을 해친다고 판단될 경우 조사와 보복 관세 부과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하는 규정이다. 희토류(rare earths)는 전기차 모터, 풍력터빈, 반도체 제조, 항공우주 소재 등에 쓰이는 17개 원소 그룹을 말하며, 중국이 글로벌 생산을 주도하고 있다. 수출통제(export controls)는 국가 안보 이유로 특정 기술·장비의 해외 반출을 제한하는 제도로, 반도체 제조장비 등 첨단기술 품목이 대상이다. 이트륨(yttrium)은 희토류 계열 원소 중 하나로 고온 코팅 재료 등 특수 목적에 사용된다.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은 중동 산유국에서 전 세계로 원유가 수송되는 주요 해로이다.


시장·경제에 미칠 가능성 있는 영향 분석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체계적 영향을 제시한다. 첫째, 관세의 불확실성 확대와 Section 301 조사 가능성은 제조업체의 공급망 재구성 비용을 증가시켜 단기적으로 기업 이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관련 업종의 주가 변동성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둘째, 희토류 공급이 제한되면 반도체·항공우주·국방 산업에 직접적인 생산 차질이 발생할 수 있으며, 관련 기업은 원재료 가격 상승을 제품가격에 전가할 여지가 있다. 셋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은 유가 급등을 유발할 수 있고, 이는 전 세계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여 통화정책에 추가 부담을 줄 수 있다. 넷째, 중국의 대두·액화천연가스 구매 확대 약속이 실현되면 미국 농산물 및 에너지 수출업체에는 수요 측면의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종합하면 파리 회담과 베이징 정상회담은 단기적으로는 일시적 진전과 사실상 기존 상태 유지를 오가는 ‘표면적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협의 과정에서 농산물 구매 이행과 일부 희토류 공급 확대가 확인된다면 특정 산업과 지역의 수급에는 실질적 완화 효과를 줄 수 있다.


결론

파리 회담은 무역 휴전의 이행 점검향후 정상회담의 분위기 조성이라는 이중적 성격을 지닌다. 회담 성과는 향후 글로벌 공급망과 특정 산업의 원자재 수급, 국제유가 변동, 그리고 양국 간 추가적 무역·투자 조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매체와 미국 전문가들은 이번 논의가 기회이자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동시에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