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대한 소환장(서면출석요구)을 금지했다. 이 조치는 법무부가 워싱턴 연준 본부의 건물 개보수와 관련한 파월 의장의 처리 과정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발부한 소환장에 대한 것이다.
2026년 3월 13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연방 지방법원 수석 판사인 제임스 보즈버그(James Boasberg)는 금요일 판결에서 법무부가 발부한 소환장을 기각했다. 이 소환장은 연준 이사회가 제기한 무효화(qash) 동의 요청에 따라 쟁점이 되었으며, 법원은 소환장이 부당한 목적을 위해 발부됐다고 결론지었다.
사건 배경을 요약하면, 미국 법무부(DOJ)는 워싱턴 D.C. 연준 본부의 두 역사적 건물 개보수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초과와 관련해 형사 조사에 착수했다. 해당 조사를 주도하는 워싱턴지방검사실의 지휘자 장니 프리로(Jeanine Pirro)는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인물로서, 이 수사를 이끄는 책임자이다.
판결은 검찰이 파월 의장을 형사범죄로 의심할 실질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보즈버그 판사는 판결문에서 “정부는 파월 의장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킬 본질적 증거를 사실상 제시하지 못했다; 정부의 정당화 사유들은 매우 빈약하고 입증되지 않아 법원은 그것들이 전형적인 구실(pretext)임을 결론지을 수밖에 없다”라고 썼다.
“정부는 파월이 대통령을 불쾌하게 했다는 사실 외에는 그가 어떤 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를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보즈버그 판사는 또한 “정부는 그 목적이 파월 의장을 압박해 금리를 낮추거나 사임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의 산을 제시했다”고 적시했다. 판사는 풍자적으로 “정부는 누군가가 그가 편지를 보낸 것을 본 적 있다고 해서 우편 사기(mail fraud)를 조사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주장에 따르면, 검사들은 파월 의사가 의회에 거짓 진술을 했는지 여부와 사기 행위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검찰은 파월의 2025년 7월 상원 은행위원회 증언을 포함한 관련 자료를 요구하는 소환장을 발부했다.
프리로 검사장은 판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판사가 “대배심(grand jury)의 범죄 수사 능력을 무력화했다”고 비판하면서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또한 “그 결과 오늘 제롬 파월은 면책 상태에 놓이게 됐다”고 주장하며, 자신이 법 위반을 의심하는 사실만으로 사건을 진행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말했다.
연준 대변인은 즉각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정치적 맥락도 판결의 핵심 배경이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빈번한 비난 대상이었다. 파월은 조사 사실을 1월 11일 공개하면서 이 수사가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에 대한 위협이라고 표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준에 금리 인하 압력을 지속적으로 가해왔고, 파월이 금리를 더 빨리 내리지 않는다고 비난해 왔다.
이번 판결은 또한 트럼프가 파월 후임으로 지명한 케빈 워시(Kevin Warsh)의 의장 임명 절차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파월의 의장 임기는 중순에 만료될 예정이며, 이번 판결로 워시의 지명은 사실상 불확실한 상태로 남아 있다. 공화당 상원 의원인 톰 틸리스(Thom Tillis)는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 자리를 이용해 수사가 진행되는 한 어떤 연준 후보도 차단하겠다고 공언했으며, 이는 워시의 인준 절차를 사실상 동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틸리스는 금요일 성명에서 법무부의 항소가 “케빈 워시의 연준 의장 인준을 더 늦출 뿐”이라고 말했다.
보즈버그 판사는 판결문에서 중세 영국의 유명한 사건을 환기시키는 표현을 썼다. 그는 “대통령은 수년 동안 사실상 ‘이 성가신 연준 의장을 누군가 없애주지 않겠느냐’라고 물었다”며 이는 1170년 연도 토마스 베켓(Thomas Becket)의 암살을 초래한 영국 헨리 2세의 불만을 암시한 것이라고 적었다.
한편, 트럼프는 작년 지난 8월 연준 이사인 리사 쿡(Lisa Cook)을 해임하려 한 적이 있다. 트럼프는 그 근거로 검증되지 않은 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를 제기했으나 쿡 이사는 이를 부인했다. 이는 중앙은행이 1913년 설립된 이래 대통령이 연준 이사를 해임하려 시도한 최초의 사례였다. 쿡 이사도 해당 혐의를 통화정책 차이로 인한 해임을 위한 구실이라고 반박했다.
대법원은 1월 21일 트럼프의 쿡 해임 시도에 대해 회의적 태도를 보였으나, 아직 최종 판결을 내리지 않았다.
법률적·절차적 설명
본 사건에서 핵심이 되는 용어들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소환장(subpoena)은 수사기관이 증언·문서·증거를 제출하기 위해 발부하는 법적 명령이다. 대배심(grand jury)은 검찰이 중대한 형사 사건을 기소할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증거를 심의하는 비공개 위원회이며, 검찰은 대배심 절차를 통해 강제력 있는 소환장을 발부할 수 있다. 무효화(motion to quash)는 당사자가 법원에 특정 소환장이나 명령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고 요청하는 법적 절차이다.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소환장의 발부 목적이 법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으며, 정치적 압박의 수단으로 이용된 정황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향후 공직자 수사와 정치적 영향력 행사의 경계를 재정립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 및 통화정책에 미칠 잠재적 영향
이번 사안은 금융시장과 통화정책에 직간접적 파급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첫째, 연준 의장의 법적 불확실성은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에 변동성을 높일 여지가 있다. 투자자들은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정책 지속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고, 이는 채권·주식·외환 시장에서 리스크 프리미엄을 상승시킬 가능성이 있다.
둘째, 연준의 정책 방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판결로 인해 수사가 일단 정지되거나 지연되면 연준 내부의 경영 공백 우려는 완화될 수 있지만, 반대로 정치권의 지속적 압박은 향후 의사결정에서 외부 요인이 개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금리 결정은 시장 기대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인준 절차 지연이 장기화하면 단기적인 정책 불확실성이 증대될 수 있다.
셋째, 워시 지명자의 인준 절차가 지연되면 연준의 리더십 전환 시점이 불확실해진다. 이는 금융기관과 기업의 중장기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특히 금리·유동성 예측을 기반으로 한 자산 배분 전략에는 조정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판결은 법적·정치적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단기적으로는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통화정책 불확실성 심화를 야기할 수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법원이 정치적 수사의 한계를 규정한 판례로 작용해 중앙은행 독립성 보호에 기여할 가능성도 있다는 평가가 있다.
전문가 평가 및 향후 전망
법조계·정치권·시장 참여자들은 이번 판결이 향후 소환장 남용 여부와 정치적 동기가 수사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선례를 제공한다고 보고 있다. 법무부가 항소를 결정함에 따라 연방법원 및 연방 항소법원에서의 추가 심리가 이어질 전망이다. 항소심 결과에 따라 대배심의 조사 진행 가능성, 파월 의장에 대한 추가 법적 조치 여부, 그리고 워시 지명자의 인준 전망이 달라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건은 공직자에 대한 수사와 정치적 압력 사이의 경계를 둘러싼 쟁점들을 부각시켰다.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수사의 위험성을 지적했으며, 향후 유사 사례에 대해 법원이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