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비자물가가 2월에 완만하게 상승했다. 임대료 상승률이 안정된 흐름을 유지한 가운데 가솔린과 식료품 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중동에서 격화된 전쟁은 향후 유가와 물가에 추가적인 상승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
2026년 3월 11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미 노동부의 소비자물가지수(CPI) 보고서는 기본(근원) 물가도 지난달에는 억제된 흐름을 보였다고 밝혔다. 해당 보고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습을 개시하기 전 기간을 대상으로 했으며, 2월 말의 공격과 이에 대한 테헤란의 보복은 유가 상승을 촉발했다.
여행자단체 AAA의 자료를 보면 전쟁 발발 이후 가솔린 가격은 20% 급등해 갤런당 $3.58에 달했다. 정유소 주유소 가격은 중동의 긴장 고조를 예상해 이미 오름세를 보이고 있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3월 소비자물가가 최대 1.0%까지 오를 수 있다고 추정했으며, 연방준비제도(Fed)는 다음 주에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측했다. 모건스탠리 웰스매니지먼트의 수석 경제전략가 엘런 젠트너는
“평소 같으면 안정된 물가 지표는 환영받을 만한 데이터이지만, 현재의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급등하는 유가라는 배경을 고려하면 시장이나 연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
고 말했다.
미 노동부 산하 미국 노동통계국(BLS)은 CPI가 1월의 0.2% 상승에 이어 2월에 0.3%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12개월 기준으로는 2월까지 CPI 상승률이 2.4%로 1월 수치와 동일했는데, 이는 지난해 고물가 수준의 수치들이 계산에서 빠져나가면서 나타난 기저효과를 반영한다고 분석됐다. 이번 CPI 증가폭은 경제학자들의 예상치와 부합했다.
연준은 통상적으로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들을 2% 물가목표 관측의 주요 지표로 사용한다. 이번 CPI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는 주택 소유자 등가임대료(owners’ equivalent rent)가 0.2% 상승한 점이 포함된다. 이 수치는 집주인이 주택을 임대할 경우 받을 것으로 추정되는 금액을 의미한다. 1월에 이어 같은 수준의 상승을 기록했다.
한편 주거(primary rents)는 0.1% 상승해 2021년 1월 이후 최소 폭의 증가를 보였다. 다만 경제학자들은 지난해의 43일간의 정부 셧다운(shutdown)으로 인해 10월 물가조사가 불가능했던 점이 임대료 지표를 왜곡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Y-파르테논(EY-Parthenon)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그레고리 다코는
“정상적인 시기라면 이 수치들은 무해하게 보일 수 있지만, 정부 셧다운으로 인한 왜곡, 전례 없는 무역정책 변동성, 중동 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의 기록적 변동을 고려하면 데이터를 해석할 때 이 점을 감안해야 한다”
고 말했다. 다코는 지난해의 셧다운이 CPI를 대략 0.3–0.4%포인트 과소평가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에너지 측면에서 가솔린 가격은 두 달 연속 하락한 뒤 0.8% 상승했다. 유가는 이번 주 초 배럴당 $100을 훌쩍 넘어섰다가 다소 반락했으나, 수요일에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기록적 비축유 방출 제안으로도 이란 전쟁으로 인한 공급 충격을 상쇄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생기면서 다시 반등했다. 경제학자들은 가솔린 가격이 곧 갤런당 $4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전력 가격은 월간 기준으로는 완화됐지만 데이터센터의 인공지능(AI) 구동 수요 증가로 인해 연간 기준 4.8% 급등했다. 가정용 배관 가스(파이프 가스) 가격은 지난달 3.1% 상승했으며, 연간 기준으로는 10.9% 올랐다.
식품 가격은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사탕과 껌 가격이 3.7% 급등하며 상승을 견인했고, 과일·채소는 1.4%, 무알코올 음료는 0.8% 올랐다. 반면 유제품 및 관련 품목은 0.6% 하락했고 시리얼·제과류는 0.2% 하락했다. 전체 식품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3.1% 높다.
소비자 부담은 식료품과 가솔린 가격 상승으로 인해 커지고 있다. 백악관은 이번 CPI의 완만한 상승을 전체 물가 둔화의 징후로 강조하려 했으며, 한 백악관 대변인은 소셜미디어에 전쟁의 충격이 끝나면 “더 큰 경제적 진전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게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가격 상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정치적 위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종목별로 엇갈린 흐름을 보였고, 달러는 통화 바스켓 대비 강세를 보였다. 미국 국채 수익률은 상승했다.
이번 CPI 상승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사태 법을 이용해 도입한 광범위한 관세의 단계적 전가(pass-through)도 일부 반영됐다. 기업들은 많은 수입관세를 흡수해왔지만, 공급가격(입력비용)의 지속적 상승을 가리키는 공급관리협회(ISM) 조사 등 자료를 근거로 볼 때 향후에는 이를 계속 흡수하기 어려울 수 있다. 대법원 판결에 대응해 트럼프 행정부는 전 세계에 10%의 관세를 부과했으며, 이는 15%까지 인상될 수 있다고 밝혔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Core CPI)는 1월 0.3% 상승에 이어 2월에는 0.2% 상승했다. 근원 CPI의 완만한 흐름은 중고차 가격의 세 번째 연속 월간 하락과 임대료 상승폭 둔화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의류 가격은 1.3% 급등했고, 가정용 가구·운영 비용은 0.3% 상승해 관세의 전가가 일부 반영됐다.
의료비는 0.5% 상승했으며, 병원 서비스는 0.6% 급등했다. 의사 서비스는 0.3% 상승했고 처방약 가격은 0.2% 하락했다. 호텔·모텔비는 1.1% 반등했고 항공료는 1.4% 올랐다. 항공료는 전쟁으로 제트 연료 가격이 오르면 추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
12개월 기준으로는 근원 CPI가 1월과 동일한 2.5% 상승률을 보였으며, 이는 유리한 기저효과의 일부를 반영한다.
다만 경제학자들은 이번의 온건한 근원 CPI 지표만으로는 2월의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온화하게 나오리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는 두 지표의 가중치 차이와 1월의 생산자물가지수(PPI)에서 서비스 가격이 예상외로 강하게 나온 점 때문이다. 지연된 1월 PCE 데이터는 금요일에 공개될 예정이며 2월 PCE는 4월 9일에 발표된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1월 근원 PCE가 최대 0.5%까지 오를 수 있고, 2월은 최대 0.4%까지 추정하고 있다.
에드워드 존스(Edward Jone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제임스 맥캔은
“당분간 또 다른 물가 반등은 중앙은행이 추가 금리 인하에 신중해지게 만들 것”
이라며
“연준은 올해 금리인하를 시도할 여지가 남아있지만, 단기 물가 전망을 고려하면 이는 점점 2026년 말의 이야기로 보인다”
고 말했다.
용어 설명(독자 안내)
Owners’ equivalent rent(주택 소유자 등가임대료)는 주택 소유자가 자신의 집을 임대할 경우 받을 것으로 추정되는 금액을 지표화한 것으로, 주거비용을 측정하는 데 사용된다. 근원 CPI(Core CPI)는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 지표로, 정책당국이 인플레이션의 기본 추세를 파악할 때 주로 참고한다. PCE(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는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로, 소비자 지출의 구조를 반영하는 가중치가 CPI와 다르다. 기저효과(base effects)는 전년 동월의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거나 낮을 때 나타나는 통계적 영향이다.
향후 전망과 시사점(분석)
이번 2월 CPI는 표면적으로는 물가 압력이 완만한 모습을 보였으나, 중동의 군사적 긴장으로 인한 유가 급등, 관세 정책에 따른 수입품 가격 전가, 데이터센터 수요로 인한 전력비 상승 등 여러 하방·상방 리스크가 병존한다. 단기적으로는 유가가 추가 상승할 경우 당장 가솔린·항공료·운송비를 통해 소비자물가에 직격탄을 가할 수 있다. 이 경우 소비자의 실질구매력이 저하되어 경제 성장 둔화 압력으로 전이될 수 있다.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연준이 당장의 데이터만으로는 완화(금리인하)에 나서기보다 관망하는 태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향후 PCE 지표와 에너지·식품 가격의 추가 변동 양상에 따라 정책 기조는 탄력적으로 조정될 전망이다. 시장은 이미 일부 셈법에서 3월 중 소비자물가의 큰 폭 상승을 가정하고 있으며, 이는 채권·외환·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정책 책략이나 투자 전략을 수립할 때에는 에너지 공급 리스크, 관세·무역정책의 전개, 서비스 물가의 기조 변화, 그리고 향후 공개될 PCE·PPI 등 주요 통계치를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소비자와 기업은 단기적 비용 상승에 대비해 예산과 공급망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