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고급 초콜릿 제조사 린트 앤드 스프룽글리(Lindt & Spruengli)는 미국에서 GLP-1 계열 체중감량 약물 사용자들 사이에서 초콜릿 판매가 인구 평균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3월 10일 밝혔다. 이는 당초 체중감량 약물의 보급이 제과·간식 수요를 줄일 것이라는 시장 예상과는 상반되는 결과이다.
2026년 3월 10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린트는 자사 내부 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해당 연구가 시장조사기관 Circana의 2월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보도는 존 레빌(John Revill)과 대니 캘러한(Danny Callaghan)이 작성했다.
회사 측 발표에 따르면 미국 가구의 약 15%가 GLP-1 계열 약물을 복용하고 있으며, 이들이 차지하는 초콜릿 매출 비중은 약 17.5%에 달한다고 집계됐다. GLP-1 계열 약물로는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오젬픽(Ozempic)과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마운자로(Mounjaro) 같은 주사제형 약물이 포함된다.
아달베르트 레크너(Adalbert Lechner) 린트 최고경영자는 “그들은 프리미엄 제품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덜 먹되 더 만족하는 경험을 추구하며, 무심코 집어먹는 소비는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린트는 특히 미국에서 프리미엄 초콜릿의 판매가 GLP-1 사용자층에서 2025년에 거의 17% 증가한 반면, GLP-1 비사용자층에서는 약 6.5% 증가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 같은 데이터는 소비자들이 칼로리 섭취를 줄이면서도 ‘작은 사치’나 ‘특별한 보상’으로 프리미엄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반영한다고 회사는 분석했다.
한편, 유럽을 중심으로 한 규제 승인과 구체적인 시장 확대 일정은 아직 일부 불확실하지만, 레크너 최고경영자는 GLP-1 약물의 유럽 내 승인도 미국과 유사한 소비자 행태 변화를 촉발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GLP-1을 향후 사업의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애널리스트들의 전망과는 다른 이번 관측도 주목된다. 독일계 투자은행 베렌베르그(Berenberg)의 분석가들은 경구용 GLP-1 제제가 도입되면 식품 업계, 특히 제과 분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며 린트의 매출량에 대해 2027년 기준으로 0.9%포인트의 하방 요인을 예상한 바 있다. 하지만 린트가 공개한 최신 판매 데이터는 프리미엄화(premiumization)가 매출과 수익성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GLP-1 제제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면,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약물은 본래 혈당 조절을 목적으로 개발된 약물군이지만, 식욕 조절과 체중 감소 효과가 확인되면서 체중감량 용도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주사 형태의 약물 외에 최근에는 경구(알약) 형태의 GLP-1 제제도 개발·도입되어 복용 편의성이 높아지고 있다. 경구 제제의 보급은 주사제 사용자 범위를 넘어 더 많은 남성 및 젊은층으로 사용자가 확대될 가능성을 높이며, 다만 회사들은 경구 제제가 주사제만큼 극적인 체중 감소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경제적 함의 분석
이번 린트의 발표는 제과업계와 유통 부문에 대한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GLP-1 약물의 확산이 곧바로 대규모 수요 축소로 연결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소비자들이 소비량 자체를 크게 줄이는 대신 소비 품질을 높이는 방향의 재구성을 선택하고 있어, 단가가 높은 프리미엄 제품으로의 전환이 매출 총액과 이익률을 방어할 수 있다.
둘째, 소매 가격·제품 믹스 변화에 따라 기업의 실적 지표는 상반된 신호를 보일 수 있다. 예컨대 판매량(volume)이 정체되거나 완만히 감소하더라도 평균 판매가격(ASP)이 상승하면 총매출은 유지되거나 증가할 수 있으며, 이는 제조사와 유통사의 마진 구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린트의 경우 프리미엄 제품군 비중 확대로 인한 매출 성장과 브랜드 가치 제고가 관찰된다.
셋째, 단기적으로는 베렌베르그가 지적한 것처럼 일부 제품군의 판매량 압력이 생길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제품 다각화와 혁신(저칼로리·프리미엄·소포장 전략 등)을 통해 대응이 가능하다. 특히 유럽 등에서 GLP-1 계열의 규제 승인 확대로 사용자 기반이 확대될 경우, 기업들은 지역별 수요 특성을 반영한 차별화된 상품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넷째, 소매·유통 측면에서는 소비자 구매 패턴의 변화에 따른 프로모션 전략과 채널 믹스 재편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소포장·선물용·프리미엄 스니킹(snacking) 제품의 비중을 높이고, 온라인과 하이엔드 채널을 통해 고가 제품의 접근성을 개선하는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모든 업체에 균일하게 적용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브랜드 파워가 약한 기업이나 가격 경쟁력으로 생존하던 일부 중소 업체는 소비 축소 압력에 더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브랜드 충성도가 높고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하는 업체는 수혜를 볼 여지가 크다.
결론적으로, 린트의 발표는 GLP-1 계열 약물 보급이 반드시 제과 수요의 전반적 감소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소비의 ‘프리미엄화’가 진행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업들은 제품 믹스 조정, 가격 전략 재검토, 유통 채널 최적화 등을 통해 변화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향후 GLP-1의 규제 승인 상황과 경구 제제의 시장 확산 속도, 연령·성별별 사용자 확대 추세를 주의 깊게 관찰하면 업계의 중·장기적 수요 변화를 보다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원문 정보: John Revill, Danny Callaghan / KILCHBERG, Switzerland 발행일 2026-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