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펠 분석가들은 중동이 보다 불안정한 단계(volatile phase)에 접어들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경고는 미·이스라엘의 공조 공격 이후 이란이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을 봉쇄한 조치에서 비롯됐다. 해당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25% 이상를 취급하는 중요한 해상 통로로, 봉쇄로 인해 브렌트유 가격이 14% 급등했고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70% 상승했다.
2026년 3월 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스티펠(Stifel) 전략팀은 주요 선사들이 아프리카를 우회해 선박을 재경로 설정하고 있고 보험사들이 전쟁 위험을 이유로 보장 범위를 축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분석가들은 장기적 봉쇄가 지속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0 수준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주식시장에 가치주(Value)에 대한 매수세를 촉발시키고 고성장주(Growth)에 대한 상대적 매력도를 약화시키는 “Value over Growth” 현상을 심화시킬 것으로 판단했다.
인플레이션 압력과 P/E 축소
스티펠 전략팀은 이번 군사적 긴장의 배경과 의도는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번 사태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관련 조치와 시기적으로 맞물리고 있으며, 향후 예정된 중국과의 주요 무역 협상 이전에 발생했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에너지 비용이 상승하면 경제에 두 가지 주요 충격을 준다. 첫째, 금융조건의 긴축으로 인해 고평가된 주가수익비율(P/E)이 압박받는 점, 둘째,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상향되는 점이다.
미국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68%로 추산된다. 따라서 연료비와 공공요금 상승에 따른 생활비 압박은 가계의 재량 소비를 크게 위축시킬 것으로 보인다. 스티펠은 이 같은 거시 환경이 에너지(Energy) 및 유틸리티(Utilities) 섹터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반면, 할인율 상승에 민감한 고성장 기술주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아시아의 에너지 수입국들이 공급망 차질에 가장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우회 운송으로 인한 운송비 상승은 글로벌 무역에 안보 프리미엄(security premium)을 추가하는 요인이다.
글로벌 무역의 전략적 재편
스티펠은 호르무즈 해협의 교란이 단순한 지역적 사건이 아니라 대서양 및 태평양을 잇는 무역 관계 전반의 재편을 촉발하는 계기라고 분석했다. 지역 내 대규모 군사력 증강은 정시 조달(Just-in-time) 공급망의 재조정을 강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글로벌 에너지 흐름의 속도가 크게 둔화되고 있다. 운송시간의 증가와 관련된 자본 비효율성은 사실상 글로벌 제조업에 대한 세금으로 작용해 서방 중앙은행들이 직면한 “인플레이션의 덫(inflationary bind)”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폭격과 군사행동이 지속되는 가운데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은 단순한 일시적 변동성(volatility)에서 벗어나 장기화된 “High for Longer”(오랫동안 높은 금리) 시나리오의 리스크로 이동했다. 스티펠은 유가가 $100 근방에 머물 경우 연준(Fed) 및 다른 주요 중앙은행들이 에너지로 인한 물가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보다 제한적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커져 소프트 랜딩(soft landing)의 가능성이 축소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투자자 관점과 포트폴리오 전략
스티펠은 이러한 전시(war-footing) 경제 환경에서 방어적 포지셔닝과 실물자산(hard assets)에 대한 노출이 포트폴리오 보호 측면에서 가장 현실적인 경로라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는 에너지와 유틸리티 섹터의 비중 확대, 물가연동 자산 및 원자재에 대한 노출, 고성장 기술주의 레버리지 축소 등을 제시했다. 또한 보험사의 보장 축소와 선박의 우회 항로로 인한 비용 상승은 해운·물류 비용의 구조적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용어 설명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은 페르시아만과 오만해를 연결하는 좁은 해협으로, 세계 원유 수송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P/E 비율(주가수익비율)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높을수록 미래 성장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는 뜻이지만 금리 상승 시 상대적 부담이 커진다. Just-in-time(정시 조달)은 재고를 최소화하고 필요 시점에 부품을 공급받는 공급망 방식으로, 운송 지연에 취약하다. High for Longer는 단기적 금리 인상뿐 아니라 고금리가 오랜 기간 지속되는 시나리오를 말하며, soft landing은 경제를 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해 안정 상태로 되돌리는 중앙은행의 정책 성공을 의미한다. 또한 기사에서 사용된 “security premium”은 위기 상황에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붙는 추가 비용을 의미한다.
전망과 시나리오별 영향
스티펠이 제시한 주요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첫째, 단기적 봉쇄(수주~수개월)가 이어질 경우 유가는 급등 후 점차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있으나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의 일시적 상승과 금융시장 변동성 증대가 나타난다. 둘째, 중·장기적 봉쇄(수개월~수년)가 지속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0 수준으로 고착될 가능성이 커지며, 이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보다 엄격하게 만들고 경기 둔화를 유발해 소프트 랜딩 가능성을 낮춘다. 이 경우 에너지·유틸리티 등 실물(Real) 자산의 상대적 가치가 상승하고 고성장 기술주의 밸류에이션은 재평가될 위험이 크다.
무역 측면에서는 장거리 우회 항로로 인한 운송시간 증가가 제조업체의 재고관리 비용을 상승시키고, 공급망 회복력을 확보하기 위한 추가 비용(예: 대체 공급처 확보, 재고 확대 등)이 발생할 전망이다. 아시아 수입국의 경우 에너지 비용 상승 및 운송비 증가에 의해 더 큰 부담을 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론
스티펠의 분석은 현재의 군사적 긴장이 단순한 일시적 위험이 아니라 글로벌 물류, 에너지 가격, 통화정책의 상호작용을 통해 중기적 경제·금융 환경을 재편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투자자들은 방어적 자산 배분과 실물자산 중심의 헤지(hedge) 전략을 고려해야 하며, 기업들은 공급망 재설계와 비용의 구조적 상승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