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이 지속되면서 중동 시장에서 활동하는 해외 완성차 업체들이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투자은행 번스타인(Bernstein)의 분석에 따르면 특히 도요타(판매비중 17%), 현대(판매비중 10%), 그리고 중국의 체리(Chery, 판매비중 5%) 등이 중동 지역에서의 판매 측면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2026년 3월 6일, CNBC의 보도에 따르면 중동 지역에서 이들 해외 완성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분의 1(약 33%)에 달하며, 번스타인의 보고서는 이 같은 시장 점유율 구조가 충돌로 인한 직·간접적 영향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번스타인은 또한 이란 내 시장에서는 이란의 자국업체인 Iran Khodro와 SAIPA가 선두를 지키고 있으며, 그 뒤를 체리(Chery, 6%)가 잇는다고 밝혔다.
중동은 중국의 자동차 수출에서도 성장하는 목적지로 부상하고 있다. 번스타인은 중국 통관 및 수출 데이터를 인용해 2025년 중국의 승용차 수출에서 중동 지역이 약 17%를 차지했다고 덧붙였다.
주요 리스크 요소는 호르무즈 해협( strait of Hormuz )의 통항 제한과 유가 상승이다. 번스타인은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현실화될 경우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인도양을 잇는 해상 루트가 차단되어 물류 경로가 장기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고 분석했다.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 Eunice Lee는 투자자 메모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폐쇄는 운송 소요 시간을 10~14일 추가시킨다. 분쟁이 장기화되고 해협 폐쇄가 지속되면 판매 부진, 물류비 상승, 납기 지연이 불가피하다.”
컨설팅업체 AlixPartners는 매일 약 2,000만 배럴의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고 지적하며, 이 해협은 원유 이동뿐 아니라 차량 및 부품의 중동 수출입 경로에서 핵심 통로라고 밝혔다. 해협 봉쇄 등 물류 차질은 단순히 해당 지역의 판매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완성차 공급망 전반에 파급 효과를 줄 수 있다.
완성차사별 노출 차이를 살펴보면 번스타인은 일본 완성차의 경우 현재로서는 영향이 제한적으로 보이나 사태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유럽 완성차 중에서는 크라이슬러·지프의 모회사인 스텔란티스(Stellantis)가 전반적인 문제를 고려했을 때 노출도가 가장 큰 편이라고 지적했다.
번스타인은 이어
“휘발유 가격 상승의 영향이 이미 스텔란티스의 주가 하락(지난 금요일 종가 이후 약 11% 급락)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대형 배기량의 HEMI V8 엔진 중심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전동화 전략을 축소하는 결정은 현재 시점에서 특히 부정적으로 보인다.”
시장 관련 지표를 보면 미국산 원유 가격은 목요일 기준으로 배럴당 $80를 넘었고, 운전자 단체 AAA에 따르면 미국의 소매 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주 대비 약 27센트(갤런당) 상승해 평균 $3.25/갤런 수준을 기록했다. 이러한 유가와 연료비의 인상은 소비자 구매패턴과 차량 선택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스텔란티스는 해당 국가들의 사태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지역별 사업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은 아직 완전하게 평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도요타와 현대, 체리 측은 즉각적인 답변을 제공하지 않았다.
용어·기관 소개(독자 안내)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주요 해상 통로로, 세계 원유 수송에 있어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봉쇄 또는 통항 제한이 발생하면 선박의 우회 항행, 항로 장기화, 보험료 및 운임 상승 등으로 이어진다. Iran Khodro와 SAIPA는 이란 내 최대의 자국 자동차 제조업체다. 스텔란티스(Stellantis)는 FCA(피아트·크라이슬러)와 PSA(푸조·시트로엥)의 합병으로 탄생한 다국적 자동차그룹이며, HEMI V8은 배기량이 큰 V8형 내연기관 엔진으로 연비가 낮고 연료비 상승에 취약한 엔진 구성이다.
전문가 분석 및 향후 전망
단기적으로는 해협 통항의 일시적 불안정과 유가 상승이 지역 판매에 직접적인 하방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번스타인의 분석처럼 운송 시간이 10~14일 늘어날 경우, 현지 딜러 재고 소진과 신차 인도 일정이 지연되어 판매 실적 하락과 함께 소비자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물류 비용 상승은 차량 가격과 마진에 영향을 미치며, 특히 중동에서의 판매 비중이 큰 업체들이 더 큰 부담을 질 가능성이 크다.
중장기적으로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첫째, 분쟁이 단기간 내 진정될 경우 단기적 혼란 후 수요는 점차 회복되나, 물류 비용 상승분과 납기 지연에 따른 비용 전가가 발생할 수 있다. 둘째, 분쟁이 장기화되거나 해협 폐쇄가 지속되면 완성차사들은 중동 공급망의 리엔지니어링(예: 지역 생산·조달 확대, 재고 전략 변경), 장기계약·운임 재협상, 보험료 상승에 따른 가격 정책 수정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유가와 연료비가 높게 유지될 경우 소비자 선호는 연비·전동화 차량으로 더 빨리 이동할 수 있으며, 이는 전기차·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수요 구조를 변경시킬 가능성이 있다.
금융시장 측면에서는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차량 구매력과 자금조달 비용을 통해 자동차 수요를 제약할 수 있다. 따라서 업체들은 단기 수익성 방어와 장기적 제품 포트폴리오 재구성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결론
번스타인의 보고서는 현재 상황에서 도요타, 현대, 체리 등 중동 노출이 큰 해외 완성차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제한과 유가 상승은 단순한 지역 이슈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과 소비패턴에 광범위한 파급을 미칠 수 있다. 업체별로 노출 정도가 다른 만큼 시장 모니터링, 물류 대안 확보, 제품·가격 전략의 신속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이 이번 보고서의 핵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