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Anthropic)의 최고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가 미 국방부와의 군용 인공지능(AI) 도구 사용을 둘러싼 협상 테이블로 복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번 협상 복귀는 지난 금요일(협상이 결렬된 직후) 국방부와의 협의가 중단된 이후 이루어진 것이다.
2026년 3월 5일,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아모데이는 에밀 마이클(Emil Michael) 미 국방부 연구·공학 차관보와 협상을 재개하고 있다. 이 협상은 미 국방부가 앤트로픽의 Claude 모델에 대한 접근 및 사용 조건을 규정하는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막바지 협상으로 전해졌다.
이번 분쟁은 금요일에 악화되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연방 기관들에 앤트로픽의 도구 사용 중단을 지시했고,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 국방장관은 해당 회사를 공급망 위험(supply-chain risk)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정은 국가안보 관점에서 해당 업체의 제품·서비스가 위험요소로 간주될 경우 정부 조달과 계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배경 및 쟁점
앤트로픽의 Claude는 이미 미 정부의 기밀 네트워크에 배치된 주요 모델로 알려져 있으며, 미 국방부는 앤트로픽에 대해 $200 million(2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앤트로픽은 자사 도구가 국내 감시(domestic surveillance)나 자율무기(autonomous weapons) 등에 사용되지 않도록 하는 보장1을 요구해왔다. 반면 미 국방부는 군이 합법적인 모든 용도로 해당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요구했다.
아모데이는 협상이 결렬되기 전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국방부가 협상 말미에 앤트로픽이 요구한 조건을 수용하되 대신 “analysis of bulk acquired data”라는 특정 문구를 삭제할 것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아모데이는 이 문구가 “우리가 가장 우려하던 시나리오와 정확히 일치했다”고 밝혔다.
아모데이의 메모 중 인용: “(펜타곤과 오픈AI의) 메시지는 이 문제들에 대해 솔직한 거짓이거나 혼동을 주려는 시도다.”
앞서 협상 과정에서 에밀 마이클은 소셜미디어 X에 아모데이를 “거짓말쟁이(liar)”이자 “신(神) 컴플렉스(God complex)”를 가진 인물로 비판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같은 강한 발언은 협상 분위기를 더욱 악화시켰다.
동시다발적 반응과 경쟁사 관계
국방부와 앤트로픽 간의 갈등이 고조되던 시점에 오픈AI(OpenAI)는 같은 금요일 미 국방부와 새로운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는 백악관이 앤트로픽을 비난한 직후에 나왔고, 이에 따라 대중과 시장에서는 반발과 혼선이 동시에 발생했다. 일부 보고에 따르면 앤트로픽의 앱 다운로드가 급증한 반면, 오픈AI의 ChatGPT는 앱 삭제가 급증하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오픈AI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Sam Altman)은 이후 자신의 트위터(X) 계정에서 자사 계약이 “서두른 것(shouldn’t have rushed)”이라며 수정된 안전장치(safeguards)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올트먼은 또한 주말 동안의 대화에서 앤트로픽이 공급망 위험으로 지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재차 밝히며, 미 국방부가 자사가 합의한 동일한 조건을 앤트로픽에도 제공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실전 사용 및 안보 우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앤트로픽의 기술은 이미 워싱턴의 이란전(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 관련)에서 활용된 사례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사용 사례는 기술의 군사적 가치와 동시에 민간·인권적 위험성에 대한 논쟁을 촉발했다.
앤트로픽은 2021년 전 오픈AI 연구진 및 직원들이 조직해 설립한 회사로, 스스로를 “안전 우선(safety-first)” 대안으로 포지셔닝해왔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들은 수개월간 앤트로픽이 지나치게 안전성에 집착한다는 비판을 제기해왔다.
업계 반응
엔비디아(Nvidia), 구글(Google), 앤트로픽 등을 포함한 기술업계 단체는 헤그세스 장관에게 편지를 보내 한미 기업을 공급망 위험으로 지정하는 데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 단체의 움직임은 정부의 지정 조치가 기술 산업 전반과 국방 조달 체계에 미칠 파장에 대한 광범위한 우려를 반영한다.
용어 설명
공급망 위험(supply-chain risk): 정부가 특정 기업이나 기술을 국가안보 관점에서 위험으로 규정하는 조치로, 해당 기업의 제품·서비스에 대한 정부 계약 중단·제한 또는 추가 감사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방위산업체와 AI업체 간의 계약 관계, 조달 안정성, 국제 협업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Claude 모델: 앤트로픽이 개발한 대규모 언어 모델(LLM) 계열의 명칭으로, 자연어 처리·분석·생성 능력을 제공한다. 정부의 기밀 네트워크 배치 사례가 보고되면서 그 활용 범위와 통제방안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시장·정책적 영향 분석
이번 사안은 단기적으로 AI기업 전반과 방위산업체들에 대한 투자 심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공급망 위험 지정은 해당 기업의 계약 취소 또는 신규 계약 불이행 리스크를 키우며, 이는 기업 매출과 향후 성장 전망에 대한 재평가를 촉발할 수 있다. 또한 정부와의 계약 관계가 불확실해질 경우, 앤트로픽과 유사한 기술 보유 기업들의 주가·자금조달 비용에 단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첫째, 협상 타결을 통해 명확한 사용 제한과 감시·검증 메커니즘이 마련되면 시장의 불확실성은 완화되어 기술 상용화와 정부 수요가 회복될 수 있다. 둘째, 지정 조치가 유지되거나 확대될 경우 민간과 군(軍) 간의 기술 협력이 위축되어 미국 내 AI 생태계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셋째, 규제·정책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기업들은 계약 구조를 다변화하거나 해외 시장으로의 의존도를 높이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실무적 고려사항
국방부와 기술기업 간의 계약에서는 다음 세 가지 쟁점이 핵심이다. 첫째, 사용 목적의 정의—민간 감시·자율 무기 등 금지 항목의 명확화. 둘째, 데이터 접근·관리 규정—’bulk acquired data’의 정의와 분석 권한 범위. 셋째, 감사·검증 절차—독립적 검증 및 투명성 확보 방안이다. 이들 조항은 기술의 제공자·수요자 양측이 수용 가능한 수준에서 균형을 이뤄야 계약 지속성이 확보된다.
전망
아모데이와 마이클 간의 재협상은 결국 법적·윤리적·안보적 요구를 균형 있게 조정할 수 있는 합의로 귀결될 가능성과, 여전히 정치적·행정적 장애물이 남아 결렬될 가능성 둘 다 존재한다. 향후 협상 결과는 앤트로픽의 계약 이행 여부, 미 국방부의 기술 전략, 그리고 민간·군용 AI 기술의 규범 설정에 중요한 선례를 남길 것이다.
사진 설명: 다리오 아모데이가 2026년 2월 19일 뉴델리에서 열린 AI 임팩트 서밋에서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과의 회담 이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 Ludovic Marin / AFP / Getty Images)
주1: 앤트로픽 측의 요구 사항은 공개적으로 발표된 계약 초안과 회사 내부 메모 등에서 확인된 것으로, 회사는 자사의 기술이 특정 민간·인권 침해용도로 사용되지 않도록 하는 구체적 보장과 검증을 요구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