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이 전쟁 발발 시 주가 하락을 매수하는 전략이 이번에는 통할지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전통적인 월가 격언인 “포(砲)를 사라, 나팔은 팔라”는 보통 전쟁 관련 뉴스가 나오면 트레이더들이 반등을 기대하며 주식을 매수할 것이라는 관점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상승이 성장 둔화를 촉발해 회복세(리커버리 트레이드)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2026년 3월 3일, CNBC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 런던에 근무하는 도이체방크(Deutsche Bank)의 전략가 헨리 앨런(Henry Allen)은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지정학적 사건이 보통 지속적인 시장 반응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지정학적 사건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거시적(매크로) 경로를 가질 때는 예외라고 설명하면서, 현재 이란 사태는 그 전형적인 예에 해당한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이란을 타격한 이후 유가가 급등했으며 이는 이란이 전 세계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해로인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을 차단하겠다고 위협하면서 공급 우려가 급격히 고조된 영향이다. 다만 앨런은 서부 텍사스산 원유(West Texas Intermediate, WTI) 가격은 현재까지 2024년 평균보다 여전히 낮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유가 상승의 퍼센트 상승폭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나 두 차례의 걸프전(Gulf Wars) 기간에 보였던 위기 수준보다 낮다고 분석했다.
“우리는 이전에 지정학적 사건이 보통 지속적인 시장 반응을 야기하지 않는다고 썼다. 그러나 예외는 지정학적 사건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매크로 채널을 가질 때이며, 이란의 사건은 그런 전형적인 예다.”
— 헨리 앨런, 도이체방크 런던 전략가
앨런은 만약 유가가 더 크게 급등한다면 S&P 500 지수가 15% 이상 하락으로 이어지는 조건으로 최소한 다음 세 가지 가운데 하나 이상이 충족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유가가 최소 50%에서 100%까지 상승하고 그 상태가 수개월간 지속될 것, 둘째, 유가 상승이 이미 냉각된 경제를 경기침체나 의미 있는 경기 둔화로 밀어넣을 것, 셋째, 중앙은행들이 유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강경(하키시)한 통화정책으로 전환할 것 등이다. 앨런은 현재까지 이들 조건 중 어느 것도 현실화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시장 반응은 이미 등락을 보이고 있다. S&P 500 지수는 월요일에 한때 극적인 중간 반등을 연출하며 소폭 상승 마감했으나 전쟁이 확대되면서 화요일 초반에는 최대 2.5%까지 급락한 후 다시 회복했다. 이러한 변동성에 대해 일부 월가 전문가는 이번 조정을 매수 기회로 해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미사일이 날아다닐 때가 매수할 시점이다(when missiles fly, time to buy).”
— 조나단 크린스키(Jonathan Krinsky), BTIG 최고 마켓 테크니션
BTIG의 조나단 크린스키는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지정학적 요인에 따른 급격한 시장 움직임은 보통 지속적이지 않으며 지수 수준에서는 매도보다 전술적 매수 기회가 더 많다고 평가했다. 즉 단기적 혼조세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기술적 관점에서 매수 타이밍을 찾는 투자자들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전문 용어 및 배경 설명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좁은 해협으로, 전 세계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해상 수송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해협 봉쇄 가능성은 공급 차질 우려를 즉각적으로 자극하여 유가 상승을 초래한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북미 원유 가격의 벤치마크이며, S&P 500은 미국을 대표하는 500개 대형주로 구성된 주가지수다.
시장·경제에 대한 체계적 분석
이번 사태가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유가가 단기적으로 상승하면 에너지 및 원자재 관련 섹터는 가격 효익을 보겠지만, 반대로 소비재·여행·레저·운송 등 경기 민감 섹터는 비용 상승과 수요 둔화로 실적 악화 압력이 커진다. 두 번째로 가계 실질구매력과 기업의 비용 구조가 압박을 받으면서 소비 지출 둔화와 기업 이익률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세 번째로,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을 재검토하게 되고, 이는 채권금리 상승과 주식가치의 할인율 상승으로 이어져 주가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
트레이딩 관점에서 단기적 변동성은 전술적 매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으나, 중장기 투자자 관점에서는 유가의 지속적 급등 여부와 중앙은행의 정책 반응을 주시해야 한다. 도이체방크가 제시한 세 가지 조건(유가 50~100% 상승 지속·경기침체 유발·중앙은행의 긴축 전환) 중 어느 하나라도 현실화되는 시나리오에서는 S&P 500이 15% 이상의 조정을 겪을 가능성이 커진다.
정책 및 투자 시사점
정책 측면에서는 공급 차질 우려를 완화하기 위한 외교적 해법과 해상로 안전 확보가 단기적 리스크 완화의 핵심이다.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중앙은행들이 현 상황을 단순한 일시적 공급 충격으로 볼지 아니면 지속적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판단할지가 중요하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포트폴리오 다각화(섹터 배분 재조정, 현금 및 단기채 비중 확보, 원자재 관련 헤지 수단 검토)와 함께 단기 변동성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에너지 가격 상승 시 상대적으로 방어적 성향을 보이는 섹터(생활필수품, 헬스케어 등)로의 이동을 고려할 수 있다.
결론
지정학적 리스크가 금융시장에 즉시적 충격을 주는 것은 분명하나, 이번 사례에서 중장기적인 영향을 좌우할 변수는 유가의 상승폭과 지속성, 그로 인한 경기 둔화 가능성, 그리고 중앙은행의 정책 대응이다. 현재(2026년 3월 초)까지는 WTI 가격이 2024년 평균을 상회하지 못하고 있으며, 도이체방크의 분석대로 S&P 500이 15% 이상 하락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조건 충족이 필요하다. 다만 투자자들은 단기적 매수 기회를 노리되, 거시적 변수와 정책 리스크에 대비한 포트폴리오 방어 전략을 병행하는 것이 권고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