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발 — 호주증권거래소(ASX)가 새 최고경영자(CEO) 선임을 위해 글로벌 헤드헌팅 업체를 앞세워 인사 찾기에 나섰다. 다만 신임 CEO의 취임 초기는 소송과 다수의 규제·시스템 문제로 평탄치 않을 전망이다.
2026년 3월 2일, 로이터(Reuters)의 보도에 따르면 ASX의 현 CEO인 헬렌 로프하우스(Helen Lofthouse)는 11년 근무 중 마지막 4년을 최고경영자로 재직한 뒤 5월 퇴임을 밝힌 상태다. 후임자 물색 작업은 이미 시작됐으며, 검색 작업은 글로벌 헤드헌팅 회사가 주도하고 있다.
현지 투자자들과 시장 참여자들은 신임 CEO가 거래소의 신뢰 회복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출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역 및 글로벌 증권거래소들이 상장 유치와 기관투자가 유치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ASX는 신뢰성 재건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 투자관리회사 설립자 옴카르 조시(Omkar Joshi)는 “신뢰를 회복하고 그들이 직면한 문제를 이해하는 데 집중하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들은 스스로 야기한 실수를 반복했다”며 “그 원인을 먼저 파악하고 근본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ASX는 CEO 공모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다. 지난달 ASX 이사회 의장 데이비드 클라크(David Clarke)는 차기 CEO가 “금융시장, 대형 변혁 프로젝트, 리스크 관리 분야에서 강한 자격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이글 자산운용(Australian Eagle Asset Management)의 최고투자책임자 션 시퀘이라(Sean Sequeira)는 규제 당국과의 원활한 소통 및 규제 대응 경험을 갖춘 리더 발탁이 최우선 과제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주들이 단기 수익을 원하더라도 회사 지속성을 위해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규제 리스크 관리”라며 “규제당국을 만족시킬 수 있는 운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로프하우스의 사임 배경에 대해 “규제당국이 여러 차례의 실책을 포착했고, 그 결과로 ASX에 변화가 요구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ASX의 구조적·운영상 문제
ASX는 호주 주식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의 약 80%를 통제하고 있으며, 이는 하루 평균 A$99억(약 69억 호주달러 기준 중 일부 수치 표기 방법에 차이가 있을 수 있음)에 달한다. 소규모 경쟁사인 CBOE Australia가 나머지 약 20%를 점유하고 있다(규제자료 기준). 2026년 1월 ASX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A$6.9억(미화 약 4.9억 달러)으로 집계됐다. 비교 대상인 홍콩거래소는 같은 기간 HK$272.3억(미화 약 34.81억 달러)의 평균 거래대금을 기록했다. 또한 세계거래소연맹(World Federation of Exchanges) 기준 ASX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시가총액 합계 기준으로 9위를 차지하고 있다.
ASX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2022년 공개된 대규모 소프트웨어 재구축 사업과 관련돼 있다. 해당 사업은 노후화된 시스템을 블록체인 기술로 재구축해 거래량을 확대하고 글로벌 경쟁사들과 본격 경쟁하기 위한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ASX는 이 사업에 투입된 A$2.5억을 손상 처리(write-down)한다고 발표했고, 이 프로젝트는 CHESS 재구축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CHESS(클리어링 하우스 전자 등기부 시스템)는 ASX가 운영하는 거래 결제 및 예탁·결제 시스템으로, 투자자 주식 소유 기록과 결제 정산을 관리하는 핵심 인프라다. 이 시스템의 재구축은 거래 속도·확장성·신뢰성 개선을 목표로 했으나 예정보다 지연되고 비용이 증가하면서 시장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CHESS 프로젝트는 오스트레일리아 증권투자위원회(ASIC: Australian Securities and Investments Commission)가 ASX를 상대로 제기한 법정 소송의 핵심 사안이다. ASIC는 ASX가 프로젝트의 일정과 진행 상황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오도하는 정보(misleading conduct)를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건의 연방 법원(Federal Court of Australia) 심리는 6월 중순 개시될 예정이다.
이후 ASX는 2029년이 돼서야 완전 가동될 예정인 새로운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추가적인 지연과 함께 여러 규제 조사를 받았다. 2024년 말에는 거래 결제 지연을 초래하는 전력 중단과 같은 시스템 장애가 발생해 중요한 시장 기반시설을 유지하는 능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또한 ASX의 공시(announcements) 플랫폼은 지난해 12월 1일 동결되는 등 반복적인 기술적 오류가 보고됐다.
시장 참여자들의 우려
펀드매니저인 에마뉘엘 대트(Emanuel Datt)는 “ASX의 준독점적 지위는 다른 호주 기업들이 받는 압박을 완화시켜 변화의 긴박성을 낮춘다”며 “공시 플랫폼의 잦은 중단과 같은 오류는 이 중요한 금융시장 인프라의 명성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평가는 거래소의 운영·관리 문화에 대한 경영진과 규제당국의 추가 점검 필요성을 시사한다.
규제·소송 리스크와 향후 시장 영향 분석
전문가들은 ASX에 대한 규제 조사와 ASIC 소송, 그리고 시스템 도입 지연이 단기적으로는 투자자 신뢰 약화와 상장 유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신뢰 회복이 지연되면 해외 상장사 및 기관 자금의 유치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거래대금 감소와 수수료 수입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
또한 규제 불이익(예: 과태료, 운영 제한) 혹은 법원 판결에 따른 배상 책임은 ASX의 재무적 부담을 증가시킬 여지가 있다. 기술적 문제로 인한 거래 지연과 시스템 장애는 시장의 단기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으며, 기관 투자자들이 리스크 관리를 이유로 거래소 분산(멀티-리스트 전략) 또는 대체 거래소 이용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ASX는 여전히 호주 내 핵심 인프라로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어 즉각적인 시장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규제 대응 강화, 기술 거버넌스 개선, 투명한 소통 전략이 병행될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신뢰 회복과 시장 지위 유지가 가능하다고 본다.
용어 설명
ASX: Australian Securities Exchange의 약칭으로 호주의 대표적 증권거래소이다. 해당 거래소는 상장 기업의 주식 거래, 결제 및 시장 규율 유지 등 핵심 기능을 수행한다.
CHESS: Clearing House Electronic Subregister System의 약자로 ASX가 운영하는 전자 등기부이자 거래 결제 시스템이다. 주식 소유권의 전자적 등록과 결제를 관리하는 핵심 인프라다.
ASIC: Australian Securities and Investments Commission의 약칭으로 호주의 금융·증권 규제기관이다. 금융시장 질서 유지와 투자자 보호, 불공정행위 단속을 담당한다.
결론
ASX의 차기 CEO는 규제 리스크 관리 능력, 대규모 시스템 전환 경험, 그리고 금융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를 요구받을 것으로 보인다. 소송·규제 문제 해결과 기술 인프라의 안정화가 신임 지도부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향후 ASX의 대응 방향이 호주·지역 금융시장에서의 경쟁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참고 환율: ($1 = A$1.4071), ($1 = HK$7.8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