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리스크에 따른 팩터 전환: 월가가 기술 ‘퀄리티’에서 전통적 ‘밸류’로 이동하는 이유

AI(인공지능)의 확산이 전통적 투자 팩터 구조를 뒤흔들고 있다. 그간 고수익·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퀄리티(Quality) 종목들이 약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이 현금흐름과 배당·인프라 기반의 전통적 가치(Value) 자산으로 재배치하고 있다.

2026년 2월 2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2월 한 달 동안 일반적으로 마진이 높고 잉여현금흐름이 안정적인 기업을 묶어온 ‘퀄리티’ 팩터는 ‘밸류’ 팩터에 비해 5%포인트 이상 뒤처졌다. 이는 퀄리티 지수의 최근 5년 내 최악의 상대적 부진을 의미한다.

사례와 주요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Corporation, NASDAQ: MSFT)와 같은 고이익률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과거 퀄리티 대표주로 인식돼 왔으나, 투자자들은 이제 코카콜라(Coca-Cola Co, NYSE: KO)와 같은 물리적 인프라 기반 기업 및 유틸리티 제공업체로 관심을 이동시키고 있다. 최근 보고서와 시장 반응에서는 IBM 주가가 25년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하는 등 소프트웨어·서비스 업종에 대한 단기 충격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팩터별 변동 양상 — 퀄리티, 밸류, 모멘텀

전통적으로 ‘퀄리티’ 팩터는 높은 이익률, 안정적 현금흐름, 낮은 레버리지 등을 기준으로 ‘안전하고 비싼’ 주식군을 규정해왔다. 반면 ‘밸류’는 상대적 저평가(예: 낮은 주가수익비율(P/E),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를 기준으로 매수되는 경향이 있다. 최근 AI의 발전은 이러한 정의를 뒤집고 있다. AI가 경쟁우위(모트, moat)를 빠르게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이전에 ‘모트가 넓다’고 평가받은 소프트웨어 중심 기업들의 주가 프리미엄이 약해지는 양상이 관찰된다.

모멘텀 왜곡과 ‘HALO’ 트레이드

시장에서는 전통적 모멘텀 전략(최근 강세 종목을 추종하는 전략)도 경고 신호를 보이고 있다. 영국계 자산운용사인 맨 그룹(Man Group)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의 주가 상승세는 전통적 실적개선(earnings revisions)과 상관관계가 낮아졌고, 오히려 AI 저항성 또는 AI에 유용한 자산이라는 인식이 주가 상승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HALO 트레이드(Heavy Assets, Low Obsolescence)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는데, 이는 중요 자산이 물리적·인프라 특성을 지니며 기술 진부화 위험이 낮은 기업을 선호하는 투자 패턴을 뜻한다. 전력망, 파이프라인, 반도체 장비 등의 제조업체가 새 방어형 스테이플로 대우받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투자자 심리와 자금 흐름

AI가 단기간에 직업 구조와 사업 모델을 급격히 재편할 수 있다는 가설성 보고서(이른바 ‘사고 실험’)가 확산되면서 테크 섹터의 변동성은 확대되었다. 그 결과 장기 성장(그로스)을 향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즉각적 현금창출·배당·자사주매입을 중시하는 전략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 실제로 배당·현금흐름·환매(바이백)에 초점을 맞춘 상장지수펀드(ETF)들은 이달에만 약 $70억(약 9조원 내외, 환율에 따라 변동)의 자금 유입을 기록했다.

용어 설명

본 기사에서 반복되는 몇 가지 투자 용어는 다음과 같다. 퀄리티(Quality) 팩터는 높은 이익률, 안정적 ROE(자기자본이익률), 낮은 부채비율 등 재무적 건전성에 기반한 ‘안전’ 자산을 지칭한다. 밸류(Value) 팩터는 가격 대비 저평가 정도를 기준으로 상대적 저평가 종목을 식별하는 전략이다. 모멘텀(Momentum)은 최근의 가격 추세를 기준으로 강한 종목을 매수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또한 본문에서 사용한 HALO는 ‘Heavy Assets, Low Obsolescence’의 약자로, 물리적 자산·시설을 보유해 기술적 진부화 위험이 낮은 기업을 가리킨다. 이들 용어는 팩터 기반 투자와 퀀트 전략을 이해하는 핵심 개념이다.


시장 영향 분석 및 전망

이 같은 팩터의 재편은 단기적·중기적 관점에서 서로 다른 시장 파급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 단기적으로는 기술 대형주들의 밸류에이션 축소와 함께 변동성 확대가 지속될 전망이다. 기술주에 대한 높은 가격프리미엄이 해소되면, 해당 섹터의 시가총액 가중 지수 기여도가 낮아져 전체 시장 수익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중기적으로는 투자자들이 기술 대체 위험을 반영한 리레이팅(re-rating)을 진행함에 따라 가치(Value)·배당·인프라 섹터의 상대적 매력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 메커니즘 측면에서의 파급 경로는 다음과 같다. 첫째, 퀄리티 축소는 포트폴리오 리밸런싱(퀀트 펀드·모델 포트폴리오)으로 이어져 기술주 매도 압력과 가치주 매수 압력을 동시에 발생시킨다. 둘째, ETF 및 패시브 자금의 재배치가 가속화되면 유동성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어 일부 ‘HALO’ 자산의 가격 프리미엄을 단기간에 높일 수 있다. 셋째, 기업 경영 측면에서는 AI 도입·적응 비용과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전환 필요성이 증대되어, 수익성·현금흐름에 대한 재평가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정책·거시 측면의 함의

거시경제 및 규제 측면에서는 인플레이션 및 금리 환경이 핵심 변수가 된다. 기술주에 대한 할인율(discount rate)이 상승(예: 금리 인상)할 경우, 성장주의 장부가치는 더욱 빠르게 조정될 수 있다. 반대로 중앙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면 장기 성장 프리미엄은 일부 회복될 여지가 있다. 또한 노동시장 구조의 변화(화이트칼라 일자리 축소 우려)가 사회적·정책적 논쟁을 촉발할 수 있으며, 이는 규제·세제·재교육 정책 변화로 연결돼 관련 업종에 추가적인 리스크 또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투자자들에게 주는 실무적 시사점

전문가적 관점에서 투자 포트폴리오의 조정 방향은 다음과 같이 권고될 수 있다. 첫째, 퀄리티의 정의가 재구성되는 가운데 현금흐름과 이익의 질(quality of earnings)을 재평가해야 한다. 단순한 높은 마진보다 기술 대체 위험에 대한 내성 및 현금창출 지속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둘째, 분산투자와 리스크 관리 도구(옵션 헤지, 변동성 관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AI 관련 불확실성으로 인한 급락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셋째, 배당·바이백·필수 인프라(전력망, 통신, 소재) 등 HALO 성격의 자산을 방어적 배치함으로써 포트폴리오의 하방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

결론

AI의 상용화와 확산은 전통적 자본 배분 규범에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번 팩터 플립은 한동안 시장 참여자들의 포트폴리오 구성과 리스크 관리 기준을 재정의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퀄리티와 밸류의 전통적 의미를 재검토하고, AI에 대한 노출과 기술적 진부화 가능성을 체계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트레이딩 전략의 변화가 아니라, 자본 배분의 구조적 전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