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후임으로 지명한 케빈 워시(Kevin Warsh) 전 연준 이사가 정식으로 상원에 지명서가 제출되지 않아 지명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이 같은 지연은 전례가 없지는 않으나 통상적이지 않으며, 미 중앙은행에 대한 정치적 압력 우려로 혼란스러운 확인(confirmation) 절차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불러오고 있다.
2026년 2월 27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4주 전인 한 달 전 워시를 의장 후보로 지명했다. 그러나 백악관 발표와 상원에 지명서가 제출되어 공식적인 인준 절차가 시작되는 시점 사이에 4주가 넘게 걸린 경우는 2010년 이후 양대 직위(연준 의장직 및 연준 이사회(Board of Governors) 자리를 포함)에서 두 차례에 불과했다.
워시 지명서 제출이 장기화된 정확한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톰 틸리스(Thom Tillis)는 제롬 파월(Jerome Powell) 의장의 의회 증언과 관련한 미 법무부(Department of Justice, DOJ)의 조사가 진행되는 한 연준 관련 모든 지명을 가로막겠다고 약속했다. 틸리스는 해당 조사가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라는 점에서 ‘사소한 조사’라며 비판해 왔다.
“워시 지명에 진전이 없다는 점이 이상스럽다”고예측 회사 LH Meyer의 애널리스트 데릭 탕(Derek Tang)은 말했다. “백악관은 틸리스의 봉쇄를 극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상원의원이 파월 조사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연준 지명자들이 상원 은행위원회를 통과하도록 허용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백악관은 지명 시점에 대해서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이전 발언에서 워시가 “충분히 자격을 갖춘 인물”이며 상원과 협력해 신속히 인준을 얻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은 단기적인 정치적 고려에서 자유롭고 대통령의 정책 선호와 무관하게 금리를 결정할 수 있는 능력 때문에 물가 안정과 경제 운용에서 핵심적이라는 점이 널리 받아들여진다. 이에 따라 행정부의 노골적 압박은 시장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는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 은행위원회가 워시가 공식 지명되면 인준 청문회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위원회의 공화당 위원들은 워시가 이 직무에 적합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틸리스의 표를 얻지 못하면, 공화당 소수 우세를 지닌 위원회는 민주당의 만장일치 반대를 넘어서 후보를 본회의로 올릴 수단이 없다.
워시와 연준 대변인들은 이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다.
파월에 대한 DOJ 조사
파월 의장은 1월에 DOJ의 조사가 진행 중임을 공개하며 이를 트럼프 행정부가 연준에 대한 “위협과 지속적 압박”의 일부라고 묘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연준이 해당 조사와 관련된 정부의 소환장(subpoena)을 무효화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고 보도했으나, 연준은 보도에 대해 즉각적인 논평을 거부했다.
이 조사는 워시 지명에 대한 유일한 장애물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을 대체할 인물에게 금리 인하 지지를 명시적 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으며, 행정부가 중앙은행 지도부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전례 없는 수단을 동원한 정황이 확인되고 있다.
시간의 제약
파월 의장의 임기는 5월 15일에 종료된다. 임기 종료까지 남은 11주는 현재 연준 이사들이 지명에서 상원 인준까지 소요된 평균 시간보다 짧다. 그러나 지난해 상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자문관이던 스티븐 미란(Stephen Miran)을 지명 2주 이내에 연준 이사로 인준했던 사례처럼 빠른 처리가 가능하다는 점도 있다.
그럼에도 워시 인준이 장기화되면 후보와 연준은 불편한 불확실성 상태에 놓이게 된다. 특히 연준의 다음 통화회의로 전망되는 6월 16~17일 회의는 금리 인하 논의가 본격화될 최초의 시점으로 기대되고 있어, 인준 시한이 촉박해질수록 정책 결정 과정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다.
연준 내부 자리바꿈과 정치적 갈등
트럼프 대통령은 워시를 현재 스티븐 미란이 차지하고 있는 자리에 지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란의 임기는 1월 31일 만료되었으나 후임의 인준이 될 때까지 직무를 계속할 수 있다. 이 전환은 한 금리 인하 지지자를 또 다른 금리 인하 지지자로 교체하는 것이어서, 트럼프가 임명한 인사들만으로 구성되는 7인 이사회에서 다수 확보에는 한 자리가 부족한 상태가 유지된다.
대통령은 또한 리사 쿡(Lisa Cook) 연준 이사를 전례 없는 방식으로 해임하려 시도했다. 트럼프는 쿡의 주택담보대출 신청 관련 허위 진술을 이유로 해임을 추진했으나, 쿡은 부정행위를 부인하며 사건은 현재 미 연방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파월은 1월 구두변론에 참석해 이 사건이 연준의 113년 역사상 가장 중요한 법적 사건이라고 언급하며 연준의 독립성 문제를 강조했다.
파월의 선택: 잔류 가능성
파월은 원한다면 연준 이사로서 최소 2028년 1월 31일까지 잔류할 수 있다. 다만 그는 의장 임기가 끝난 뒤 이사회에 남을지 여부에 대해 밝히지 않았으며, 대부분의 전임자들은 의장 임기 종료 후 이사회에서 물러났다. 이 관례를 깨고 잔류할 경우 이는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파월 자신의 지속적인 우려를 표출하는 비범한 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파월이 잔류하면 트럼프 행정부와 일부 인사들로부터 정치적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잔류 결정은 대통령의 신규 연준 이사 지명권을 사실상 저지하려는 당파적 시도로 비춰질 위험이 있다.
지도력 문제와 정책 공조
파월이 이사로 남더라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관례에 따라 정책 패널의 의장직을 선출할 것이다. 다수의 관측통은 워시가 정책결정 패널의 수장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될 경우 워시에게는 분열된 위원회를 설득해 금리 인하를 관철시켜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주어진다. 특히 과거 의장이었던 파월과 정책 무대에서 역할을 공유해야 하는 상황은 정책 조율을 더 복잡하게 만들 것이다.
용어 설명
연준 이사회(Board of Governors)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핵심 의사결정 기구로 7명의 이사로 구성된다. 이들 중 한 명이 연준 의장이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연준의 통화정책을 실제로 결정하는 기구로, 이사회 소속 이사들과 지역 연준은행 총재들이 참여한다. 상원 인준 절차는 대통령이 지명한 공직자를 상원이 청문회와 표결을 통해 승인하는 과정이며, 지명서 제출 후 상원 은행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표결을 거친다. 소환장(subpoena)은 법원이 발부하거나 수사기관이 증인이나 서류를 요구할 때 사용하는 공식 문서다.
시장·경제적 영향 전망
지명 절차의 지연과 정치적 마찰은 금융시장에 여러 경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선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 금융시장 변동성이 증가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중앙은행의 정책 신뢰성 약화 가능성을 반영해 장기금리와 위험자산 가격을 재평가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금리 인하 기대 시점이 불확실해지면 채권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며 수익률이 상승할 수 있다. 또한 주식시장에서는 금리 경로 불확실성으로 섹터별 차별화가 심화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연준의 정치적 압박이 만연할 경우, 통화정책의 예측가능성이 떨어져 실물경제의 투자·고용 결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워시가 신속히 인준되어 금리 인하를 추진할 명확한 신호를 보낼 경우, 단기적으로는 경기 민감 섹터에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나리오도 위원회 내부의 분열과 파월의 잠재적 잔류 가능성 등 변수를 고려하면 확실치 않다.
전문가 관측
분석가들은 워시 지명 지연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향후 연준의 정책 정상화 시도와 통화정책 의사결정 과정의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라고 경고한다. 다만 정치적 마찰이 인준 절차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상원 내 역학과 법무부 조사 결과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는 점도 지적된다.
결론적으로, 워시의 지명 지연은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라 연준의 독립성과 통화정책 신뢰성, 나아가 금융시장에 실질적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향후 상원 제출 시점과 틸리스 의원의 입장 변화, DOJ 조사의 전개 양상 등에 따라 시장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가 좌우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