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엔비디아·백악관 겨냥해 중국향 첨단 반도체 수출 제한 추진

미 하원 외교위원회가 미국 기업의 중국 대상 첨단 반도체 판매를 제약하는 법안을 전진시켰다. 이번 입법 노력은 인공지능(AI) 관련 칩과 반도체를 국가안보 자산으로 규정하려는 방침과 맞물리며, 트럼프 행정부 내 일부 인사들과도 충돌을 빚고 있다.

2026년 2월 26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브라이언 매스트(Brian Mast) 하원 외교위원장(플로리다)이 이번 사안을 주도하고 있다. 매스트 위원장은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인 젠슨 황(Jensen Huang)을 공개적으로 겨냥하며, 중국 공산당에 대한 신뢰를 촉구하는 기업 쪽의 주장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Nvidia chip image

매스트 위원장 발언
“우스운 것은, 젠슨은 우리가 중국공산당을 신뢰하길 바라며 그런 주장을 한다. 이를 보는 누구라도 웃어야 한다(의역).”

위원회는 최근 법안을 가결해 의회가 적대국가에 대한 첨단 칩 판매를 심사하고 30일 내에 판매를 차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절차를 마련했다. 이 법안은 무기·방산 장비 판매와 유사한 심사권을 의회에 제공하는 것이며, 또한 중국 같은 국가들에 대한 기존 수출 허가를 모두 취소하고 정부가 해당 칩이 군사·정보 역량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관한 상세 전략을 제출할 때까지 유효한 제한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원회 표결에서는 위원 전원 중 단 2명만 반대했고, 상원에서는 짐 뱅크스(Jim Banks, 공화-인디애나)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민주-매사추세츠)이 초당적으로 지지하는 대응 법안이 이미 제출되어 있다.

법안의 핵심 내용
의회가 첨단 칩 판매에 대해 30일 간 심사·거부 권한을 갖고, 기존의 수출 라이선스를 취소하여 정부가 칩의 군사·정보 분야 영향을 분석·보고할 때까지 모든 판매를 유예시키는 조항을 포함한다. 또한 법안은 첨단 칩이 승인되지 않은 장소로 반출될 경우를 감지·보고할 수 있는 검증 메커니즘을 수출 조건으로 부과하는 별도의 법안(Chip Security Act) 표결도 계획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CNBC에 제출한 성명에서 중국 군이 미국산 칩을 사용하는 가능성은 낮다고 반박했다. 회사는 “중국 군이 미국 기술에 의존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라고 말했고, 또한 “행정부의 비판자들이 의도치 않게 외국 경쟁업체의 이해관계를 촉진하고 있다. 미국은 검증되고 승인된 상업적 거래를 위해 자국 산업이 경쟁하도록 항상 원해야 하며, 이는 국가안보를 보호하고 미국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AI 분야에서 미국의 우위를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매스트 위원장은 이 법안이 백악관과도 보조를 맞춘다고 설명했으며, 특히 최근 상무부(Commerce Department)의 규정에 포함된 조항들을 법제화하는 효과를 가진다고 말했다. 상무부 규정은 중국에 대한 첨단 칩 판매를 허용하는 한편, 해당 칩이 중국 군사에 도움이 될 방식으로 사용되는 것을 금지하지만, 상무부 규정은 의회에 판매 차단 권한을 직접 부여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안이 하원 본회의를 통과해 최종 법률이 되는 길은 험난하다. 위원회 표결 직전, 백악관의 인공지능(AI) 담당 관료인 데이비드 색스(David Sacks)는 X(구 트위터)에서 한 게시물을 리트윗했는데, 해당 게시물은 법안이 “트럼프의 중국에 대한 전략적 포지셔닝 능력을 약화시킨다”라고 비판했다. 색스는 해당 트윗을 인용하며 “Correct(옳다)”라고 덧붙였다.

매스트 위원장은 색스가 부각시킨 논점들이 엔비디아로부터 들었던 논점과 일치한다고 반박하며, 색스가 퍼뜨린 메시지는 수수료성 영향력을 가진 인플루언서들이 퍼뜨린 ‘거짓 정보’와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매스트는 위원회 표결 전에 행정부의 다른 인사들과도 협의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백악관은 이 사안에 대해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용어 설명

수출 라이선스(Export license)는 특정 기술·제품이 해외로 반출될 때 정부가 발급하는 허가를 말한다. 첨단 반도체는 군사 전용 가능성 때문에 다수의 국가에서 엄격한 통제를 받는다. 상무부(Commerce Department)는 이러한 라이선스의 발급과 제한을 담당하며, 미국 내 안보·무역 정책의 관점에서 적용 기준을 결정한다.

AI 무기 경쟁(‘AI arms race’)이라는 표현은 인공지능 기술이 군사작전, 감시, 사이버전 등에서 핵심 역량으로 부상하면서 국가 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음을 지칭한다. 이 맥락에서 입법자들은 일부 상업용 칩의 군사적 전용 가능성을 우려해 규제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정책·시장 영향 분석

이번 법안과 관련 규정의 도입은 단기적으로는 미국 기업과 글로벌 공급망에 혼선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엔비디아와 같은 첨단 칩 생산 기업은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 제한이나 추가 규제 요건으로 인해 매출 경로가 축소될 수 있다. 이는 기업의 분기별 실적 전망과 투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반도체 관련 장비·재료업체에도 파급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첫째, 미국이 엄격한 수출 통제를 유지할 경우 중국 내 자국 대체 공급망(내생적 반도체 개발)이 가속화되어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재편이 촉진될 수 있다. 이는 기술 이전을 제한하려는 의도의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미국 기업의 성장 기회를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규제 도입을 통해 군사 전용 위험을 일정 수준 억제한다면 미국의 국가안보 측면에서는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고, 동시에 기업들이 보다 명확한 규제 프레임을 기반으로 합법적·승인된 상업적 거래에 집중하게 되어 불확실성이 일부 완화될 수 있다.

금융시장 관점에서는 법안 통과 가능성, 행정부의 대응, 상무부의 추가 규정 여부에 따라 반도체 섹터의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 투자자들은 단기적으로 규제 리스크를 반영해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으며, 특히 중국 매출 비중이 큰 기업의 주가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규제가 기술 경쟁에서 미국 기업에게 전략적 이점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설계된다면 일부 기업에는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향후 전망 및 절차

의회에서 법안이 본회의를 거쳐 상·하원 조속히 조정되는지, 행정부가 이를 어떻게 수용하거나 수정하려 하는지가 결정적이다. 또한 Chip Security Act로 불리는 관련 법안이 부과하려는 칩의 위치 검증 메커니즘은 수출업체에 추가적인 컴플라이언스 비용과 운영상의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수출절차에 관한 기술적·법적 표준의 정립을 필요로 한다.

종합하면, 이번 입법 추진은 미국의 안보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실무적으로는 기업·무역·기술 경쟁이라는 다층적 요소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규제의 설계와 집행 방식에 따라 미국의 산업 경쟁력, 중국의 대응,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의 구조적 변화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향후 입법 심의 과정과 행정부의 구체적인 규정 마련 과정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