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리비 조지·카린 스트로헤커 — 미국의 관세 조치가 무역 경로를 변경했지만, 당초 우려만큼 경제 활동을 크게 위축시키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은 일부 개발도상국에서 예상보다 큰 경제 성장이 확인됐다고 목요일(현지시각) 발표했다.
2026년 2월 26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관세가 무역 흐름을 바꿔 놓았지만 무역 자체를 크게 훼손하지는 않았고, 이 때문에 특정 신흥시장에서는 예상보다 높은 경제성장을 보였다고 EBRD는 지적했다.
EBRD가 관할하는 40개국의 경제성장은 당초 예측보다 높은 3.4%로 집계됐다. 다만 은행은 무역 관련 혼란이 계속될 경우 일부 경제에서는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전반적인 상황은 가을 전망보다 다소 낙관적이다… 그리고 우리는 올해와 내년이 지난해보다 더 나을 것으로 기대한다.”
EBRD 수석 이코노미스트 베아타 야보르치크(Beata Javorcik)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보고서는 인플레이션 둔화와 특히 유럽 지역에서의 대규모 인프라 지출이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미(對美) 관세 조치가 미칠 영향은 예상보다 극적이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EBRD는 올해(2026년) 성장률을 3.6%, 2027년을 3.7%로 전망하며, 이는 가을 전망 대비 각각 0.2%포인트 상향 조정된 수치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일부 EBRD 회원국의 대미(對美) 수출이 오히려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인공지능(AI) 붐과 연관된 품목의 수출이 늘어나면서 중국산 수출을 대체하는 사례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헝가리, 체코, 폴란드 등은 서버·프로세서·컴퓨팅 시스템과 같이 AI 관련 제품을 수출해 이러한 변화의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그러나 야보르치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관세의 최종적 영향은 아직 불확실하다고 경고했다. 보고서가 추적한 대부분의 무역은 2025년 4월의 ‘Liberation Day’ 관세 시행 이전에 미국으로 도착했고, 이후에는 미국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초기 관세 부과 권한을 넘었다고 판결한 사실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혼란은 정책입안자들이 시급한 문제에 집중하도록 강요한다. 충격은 주간 단위, 심지어 일일 단위로 발생하고 있으며,” 그녀는 덧붙였다. 이는 각국이 인구구조상의 ‘시간폭탄’ 등 장기적 문제를 다루는 능력을 약화시킨다고 진단했다.
또한 야보르치크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긴급 모드(비상모드)와 그에 따른 국방비 증가는 다른 정부 우선순위에서 자원을 잠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이러한 지출이 일회성 장비 구매에 그칠지, 도로·병원과 같은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는 인프라 투자에 사용될지에 따라 최종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폴리(다중) 위기는 공공투자가 경제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프로젝트에 집중되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녀는 이어서 “글로벌 불확실성은 민간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공공투자의 역할을 강조해왔다”고 말했다.
용어 설명 및 배경
EBRD(유럽부흥개발은행)은 동유럽 및 중앙아시아 등 전환경제 국가들에 금융·기술 지원을 제공하는 다자개발은행이다. 본문에서 ‘Liberation Day’로 언급된 관세는 2025년 4월을 기해 도입된 대미 관세 중 하나로 지칭되며, 이로 인해 무역 흐름과 공급망이 재편되는 사례가 관찰되었다. 또한 미국 대법원의 판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초기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초과했다는 취지로 일부 판결이 나와 정책적·법적 불확실성을 증폭시켰다.
관세(tariff)는 수입품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수입 가격을 올려 국내산의 경쟁력을 높이거나 무역수지 조정, 정치적 목적 등을 위해 사용된다. 관세는 단기적으로 자국 산업 보호 효과를 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공급망 전환, 교역 파트너의 보복, 소비자 가격 상승, 글로벌 투자 심리 악화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전문적 분석 및 향후 경제적 영향(평가와 시나리오)
보고서의 핵심은 무역 재편(trade rerouting)이 발생하고 있으나, 전체 교역 규모가 대폭 축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공급망에서의 국가 대체(예: 중국 → 헝가리 등)가 일부 진행되었음을 시사한다. 다만 향후 관세 정책의 지속성, 법적·정치적 불확실성, 그리고 연쇄적 보복 조치 여부에 따라 다음과 같은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첫째, 불확실성의 지속은 민간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업들은 정책 리스크와 규제 변동성을 반영해 설비투자와 고정비 지출을 보수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이는 장기 성장잠재력을 낮출 수 있으며, 특히 중간재·자본재의 생산기지 전환이 일시적으로 생산성 하락을 유발할 수 있다.
둘째, 인플레이션과 금리 측면에서의 영향은 복합적이다. 단기적으로는 관세로 인한 수입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으나, 보고서가 지적한 바와 같이 인플레이션 둔화와 공공 인프라 투자가 병행된다면 경기·물가 흐름은 지역별로 상이하게 전개될 것이다. 중앙은행은 이러한 혼재된 신호 속에서 통화정책의 정상화 또는 완화를 신중히 조절해야 한다.
셋째, 각국의 재정정책 선택이 중요해졌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국방비 증액은 재정지출의 구조적 변화를 촉발하고 있으며, 일회성 방산비용에 그칠지, 아니면 장기적인 생산성 개선을 유도하는 인프라 투자로 전환할지에 따라 성장 경로가 달라질 것이다. 공공투자가 생산성 향상을 가져오는 프로젝트에 집중될 경우, 민간투자의 부진을 상쇄하며 성장 회복을 지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무역 재편은 특정 국가·지역의 수출 구조를 바꾸어 국제 경쟁지형을 재편할 수 있다. AI 관련 하드웨어 수요 증가는 일부 중부유럽 국가에 기회를 제공했지만, 이는 기술·공급망 고도화에 대한 투자와 숙련된 인력 확보가 병행될 때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론
EBRD의 최근 보고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무역 흐름을 바꿨지만, 신흥국 성장에 즉각적이고 광범위한 타격을 주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보고서는 또한 관세의 전체적 효과가 아직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고, 법적·정책적 불확실성,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방비 증액, 인구구조상의 장기위험 등 복합적 요인이 향후 성장 경로를 좌우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정책 입안자들은 단기적 충격에 대응하는 한편, 공공투자를 통해 장기적 성장잠재력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우선순위를 재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