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채권(gilts) 공급이 내년 회계연도에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글로벌 리서치는 영국 채무관리청(DMO)이 2026-27 회계연도 자금조달 지침을 발표하는 상황에서 순발행 규모 축소와 단기 국채 증액을 예상하며 관련 내용을 담은 노트를 2026년 2월에 냈다.
2026년 2월 2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BofA는 2026-27 회계연도(영국 회계연도 기준) 중 총 금리형 국채(gilts) 매각액이 약 2,350억 파운드(£235bn)로 계획되며 이는 2025-26 회계연도의 예상치에서 약 690억 파운드(£69bn) 줄어드는 규모라고 추정했다. 또한 BofA는 DMO가 추가로 단기재무증권(Treasury bills)으로 150억 파운드(£15bn)를 더 조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배경으로는 11월 예산 발표 이후 은행기준금리(Bank Rate)와 실질 국채 수익률(gilt yields)의 하락이 지적된다. BofA는 이로 인해 국가의 부채 이자비용이 약 50억 파운드(£5bn) 줄어들어 재정여유(fiscal headroom)가 개선될 것으로 보지만, 성장률 둔화·저물가·실업률 상승·지난해 이후 시행된 정책 변화 등이 맞물려 순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수치별로 다음과 같은 전망을 제시했다. 2025년 국내총생산(GDP)은 1.3%로 OBR(영국 재정책임청)의 11월 전망치인 1.5%보다 낮았다. 이에 따라 BofA는 2026년 성장률을 20bp(0.2%포인트) 정도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하며, 장기적으로 2029-30년에는 경제규모가 약 0.2%포인트 작아질 수 있어 재정여유가 소폭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동시장과 물가의 흐름도 재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업률은 5.2%로 OBR의 2026년 추정치인 4.9%를 웃돌고 있으며, 2025년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은 3.4%로 OBR의 3.5% 전망보다 소폭 낮았다. BofA는 2026년 물가상승률이 10~20bp 정도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았다.
차입(정부차입)은 지출과 세수 변동에 따라 2025-26 회계연도에 이미 누적치가 축소된 모습이다. 2025-26 회계연도 차입은 1월 기준으로 1,120억 파운드(£112bn) 수준으로 집계돼 OBR의 11월 전망보다 83억 파운드(£8.3bn) 적었다. BofA는 2025-26 연간 차입을 1,300억 파운드(£130bn)으로, 2026-27 연간 차입을 1,090억 파운드(£109bn)으로 각각 전망했다. 이는 OBR의 11월 전망치(2025-26: £138.3bn, 2026-27: £112.1bn)보다 낮은 수치다.
재정적 위험 요인도 여전히 상존한다. 국방비 지출은 2027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계획치인 2.5%를 초과할 가능성이 있으며, 2029-30년에는 3%로 증가할 경우 연간 지출이 130~140억 파운드(£13bn–£14bn) 가량 늘어날 수 있다. 또한 특수교육 필요·장애(SEND) 예산에서 2028-29년까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는 약 60억 파운드(£6bn)의 재원 부족 문제는 아직 정부가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상태다.
순이민(net migration)은 2025년 6월까지의 연간 기준으로 약 204,000명으로 잠정 집계되어, 과거의 고점인 649,000명에서 크게 축소됐다. OBR은 연간 순이민이 200,000명 낮아질 경우 차입이 연간 130~200억 파운드(£13bn–£20bn) 증가할 수 있다고 추정한 바 있다.
채권(길트) 공급 및 자금조달 요구(Gross Financing Requirement)에 대해 BofA는 2026-27 회계연도의 총 자금조달요구(Gross Financing Requirement)를 약 2,620억 파운드(£262bn)로 보고 있으며, 이는 DMO가 11월에 제시한 예시치 2,750억 파운드(£275bn)보다 약 130억 파운드(£13bn) 적은 수치다.
BofA는 2026-27년 국채 발행 구성을 단기(Short-dated) 46%, 중기(Medium) 23%, 장기(Long) 11%, 물가연동채(Index-linked) 10%으로 전망하고 나머지 10%는 미배분으로 두었다. 다만 BofA는 중기 만기 구간의 공급이 양적긴축(quantitative tightening) 이전 수준보다 높은 상태이라고 진단하면서 영국 금리에 대한 장기 헷지(롱 포지션)와 실질금리 곡선(real-curve) 플래트너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Both idiosyncratic vol premium and event risk premium are largely absent,”
라는 문구를 인용하면서 BofA는 이번 봄 전망 자체가 2025년 11월의 시장 스트레스 상황과는 구별되는 설정이라고 설명했다.
파운드(GBP) 변동성에 대해서는 BofA가 봄 전망 발표가 큰 GBP 변동성을 유발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다만 BofA는 5월 말에 예정된 당내 지도부 경쟁 가능성 같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통화에 더 큰 리스크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용어 설명 — 본문에서 사용된 주요 용어를 간단히 설명한다.
길트(gilts)는 영국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의미하며, 보통 이자 지급 방식과 만기에 따라 단기·중기·장기로 분류된다. OBR(Office for Budget Responsibility)는 영국의 공식 재정예측기관으로 정부 예산 전망을 평가·공표한다. DMO(Debt Management Office)는 영국의 채무관리청으로 국채 발행 스케줄과 조달방식을 관리한다. Gross Financing Requirement는 정부의 총 자금조달 필요액을 의미하며, 국채·재무증권 발행과 차입 등으로 충당된다.
시장·정책적 시사점 및 전망 — 이번 BofA의 전망을 바탕으로 향후 금융시장과 정책에 미칠 영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채 발행 축소(£69bn)는 공급 측면에서 국채 수급을 완화시켜 장기금리 하락 압력을 일부 완화할 수 있다. 다만 BofA가 지적한 바와 같이 중기물 공급이 여전히 높게 유지된다면 중기구간의 수익률은 단기·장기와 다른 움직임을 보일 수 있어, 투자자들의 만기별 포지셔닝 변화가 예상된다.
둘째, 부채 이자비용 절감(약 £5bn)과 차입 축소 전망은 단기적으로는 재정 건전성 지표를 완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국방비·특수교육 예산 등의 구조적 지출 증가 가능성과 이민 변수는 중기적 재정건전성 리스크로 남아 있다. 따라서 만약 정치적 이벤트(예: 당내 리더십 경쟁)로 정책 불확실성이 증대될 경우, 채권시장과 파운드화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셋째, 통화(GBP) 관점에서 BofA는 현재의 발표 자체는 큰 변동성을 유발하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정치적 리스크가 도드라질 경우 이는 통화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단기적 뉴스보다는 중·장기적 재정·정책 흐름과 DMO의 최종 발행계획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포지션 관점에서 BofA는 영국 금리 롱(대독일 대비)과 실질금리 곡선 플래트너(real-curve flatteners)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이는 실질금리(경기·물가를 감안한 금리) 움직임을 고려한 전략으로, 물가연동채 수요 및 실물경제 회복 신호에 따라 유효성이 달라질 수 있다.
결론 — BofA의 분석은 단기적으로는 국채 발행 규모 축소와 차입 완화가 가능하다는 신호를 주지만, 구조적 지출 증가와 인구·정치적 변수는 여전히 재정적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투자자·정책입안자 모두 DMO의 최종 발행 계획과 OBR의 봄 전망, 그리고 정치 일정(특히 5월 이후의 리더십 변수)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