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는 올해 말에 수치적 목표가 아닌 ‘원칙 중심'(principles-led)의 재정 앵커(fiscal anchor)를 제안할 계획이라고 연례 예산에서 밝혔다. 이는 공공 재정의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2026년 2월 25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국가재무부(National Treasury)는 제안의 세부 내용은 협의를 통해 마련되며 통상 10월 또는 11월에 발표되는 중기예산(mid-term budget)에서 공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무부는 또한 이번 조치가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고 부채를 통제하며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개혁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례 예산의 주요 수치는 다음과 같다. 국가의 부채비율은 2008/09 회계연도 국내총생산(GDP)의 23.6%에서 급격히 증가하여 올해는 78.9%로 전망된다. 재무부는 다음 회계연도(4월 1일 시작)에 대한 통합 예산 적자를 GDP의 4.0%로 예상했으며, 이는 이전 전망인 3.8%보다 높아진 수치이다.
경제성장률은 지난해부터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으나 재무부의 추정치에 따르면 2025년 1.4%, 2026년 1.6%로 향후 2년간의 성장률은 실업률을 의미 있게 낮출 수 있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남아공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높은 실업률을 보유하고 있어 성장률 회복이 매우 중요하다.
재무부의 설명과 목적에서 재무부는
‘재정 앵커는 고통스러운 지출 삭감이나 세금 인상에 의존하지 않고 재정 통합의 성과를 유지할 것’
이라고 밝혔다. 재정 앵커는 형식적이며 종종 법제화되기도 하는 장기적 목표로, 정부의 지출·차입·세수 정책을 중장기적으로 유도해 경제적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재정 앵커의 정의와 역할
일반 독자를 위해 재정 앵커의 개념을 설명하면, 재정 앵커는 정부가 중장기적 재정 운영의 지침으로 삼는 원칙과 목표의 집합이다. 이는 특정 연도의 예산 균형이나 단기적 수치에만 집중하는 대신, 중기적 부채 경로와 재정 지속가능성을 우선한다. 재정 앵커는 법적 구속력을 가질 수도 있고(예: 재정 준칙), 정치적 합의를 통해 실효성을 확보할 수도 있다. 이번 남아공의 경우 수치적 목표 대신 원칙(qualitative framework)을 우선하는 방식이다.
이번 조치의 배경으로 재무부는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을 위한 행보로서 부채 억제와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구조개혁을 병행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예산안에서는 올해 재무추정에서 세수 전망을 상향 조정했는데, 이는 안정적 경제 성장과 원자재 가격 상승의 도움을 받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정책적·경제적 함의 분석
첫째, 원칙 중심의 재정 앵커 채택은 정책의 유연성을 높이는 한편, 구체적 수치 목표가 제공하는 명확한 신호(signaling effect)는 약화시킬 수 있다. 수치 목표가 없는 접근은 경기 상황 변화나 예상치 못한 충격에 대응하기 용이하지만, 투자자들에게는 단기적 불확실성을 남길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원칙의 내용과 이행 메커니즘을 상세히 제시하고, 정기적 검증과 투명한 공개가 병행돼야 한다.
둘째, 부채비율이 78.9%까지 상승한 점은 국가의 이자지급 부담과 재정적 여력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재무부의 전망대로 2026/27 회계연도에 총부채비율이 77.3%로 하락할 것으로 보이나, 이는 성장률 회복과 세수 개선이 지속될 경우에 한정된 시나리오이다. 성장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 부채 경로는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셋째, 예산적자의 확대(3.8%→4.0% of GDP)는 단기적으로는 확장적 재정 운용을 의미할 수 있으나,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향후 더 강한 긴축(지출 삭감 또는 세수 확대)으로 귀결될 위험이 있다. 이번에 제시된 원칙 중심의 앵커가 ‘고통스러운’ 지출 삭감이나 세금 인상 없이 성과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재무부의 주장은 향후 정책 설계와 시장의 신뢰 구축에 달려 있다.
넷째, 금융시장과 투자자 관점에서 보면, 명확한 로드맵과 투명한 거버넌스이 동반되지 않는 한 국채 스프레드, 환율, 신용등급에 대한 하방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 반대로 재무부가 제시한 원칙들이 구체적 이정표와 연계돼 일정한 기간 내 성과를 입증한다면 장기적 자본 유입과 금리 안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책 권고적 시사점
정책적으로는 (1) 원칙의 내용을 중기재정프레임워크(MTF)에 명시하고, (2) 정기적 중간평가와 외부 검증을 도입하며, (3) 성장 촉진을 위한 구조개혁(노동시장·에너지·규제 완화 등)을 재정 전략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조치는 원칙 중심 접근의 모호성을 줄이고, 투자자와 시장의 신뢰를 높이며, 궁극적으로 재정지표의 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남아공 정부의 이번 결정은 재정 건전화 필요성과 경제 성장 회복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한 시도로 평가된다. 그러나 실제 효과는 제안되는 원칙의 구체성, 이행 체계, 그리고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구조개혁의 성패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