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소속 주(州) 법무장관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백신 정책 변경을 놓고 연방 정부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2026년 2월 24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 주(州) 법무장관이 주도하는 14개 주와 펜실베이니아의 조시 섀퍼오(Josh Shapiro) 주지사가 화요일(현지시간) 북부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연방 정부의 최근 아동 백신 일정 변경을 문제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보건·복지부 장관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Robert F. Kennedy Jr.)가 취임 이후 시행한 백신 정책 전반의 전환을 핵심적으로 다룬다. 보건 당국의 지침 변경은 공중보건 의료계와 전문가들로부터 접종률 하락에 대한 우려를 촉발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새로운 예방접종 일정을 발표하면서 코로나19, 로타바이러스, 인플루엔자(독감), 수막염(멘니지오코컬) 질환, A형 간염 및 B형 간염 백신에 대해 기존의 보편적 권고를 삭제했다. 대신 CDC는 부모가 의료 제공자와 상의하도록 권고하며 이를 ‘공유 임상 의사결정(shared clinical decision‑making)‘이라고 명명했다.
“공유 임상 의사결정”은 환자(또는 보호자)와 의료 제공자가 개별 환자의 위험요인, 혜택과 위험, 임상적 상황을 고려해 접종 여부를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는 접근을 의미한다. 이는 모든 아동에게 일률적으로 접종을 권고하는 기존의 보편 권고(universal recommendation)와는 다른 방식이다.
소송은 또한 CDC의 자문기구인 면역실무자문위원회(Advisory Committee on Immunization Practices, ACIP) 위원 교체를 둘러싼 결정도 문제삼는다. 로이터는 이전 보도를 통해 캘리포니아 주 법무장관실이 이 소송을 준비해 왔다고 전한 바 있다.
원문 보도에 따르면 해당 CDC 자문기구는 당초 2월로 예정돼 있던 회의가 취소된 뒤 3월에 회의를 재개할 예정
의학 단체들도 별도의 법적 대응을 진행 중이다. 미국소아과학회(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등 주요 의료단체들은 이미 이번 정책 전환이 불법이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별도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에 제기됐으며, 로이터는 해당 사건에서 미 법무부의 변호사가 이달 초 심리에서 보건 당국이 반(反)백신 의제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매사추세츠 연방법원 판사는 아직 이 사안에 대해 최종 판결을 내리지 않았다.
캘리포니아·애리조나 외에 이번 다수 주 소송에 참여하는 주로는 코네티컷, 미시간, 뉴저지, 위스콘신 등이 명시됐다. 보도문은 참여 주가 총 14개 주이며,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이번 소송에 주지사 차원에서 참여한다고 밝혔다.
전문가 설명: ‘공유 임상 의사결정’과 ACIP의 역할
ACIP(면역실무자문위원회)는 연방 차원의 예방접종 권고를 수립하는 핵심 자문기구로, 백신의 안전성·효능·공중보건 영향 등을 토대로 국가 차원의 권고안을 제시한다. ACIP 권고는 학교 접종 요건, 보험 보장 범위, 주(州)의 예방접종 프로그램 등과 연계되어 실제 정책과 보건 시스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공유 임상 의사결정(shared clinical decision‑making)은 개별 환자의 임상적 특성에 따라 접종을 권장하거나 보류하는 방식으로, 일률적 권고를 제거하면 의사와 보호자 간 상담에 따른 개인별 판단이 늘어난다. 이러한 변화는 접종 접근성, 지역별·인구집단별 접종률 차이 확대, 그리고 집단면역 수준에 미치는 영향 등에서 우려를 낳는다.
법적 쟁점과 향후 일정
이번 다주(多州) 소송은 연방 행정 절차의 적법성과 보건 정책 변경의 법적 권한 범위를 핵심 쟁점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소송 당사자들은 CDC의 권고 변경 절차가 행정절차법(Administrative Procedure Act)상 적절한 공청회·근거 제시 없이 이뤄졌는지, 장관의 권한 행사에 초과가 있었는지를 문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은 또한 공중보건상의 위험과 개인 의료결정의 자율성 사이의 균형을 판단해야 한다. 법적 판단은 단순한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넘어 향후 국가 예방접종 정책의 설계, 주(州)별 보건정책의 자율성 및 백신접종 프로그램 운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중보건·경제적 영향 전망
의학계와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이번 권고 변경이 접종률 하락을 초래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접종률이 낮아지면 감염병의 유행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의료비·입원비 증가, 노동력 손실, 학교·사회 활동의 제한 등 광범위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백신 접종 감소가 중대한 감염병 재확산으로 이어질 경우, 단기적으로는 의료 부문의 부담 증가와 공공보건비용 상승이 예상된다. 중장기적으로는 지역별로 보건 불균형이 심화돼 보험사·의료 제공자·주(州) 예산 운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대로 백신 제조·유통업체의 매출 구조는 특정 백신의 권고 변경에 따라 수요 패턴이 변동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관찰 기간, 접종률 변화의 규모, 대응 정책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향후 전망
법정 다툼은 향후 몇 달에서 수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ACIP의 3월 회의 결과와 연방 법원의 판결은 향후 예방접종 권고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또한 주(州) 단위의 대응과 연방정부의 추가적인 정책 해명 여부가 접종률과 공공신뢰 회복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번 사안은 보건정책의 과학적 근거, 행정 절차의 투명성, 그리고 공중보건과 개인 의료결정 권한 사이의 법적·정책적 균형을 둘러싼 복합적 논쟁을 반영한다. 향후 법적 심리와 보건 당국의 추가 설명, 그리고 지역사회와 의료계의 대응이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