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건설이 북미 전역에서 가파르게 확장되며 업계의 전통적 거점인 시장을 넘어 새로운 지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부동산·인프라 서비스 기업인 JLL의 최신 보고서는 이 현상을 ‘분기점(inflection point)’이라고 규정하며, 데이터센터 시장의 지형이 구조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2026년 2월 24일, CNBC의 보도에 따르면 북미에서 진행 중인 데이터센터 건설 파이프라인은 총 35기가와트(GW) 규모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약 64%가 전통적 성숙 시장(예: 버지니아)이 아닌, 신규 확장 지역으로 향하고 있다. 특히 JLL은 텍사스가 머지않아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시장으로 버지니아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며 이를 시장 전환의 신호로 해석했다.
“데이터센터 부문은 공식적으로 과속(하이퍼드라이브)에 진입했다.” — 앤디 체브로스(Andy Cvengros), JLL 미국 데이터센터 시장 공동책임자 겸 전무
JLL은 연말 기준 공실률이 2025년 말 1%로, 2년 연속 사상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러한 저공실률은 투자자 및 시장 참가자들이 우려하는 버블 가능성에 대해 다소간의 반박 근거를 제공한다는 것이 JLL의 설명이다. 보고서는 또한 현재 건설 중인 용량의 약 92%가 투자등급(Investment-grade) 테넌트에 의해 사전 임대(pre-committed)되어 있어 공실률이 최소한 2030년까지 낮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수요 동력과 제약 요인
수요는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와 인공지능(AI)의 인프라 확충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JLL은 상위 5개 하이퍼스케일러가 2026년을 대상으로 약 7,100억 달러의 자본지출계획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동시에 대출 시장은 이러한 수요에 적극적으로 반응해 지난해 기록적 수준인 총 750억 달러의 금융 조달을 보였다.
다만 건설이 이처럼 빠르게 확장하는 속도에도 불구하고, 실물 인프라의 제약은 새로운 개발의 성패를 좌우하는 주요 변수로 남아 있다. 가장 중요한 병목은 전력 인프라이다. 전력망 연결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평균 약 4년 이상에 달해 많은 대형 테넌트는 수년 전부터 용량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전력이 비교적 풍부한 신규 지역으로의 확장이 가속화되고 있다.
JLL의 데이터센터 리서치 책임자 앤드류 배트슨(Andrew Batson)은 “많은 기업이 현장 발전(onsite power generation)을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이는 리스크를 줄이는 대안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장기적으로 전력망 연결을 확보하려는 운영자가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개발·투자 전략의 변화
부동산 개발사들은 이러한 시장 환경에 따라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개발사 누빈(Nuveen)은 현재 강한 수요를 활용하되 단기 개발 후 매각(build-and-sell) 전략을 통해 리스크를 완화하는 접근을 취하고 있다. 누빈의 글로벌 부동산 총괄 책임자 챗 필립스(Chad Phillips)는 “향후 5년 내에는 공급 과잉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그 이후 장기적 구조 변화는 불확실성이 크므로 상대적으로 단기 빌드 후 매도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략 변화는 금융·건설·전력 공급업체 등 관련 산업에 즉각적 영향을 미친다. 단기적으로는 고정된 수요 기반으로 건설사와 장비 공급업체의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 중장기적으로는 전력망 투자와 재생에너지·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증대되어 전력 인프라 관련 업종의 자본투자(CAPEX) 확대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
용어 설명: 하이퍼스케일러와 사전임대
일반 독자에게 친숙하지 않을 수 있는 용어를 정리하면, 하이퍼스케일러는 대규모 클라우드, 검색,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운영하며 대량의 데이터센터 용량을 지속적으로 필요로 하는 초대형 기업군을 뜻한다. 이들은 대규모 컴퓨팅 파워와 네트워크 인프라를 직접 설계·운영하며, 데이터센터 수요의 핵심 축이다.
사전임대(pre-committed)는 건설 단계에서 이미 특정 테넌트와 장기 임대계약을 체결해 완공 시점에 곧바로 사용·수익이 발생하도록 한 상태를 말한다. 보고서의 92% 사전임대 수치는 현재 건설물 대부분이 실제 수요 기반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시장·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 분석
단기적으로 이번 확장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과 관련 서비스 업계에 긍정적이다. 건설·설계·전력설비·냉각장치 등 하드웨어 수요가 늘어나면서 관련 업종의 매출이 증가할 여지가 크다. 또한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산업단지화는 해당 지역의 토지·임대료 상승, 지역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지역 경제에 즉각적 효과를 낳는다.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전력 인프라 투자와 에너지 비용이 핵심 변수다. 데이터센터는 전력 집약적 산업으로, 전력 공급 불안정이나 비용 상승은 운영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전력망 확충과 재생에너지·에너지저장장치 도입 확대는 전력 비용 변동성 완화와 더불어 장기 운영 리스크 축소에 기여할 것이다. 이는 전력 관련 설비 제조업체와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이 된다.
금융 측면에서는 높은 사전임대 비율과 대규모 테넌트의 자본지출 계획이 금융기관의 대출·투자 유입을 촉진한다. 그러나 전력망 연결 지연 등 실물 제약에 따른 일정 지연 리스크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구조와 가격(금리·마진)에 반영될 수 있어, 자금조달 비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론
JLL의 보고서가 지적하듯 데이터센터 산업은 구조적 확장 국면에 진입했다. 텍사스의 부상, 공실률의 역사적 저수준 유지, 높은 사전임대 비율, 하이퍼스케일러의 대규모 자본지출 계획 및 금융시장의 적극적 참여는 향후 수년간 데이터센터 수요를 견인할 주요 요인이다. 반면에 전력망과 같은 제약은 지역별 경쟁력과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므로, 투자자·개발자·정책입안자 모두 전력 인프라와 연계한 전략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핵심 수치 요약: 35GW 건설 파이프라인, 건설분의 64%가 성숙시장 외 확장, 92% 사전임대, 1% 공실률(2025년말), $7100억 2026년 하이퍼스케일러 자본지출계획, $750억 지난해 총 금융조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