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가 미국에서 인기 있는 비만·당뇨 치료제의 리스트가(list price)를 2027년부터 최대 50% 인하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보험 가입자들의 본인 부담비용을 낮춰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회사 측은 설명했다.
2026년 2월 24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노보노디스크는 비만 주사제 웨고비(Wegovy)와 그 경구형 대응제,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Ozempic), 경구 당뇨약 라이벨서스(Rybelsus)의 미국 내 월간 리스트가를 2027년 1월 1일부로 월 675달러로 일괄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현재 웨고비의 리스트가가 약 1,350달러 수준이고 당뇨약들의 리스트가가 약 1,027달러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최대 50%에 달하는 인하다.
회사 발표는 특히 보험의 공제금액(디덕터블)이나 코인슈어런스(비용분담) 설계에 따라 환자의 본인부담액이 리스트가에 연동되는 경우에 집중된다고 명시했다. 노보노디스크는 이번 가격 인하가 이러한 보험 구조를 가진 환자, 즉 고액 공제 보험(high-deductible health plans)이나 코인슈어런스 설계로 인해 실제 부담이 리스트가에 비례하는 환자들의 경제적 장벽을 낮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보노디스크는 그간 소비자 직접 판매(Direct-to-Consumer) 방식으로 웨고비와 오젬픽의 소비자 가격을 인하한 바 있으나, 그 조치는 주로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거나 현금으로 약값을 지불하는 환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이었다. 이번 발표는 보험 적용을 받는 환자들의 본인부담비용을 직접 겨냥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민간 및 공공 지불자, 그리고 환자들이 접근권을 원하며 리스트가 인하를 요구해 왔다. 오늘 우리의 조치는 그 요구에 응답하며 웨고비와 오젬픽의 가치를 더 많은 환자가 실질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비용 장벽을 제거한다.”
— 자메이 밀러(Jamey Millar), 노보노디스크 미국법인장
이번 조치는 경쟁사인 일리릴리(Eli Lilly)와의 시장 경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리릴리는 GLP-1(Glucagon-like peptide-1) 계열 블록버스터 시장에서 다수의 약품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왔으며, 제품 효능과 소비자 직접 공략 전략으로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로이터 보도는 일리릴리가 미국에서 자사 약품의 리스트가를 대폭 인하한 사례는 아직 없다고 전했다.
GLP-1 제제 및 리스트가(list price) 설명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체내에서 음식 섭취에 따른 포만감 증가와 혈당 조절을 돕는 호르몬 작용을 모방하는 약물 계열이다. 당초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체중 감소 효과가 뚜렷해지면서 비만 치료제로도 사용 빈도가 급증했다. 이들 약물은 주사제(예: 웨고비, 오젬픽)와 경구제(예: 라이벨서스) 형태로 제조된다.
리스트가(list price)는 제약사가 공식적으로 책정해 공시하는 약품 가격으로, 실제 환자가 내는 가격(본인부담금)은 보험 설계, 제약사와 보험자 간의 리베이트(환급금) 협상, 약국의 청구 구조 등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코인슈어런스나 고액 공제형 보험에 가입한 환자는 본인부담금이 리스트가에 비례해 높아질 수 있다. 이번 노보노디스크의 조치는 이러한 보험 구조에 의해 부과되는 환자 비용을 직접 낮추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시장 및 재정적 영향 전망
이번 리스트가 인하의 즉각적 수혜자는 리스트가에 비례해 본인부담액을 부담하던 보험 가입자들이다. 월 1,350달러에서 675달러로 인하될 경우, 코인슈어런스 방식의 본인부담률이 동일하다면 환자의 월별 실부담액은 상당폭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치료 접근성 개선으로 이어져 복용·주사 시작 환자 수의 증가를 유도할 수 있다.
그러나 리스트가 인하가 제약사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하지 않다. 리스트가는 보험자·유통망과의 협상을 통해 실질 가격에 영향을 미치며, 가격 인하가 처방 증가로 이어질 경우 총매출이 유지되거나 증가할 수 있다. 반면, 경쟁 심화와 추가적인 가격인하 요구, 보험자들의 비용관리 정책 강화는 장기적으로 마진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정부·민간 보험자들은 단기 재정지출 증가를 우려해 이용 기준을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경쟁 구도 측면에서 이번 조치는 일리릴리 등 경쟁사에 추가적인 가격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리릴리의 약품이 효능 면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가 있는 가운데, 노보노디스크의 리스트가 인하는 소비자·보험자 관점에서 비용 대비 혜택 비교를 다시 불러올 수 있다. 경쟁사의 가격정책 변화 여부는 향후 시장 점유율 변동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정책적·사회적 시사점
GLP-1 제제의 넓은 활용과 급격한 수요 증가는 공공·민간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이번 노보노디스크의 리스트가 인하는 보험 가입자의 실제 부담을 줄이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가격 인하가 보편적 접근 확대와 공공재정의 장기적 지속가능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과정의 일부로 해석돼야 한다. 보건 당국과 보험자들은 약품 사용 기준(예: 적응증, 중증도, 장기치료 필요성)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이번 발표는 제약산업 전반의 가격투명성 및 환자 접근성 논의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공할 수 있다. 리스트가 인하가 다른 대형 제약사의 정책 변화로 이어진다면 의약품 가격 구조의 재편이 가속화될 것이다.
참고: 본 보도는 노보노디스크의 공식 발표 및 2026년 2월 24일 로이터 통신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발표된 수치는 회사의 공시 및 언론 보도를 인용한 것이다. 웨고비, 오젬픽, 라이벨서스는 모두 GLP-1 계열 약물이다.1
사진 설명: 덴마크 코펜하겐 교외의 바그쇠르(Bagsvaerd)에 위치한 노보노디스크 사옥 전경(2026년 2월 촬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