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발 — 독일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가 이번 주 중국을 방문해 베이징과의 관계 재정비를 시도한다. 이번 방문은 미·중 경쟁으로 드러난 동맹 균열과 공급망의 취약성이 노출된 지난해를 거치며 유럽 지도자들이 잇따라 중국과의 실용적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이뤄진다.
2026년 2월 24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메르츠 총리는 총리로서의 첫 중국 방문을 통해 폭스바겐(Volkswagen), BMW(베이엠더블유) 및 메르세데스-벤츠(Mercedes-Benz) 등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업체 최고경영자들을 포함한 고위 기업인 대표단을 이끌고 간다. 방문은 수요일부터 시작되며 이후 다음 주 워싱턴 방문이 예정되어 있다.
방문 목적과 배경
메르츠 총리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창(李強) 총리를 만나 여러 경제 협약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공장과 지멘스 에너지(Siemens Energy) 시설을 방문할 예정이다. 메르츠는 최근 첨단기술, 원자재 및 제조 공급망이 강대국 경쟁의 ‘무기’가 되는 새로운 시대에 직면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무역구조 변화와 독일의 현황
중국은 지난해 독일의 최대 무역 파트너였으며 독일 제조업체들은 수십 년 동안 중국 경제에 깊게 결합되어 왔다. 그러나 지난 5년간 무역 패턴은 크게 변화했다. 독일 관리들은 중국 위안화의 저평가 가능성이 중국 수출업자들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평가하며, 그 결과 수년간 유지되던 독일의 대중국 흑자가 뒤집혀 2025년 기준으로 거의 900억 유로(약 1,060억 달러)에 달하는 대중국 무역적자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무역 불균형은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베를린의 싱크탱크인 메릭스(Merics)의 전무이사 미코 후오타리(Mikko Huotari)는 지적했다.
산업계의 압박
유럽의 주요 제조업체들은 중국의 급성장한 전기차(EV) 제조업체들의 치열한 경쟁과 미국의 관세로 인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미국이 부과한 관세는 수십억 달러의 추가 비용을 초래했으며, 동시에 중국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과 내수시장을 토대로 외국 경쟁자를 점차 배제하고 있다.
“우리는 가격 압박을 보고 있고 거의 모든 부문에서 새로운 경쟁자와 진입자들이 나타나면서 시장 구조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메르세데스-벤츠 중국 담당 책임자 올리버 토에네(Oliver Thoene)는 이달에 말했다.
중국의 전략자원 통제
중국은 세계 가공 희토류와 희토류 자석의 90% 이상을 생산한다. 지난해 중국은 수출 통제 강화를 단행했으며, 이는 서방 제조업체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희토류는 전기 모터, 고성능 자석, 반도체 제조 공정 등 첨단산업의 핵심 소재로, 특정 국가가 생산을 독점할 경우 공급망 취약성이 곧 안보 및 산업 경쟁력의 문제로 직결된다.
용어설명: 희토류(rare earths)는 전자기기, 전기차 모터, 풍력 터빈 등 첨단기술 제품에 필수적인 금속 원소군을 지칭한다. 저평가된 위안화는 통화의 실효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아져 해당국의 수출품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통화 상태를 의미한다.
유럽의 대응과 보호조치
EU는 중국산 제품의 저가 공세로부터 자국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인상 등을 포함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수입 쿼터 축소와 관세 인상으로 철강업체 등 취약 부문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독일의 주요 산업단체들은 메르츠 총리에게 “과잉생산(overcapacity), 경쟁 왜곡(competition distortion), 전략적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 문제를 다뤄달라고 요청했다.
정치·경제적 함의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외교·경제적 변동 속에서 자신을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파트너로 포장하려 노력하고 있다. 방대한 소비시장과 제조업의 기술적 숙련도는 서방 기업들에게 중국을 필수적인 파트너로 만든다. 그러나 중국 내 환경은 외국 기업들에게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으며, 이는 다국적 기업들의 시장 전략 재검토를 촉발하고 있다.
향후 경제 영향 분석
메르츠 총리의 이번 방문에서 체결될 가능성이 있는 경제 협약은 단기적으로는 독일 기업들의 중국 내 영업환경 개선, 시장 접근성 확대, 그리고 일부 공급망 리스크의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구조적 문제인 중국의 산업정책(보조금, 과잉생산)과 통화정책(위안화 평가)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 따라서 독일과 EU는 다음과 같은 추가적 파급 효과에 대비해야 한다.
예상 파급효과(추정)
1) 단기적으로는 협약 체결과 고위급 대화로 불확실성 완화 및 주가·투자 심리 개선이 가능하다. 그러나 관세와 경쟁구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제조업체들의 원가부담과 마진 압박은 지속될 전망이다.
2) 중기적으로 유럽 기업들은 공급망 다변화(리쇼어링 또는 서플라이체인 다각화)에 더 많은 투자를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제조업의 일부 단가 상승을 초래하나 전략적 자립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3)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내수시장 확대와 기술 고도화가 계속될 경우 유럽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추가로 축소될 위험이 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EU와 독일은 산업정책, 보조금, 무역규범 강화, 전략적 소재의 비축 및 대체 공급원 확보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결론
메르츠 총리의 중국 방문은 경제적 현실주의에 기반한 실무적 접근이다. 고위급 대화와 기업 대표단의 동행은 단기적 성과를 도출할 수 있으나, 독일과 EU가 직면한 구조적 도전은 정치, 통화, 산업정책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한 번의 방문으로 완전히 해소되기 어렵다. 따라서 이번 방문은 대중 관계의 ‘재설정(reset)’ 시도이자, 동시에 장기적 공급망 및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적 전환의 출발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
환율 참고: 1달러 = 0.8488 유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