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가 홍콩계 CK 허치슨(CK Hutchison) 계열사가 보유한 핵심 항만 양허(concession)를 공식적으로 무효화하고, 해당 항만의 임시 운영을 덴마크의 AP Moller‑Maersk(머스크)와 스위스 기반의 Mediterranean Shipping Co.(MSC)의 자회사에 이관했다.
2026년 2월 24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파나마 정부는 월요일 관보에 해당 결정을 게재해 지난달 대법원이 내린 판결을 형식적으로 확정했다. 대법원은 파나마 운하 인근의 발보아(Balboa)와 크리스토발(Cristobal) 터미널 양허가 위헌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주요 결정 내용은 파나마 정부가 항만 시설의 통제권을 공식적으로 넘겨받았고, 이에 따라 크레인·차량·컴퓨터 시스템·소프트웨어 등 운영에 필요한 자산을 포함한 전체 시설을 인수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새 양허가 수여되기 전까지 최대 18개월 동안 정상적 운영이 지속되도록 한다고 밝혔다.
임시 운영 배치에 따르면 머스크의 자회사인 APM Terminals가 운하 태평양 측의 발보아 항만을 운영하고, MSC의 항만 운영 자회사인 Terminal Investment가 대서양 측의 크리스토발 항만을 운영하게 된다.

시장 반응으로는 홍콩 상장사인 CK 허치슨(주식코드 1‑HK)의 주가가 화요일 장 개시 후 0.9% 하락했다. 보도 시점까지 해당 주식은 올해 들어 20% 이상 상승한 상태였다.
사건의 배경과 정치적 파장
논쟁은 한동안 미중 간의 지경학적 분쟁으로 비화했다. 전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한 이후, CK 허치슨은 블랙록(BlackRock)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비중국 자산을 매각하는 230억 달러(약 $23조가 아닌 $23 billion) 규모의 거래를 추진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즉각 개입해 해당 매각을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는 행위(kowtowing)”라고 규정하며 거래를 사실상 지연시켰다.
CK 허치슨은 지난달 판결 이후 반발하며 파나마를 상대로 중재 절차를 개시했다. 회사는 2월 12일 성명에서 머스크나 그 자회사가 합의 없이 항만을 운영하려는 어떠한 조치도
“법적 조치(legal recourse)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 또한 파나마가 입장을 변경하지 않을 경우
“정치적·경제적으로 큰 대가를 치를 것”
이라고 경고했다.
법적 쟁점: 양허(concession)의 의미와 위헌 판결
양허(concession)는 민간기업이 공공항만 시설을 장기간 운영·관리하도록 중앙정부가 부여하는 권한을 말한다. 해당 양허에는 항만 운영권, 터미널 관리, 물류 연계, 설비 유지보수 등 실질적 권한이 포함된다. 파나마 대법원은 해당 양허가 헌법 또는 관련 법률 절차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이는 결국 양허 무효화로 이어졌다.
이런 판결은 항만 운영의 법적·계약적 안정성을 중대한 방식으로 흔들 수 있다. 특히 항만은 국가의 주요 수출입 통로로서 운영 권한의 불확실성은 물류 라인, 선사 스케줄, 보험 및 항만 이용료 협상에 즉각적·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경제적·시장 영향 분석
첫째, 단기적으로는 운영 주체의 변경과 법적 분쟁 가능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항로 스케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일부 선사와 화주는 중국 측의 권고 또는 정치적 압력으로 다른 항구로 환적 경로를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중국 관련 국영기업들이 파나마의 신규 프로젝트 협의를 중단하도록 지시받았고, 중국 해운사들에 다른 항구로 화물을 우회하라고 권고한 정황이 있다.
둘째, 운임과 보험료의 변동 가능성이 있다. 만약 항만 혼선으로 인해 선박의 체류 시간(berth time)과 대기 시간이 증가하면 컨테이너 선복 공급이 일시적으로 제한돼 단기 운임 상방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보험사들은 정치적 리스크와 관련해 추가적 리스크 프리미엄을 요구할 여지가 있다.
셋째, 항만 운영자의 변경은 해당 항만을 기반으로 한 물류·유통 기업들의 비용 구조 및 경쟁 구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머스크와 MSC같은 대형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는 운영 효율성과 네트워크 통합을 통해 단기 혼란을 완화할 역량을 갖추고 있으나, 새로운 운영 계약의 조건이나 항만 사용료 재협상은 인근 항만 및 내륙 운송 연계비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넷째, 중장기적으로는 파나마 운하와 인접 항만의 운영 주체에 대한 국가 간 정치적 고려 사항이 국제 무역 흐름에 대한 재조정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은 글로벌 무역로의 안보와 영향력 확대를 국정과제로 삼아왔고, 이번 판결은 미국의 외교적 승리로 평가되기도 한다. 반면 중국은 경제·정치적 보복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이는 파나마에 대한 중국의 투자·프로젝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법적 대응과 향후 전망
CK 허치슨은 이미 중재 절차를 개시했고, 회사 측 경고대로 머스크나 그 자회사가 합의 없이 운영에 나설 경우 추가적인 소송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중재·소송 절차는 수년이 걸릴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손해배상 청구, 국제중재 판정, 그리고 양측 정부 간 외교적 협상이 병행될 가능성이 있다.
파나마 정부는 최대 18개월 내 새 양허를 수여하겠다고 했으나, 실제 입찰과정, 법적·정치적 변수, 입찰 참여 기업의 제약(예: 중국 기업의 참여 여부) 등에 따라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항만 운영의 안정성뿐 아니라 파나마 자체의 투자환경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문가적 관점에서의 시사점
이번 사태는 글로벌 물류 체계에서 항만과 운하가 단순한 상업 인프라를 넘어 지정학적 레버리지(geopolitical leverage)로 작동함을 다시 확인시킨 사건이다. 기업들은 향후 주요 항만과의 계약에서 정치 리스크를 반영한 조항(예: 정부 개입 시의 보상 규정, 임시 운영시의 권리·의무 규정)을 더 엄격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금융시장 관점에서 CK 허치슨의 주가 변동은 이번 판결의 직접적 영향뿐 아니라 향후 소송비용, 보상금 규모, 자산 매각 일정 지연 등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와 MSC는 단기 운영을 통해 네트워크 효율과 고객 신뢰를 확보할 기회를 얻었지만, 장기적 불확실성은 양사 모두에게 전략적 판단을 요구한다.
정리
파나마의 이번 조치는 2026년 2월 24일 관보 게재로 공식화됐으며, 발보아·크리스토발 터미널에 대한 양허 무효화와 함께 머스크의 APM Terminals와 MSC의 Terminal Investment가 임시 운영을 맡게 됐다. CK 허치슨은 중재를 통해 법적 대응에 나섰고, 중국 정부는 파나마에 경제·정치적 압박을 시사했다. 당분간은 항만 운영의 안정성 확보와 향후 양허 재수여 과정에서의 투명성·법적 안전장치 마련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