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장비의 광원 출력을 대폭 향상시켜 2030년까지 칩 생산량을 최대 50%까지 늘릴 수 있는 기술적 진보를 공개했다.
2026년 2월 23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ASML은 자사 반도체 노광장비의 핵심 구성요소인 EUV 광원의 출력을 기존 약 600와트에서 1,000와트로 끌어올리는 기술적 성과를 보고했다. 이 기술은 칩 제조 공정의 처리량을 크게 높여 장비당 시간당 웨이퍼 처리량을 현재의 약 220장에서 약 330장으로 끌어올릴 수 있어 연말까지 장비당 칩 생산량을 최대 50%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됐다.
ASML의 EUV 광원 책임 기술자인 마이클 퍼비스(Michael Purvis)는 샌디에이고 인근 ASML 시설에서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단기간의 시연용 트릭이 아니다. 고객이 요구하는 모든 조건 하에서 1,000와트를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또한 ASML의 NXE 라인 총괄인 튠 반 고흐(Teun van Gogh)는 보도 인터뷰에서 “고객이 훨씬 낮은 비용으로 EUV를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It’s not a parlor trick or something like this, where we demonstrate for a very short time that it can work,” — Michael Purvis, ASML EUV 소스 책임 기술자.
EUV(극자외선) 리소그래피 기술의 핵심 원리와 이번 개선의 내용
EUV 리소그래피는 파장이 약 13.5나노미터인 극자외선 빛을 이용해 실리콘 웨이퍼 위에 회로 패턴을 노광하는 과정이다. 웨이퍼는 감광성 물질인 포토레지스트(photoresist)로 코팅되어 있으며, EUV 빛을 이용한 노광 노출 시간이 짧아질수록 공정 속도와 양산성이 개선된다. ASML 장비는 용융된 주석(tin) 방울을 챔버에 분사하고, 이 방울을 이산화탄소(CO2) 레이저로 가열해 플라즈마 상태로 만든 뒤, 그때 방출되는 EUV 빛을 고정밀 광학부로 집광해 웨이퍼에 투사하는 방식이다. 이 광학부는 Carl Zeiss AG가 공급한다.
회사 측이 밝힌 핵심 개선점은 1초당 약 10만 개의 주석 방울을 생성·처리하도록 드롭 수를 두 배로 늘린 것과, 기존의 단일 레이저 펄스 대신 두 개의 소형 레이저 펄스로 방울을 형상화(쉐이핑)해 플라즈마 전환 효율을 높인 점이다. 이로 인해 단위 시간당 EUV 광 출력이 크게 증가했고, 그 결과 1,000와트 수준의 지속적 출력을 실현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What was achieved – one kilowatt – is pretty amazing.” — Jorge J. Rocca, 콜로라도주립대 교수(레이저 기술 연구실).
정책·경쟁 측면의 배경
EUV 장비는 대만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 인텔 등 고급 공정에서 필수적인 장비다. 이 장비의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미국 양당 정치권은 네덜란드 정부와 협력해 중국으로의 장비 수출을 제한해 왔다. 이에 대응해 중국은 자국 내에서 동급 장비를 개발하려는 국가적 노력을 시작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스타트업 Substrate와 xLight 등이 ASML 기술의 경쟁 후보를 개발하기 위해 수천만에서 수억 달러 규모의 투자금을 조달했으며, xLight는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정부 자금을 확보했다는 보도가 있다. ASML은 이번의 기술적 진보를 통해 잠재적 경쟁자들과의 기술 격차 유지를 도모한다.
생산성·비용 영향과 향후 전망
ASML이 제시한 수치대로라면 장비당 웨이퍼 처리량이 현재 약 220장에서 약 330장으로 증가하면서 시간당 처리량이 약 50% 증가한다. 웨이퍼당 포함되는 칩의 수는 개별 칩의 크기와 설계에 따라 수십 개에서 수천 개까지 달라지므로, 실제 단위 시간당 칩 생산량 증감은 팩토리의 제품 포트폴리오에 따라 차이가 클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장비 당 처리속도가 빨라지면 동일한 생산량을 맞추기 위한 장비 수가 줄어들거나, 같은 장비로 더 많은 칩을 생산할 수 있어 단위 칩당 제조비용 절감으로 이어지는 것이 통상적이다.
이러한 비용 절감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자의 마진 구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최종적으로는 고성능 컴퓨팅 칩이나 인공지능(AI) 관련 칩의 공급 확대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 다만 설비 투자, 공정 전환 비용, 포토레지스트 및 소재 공급 제약, 생산 수율 개선 여부 등 복합 요소가 실효성을 결정하므로 업계 전반의 비용 구조가 즉시 동일 비율로 개선되리라 단정할 수는 없다.
기술적 한계와 향후 개발 경로
ASML 연구진은 이번에 도달한 1,000와트를 넘어 1,500와트까지의 현실적 경로가 존재하며, 근본적 제약이 없다면 2,000와트까지도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비쳤다. 퍼비스는 “1,500와트로 향하는 비교적 명확한 경로를 보고 있으며, 2,000와트까지 갈 근본적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레이저·플라즈마 제어, 광학·열역학적 안정성, 소재 수명, 유지보수 요건 등 다수의 기술적 과제를 완전히 해결해야만 장기간의 안정적 가동이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콜로라도주립대의 호르헤 호아 로카(Jorge J. Rocca) 교수는 본 기술 자체의 성취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여러 기술을 마스터해야 하는 매우 도전적인 과제”라고 덧붙였다.
정책·시장 영향의 요약적 분석
첫째, 미국과 중국 간 기술 경쟁 및 수출 규제 상황에서 ASML의 기술 진전은 네덜란드·미국 중심의 선진 장비 우위를 공고히 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장비 효율 향상으로 인한 단위 생산비 감소는 파운드리 산업의 공급 확대와 가격 경쟁력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중국이 자체 장비 개발을 촉진하는 상황에서 ASML의 격차 확대는 중국의 대체 기술 개발에 대한 압박을 가중시킬 수 있다. 넷째, 반도체 공급망에 있는 소재·부품·광학 업체들(Carl Zeiss 등)의 중요성도 계속 부각될 것이다.
ASML의 이번 발표는 장비당 처리속도와 광원 출력을 높여 반도체 제조의 생산성·경제성을 개선하려는 기술적 진화의 한 단계를 보여준다. 그러나 실제 양산 현장 적용, 수율 확보, 장비의 안정적 운영 및 유지보수 비용 등 추가 검증을 필요로 하며, 업계와 규제 환경, 공급망 동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관찰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