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광범위 관세 부과 권한 제약…트럼프 행정부 관세 조치 무효화하다

미국 대법원은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부과 권한을 제한하는 중대한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1977년 제정된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거의 모든 교역 상대국에 대해 부과한 전 세계적 관세 조처가 연방법상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을 넘어섰다고 판단, 해당 관세들을 일괄적으로 무효화했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장 존 로버츠(John Roberts)가 보수 진영 다수의 다른 재판관들과 달리 중립적 법리 판단을 통해 작성했으며, 판결문은 관세의 환급 여부나 무역 협정, 그리고 대통령 개인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2026년 2월 23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 사건의 원문 기사는 워싱턴발로 2월 21일 작성되었으며 기자는 앤드루 청(Andrew Chung)이다. 대법원은 6대 3의 표결로 하급심 판결을 확정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판결문에서

“오늘 우리의 임무는 IEEPA에 대통령에게 부여된 ‘수입 규제(regulate … importation)’ 권한이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포함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것은 포함하지 않는다.”

라고 단정적으로 적시했다.

판결의 핵심 쟁점은 트럼프 행정부가 IEEPA의 문구 가운데 특정 표현을 근거로 관세 부과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 주장에 대한 법리적 판단이었다. 법원은 해당 문구가 관세 부과와 같은 조세 정책을 대통령에게 부여한다고 해석할 수 없다고 봤다. 기록에 따르면 어떤 대통령도 IEEPA를 근거로 이렇게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한 전례가 없었다.

IEEPA(국제긴급경제권한법)에 대한 보충 설명: IEEPA는 1977년에 제정된 법으로, 국가 안보·외교상 긴급한 상황에서 대통령에게 특정 외교·경제 제재를 신속히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이 법은 수입에 대한 일반적 세금·관세 부과 권한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되지는 않았다. 이번 판결은 IEEPA의 적용 범위와 대통령 권한의 한계를 다시 확정한 의미가 있다.

대법원 내부 구성과 표결 동향을 보면, 이번 판결은 보수 성향의 대법관들 가운데서도 의견이 갈렸다. 로버츠 대법원장과 트럼프가 첫 임기 때 임명한 두 보수 성향의 대법관인 닐 고서치(Neil Gorsuch)에이미 코니 배럿(Amy Coney Barrett)이 진보 성향의 세 대법관들과 함께 판결에 동참하여 합계 6명의 다수 의견을 이뤘다. 반면 나머지 세 보수 성향 대법관들은 반대의견을 냈다.

그동안의 대법원 판결 경향과 관련해, 대법원은 2025년 한 해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긴급 요청(emergency requests)을 잇따라 받아들이며 이른바 ‘섀도 도켓(shadow docket)’을 통해 하급심의 금지명령을 해제하는 결정을 반복적으로 내렸다. 대법원이 긴급 절차로 처리한 28건 가운데 24건에서 트럼프 쪽에 유리한 결정을 내렸고, 1건은 무효화되었다. 이러한 결정은 연방 공무원 해임, 독립 기관에 대한 장악, 군대 내 트랜스젠더 병력 배제, 연고가 없는 국가로의 이민자 추방 등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정책 집행을 신속히 가능하게 했다.

법조학자들과 학계의 반응도 주목된다. 뉴욕대 법학전문대학원 헌법 및 대통령제 전문가인 피터 셰인(Peter Shane)은 “대법원은 반드시 트럼프의 모든 정책에 대해 법적 보호막을 제공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버지니아 윌리엄앤메리 법학전문대학원의 조나단 애들러(Jonathan Adler) 교수는 “대통령은 오래된 법 조항으로 새로운 정책을 정당화할 수 없다. 현행 법률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면 대통령은 의회에 새로운 입법을 요청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응은 강경했다. 그는 판결 직후 기자들에게 해당 결정이 자신과 일부 공화당 지명 대법관들에 대한 개인적 공격이라고 표현하며, 판결에 반대한 공화당 지명 대법관들을 포함해 일부 재판관들을 “바보들(fools)”과 “민주당의 하수인(lapdogs)”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또한 “그들은 매우 비애국적이고 우리 헌법에 대해 불충실하다(It’s my opinion that the court has been swayed by foreign interests).”고 주장했다.

법적·정치적 파장은 복합적이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대통령 권한의 범위를 적극적으로 통제할 수 있음을 재확인함으로써 의회와 대법원 사이의 권력 배분에 중요한 선례를 남겼다. 동시에, 2024년에 로버츠 대법원장이 작성한 판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선거 무효화 관련 형사 책임에 대해 넓은 면책을 인정한 사례와 병행해 관측자들 사이에선 대법원의 독립성과 입장 일관성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법정 절차와 용어 설명 — ‘섀도 도켓(shadow docket)’: ‘섀도 도켓’은 대법원이 통상적인 심리·심판 과정을 거치지 않고 긴급 구제를 신속히 결정하는 절차를 일컫는 비공식적 명칭이다. 통상적인 대법원 심리는 수개월에 걸쳐 서면 심리와 구두 변론을 거쳐 이루어지지만, 섀도 도켓은 제한된 서면 자료와 구두 변론 없이 빠르게 결정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심리의 깊이와 공개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다.

과거 주요 판결과 연계성을 보면 대법원은 트럼프의 초임기 동안에 일부 주요 정책들에 대해 제동을 걸기도 했다. 예컨대 국센서스에 시민권 질문을 추가하려는 시도와 어린 시절 불법 입국한 이민자들에게 부여된 추방유예(DACA) 정책의 완전 폐지 시도는 대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또한, 2024년 대법원이 트럼프에게 넓은 형사면책 범위를 인정한 판결은 이미 법적·정치적 파장을 일으켰다.

전문가 평가와 향후 전망: 이번 판결은 단순히 한 정책을 무효화한 차원을 넘어, 법률 해석의 한계와 입법부의 역할을 재확인하는 계기로 해석된다. 윌리엄앤메리의 애들러 교수는 “대통령은 기존 법의 문구로 모든 새로운 정책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뉴욕대의 셰인 교수는 이 판결이 순수한 법리 질문에 대해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를 자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경제적 파급 효과 분석: 이번 판결로 광범위한 관세 부과 조치가 무효화되면서 수입품 가격, 공급망 비용, 특정 산업의 수출입 전략 등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관세가 철회되면 단기적으로는 해당 관세로 인해 상승했던 소비재 가격이 하향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이미 관세 부과로 전략을 재편한 기업이나 상품 공급망의 경우 혼선이 발생할 수 있고, 관세로 보호받던 일부 국내 산업은 경쟁 압력에 노출될 수 있다. 또한, 판결은 무역 파트너들 및 국제 무역 협상에 새로운 변수를 제공하며, 의회와 행정부가 향후 입법 또는 행정적 대응을 통해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 다만, 대법원이 환급 또는 소급 적용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관세 부과 기간 동안 발생한 재정·회계 문제에 대한 구체적 해소 방안은 추가적 법적·행정적 절차를 통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은 오는 4월 1일에 또 다른 논란의 중심 사안인 출생지주의 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 제한 지침의 합법성에 관한 심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사건 역시 대통령 권한의 범위와 관련한 중대한 법적·헌법적 문제를 수반하고 있어, 향후 대법원의 추가 판단은 행정 권한의 경계와 미국 내 정치·사회적 갈등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참조 인물 및 기관: 기자 Andrew Chung, 대법원장 John Roberts, 대법관 Neil Gorsuch, 대법관 Amy Coney Barrett, 법학자 Peter Shane, Jonathan Adler, John Yoo, 대법관 Ketanji Brown Jackson,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 로이터 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