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법원 판결로 트럼프 행정부의 즉각적 관세 부과 권한 약화
워싱턴발 — 미국 대법원이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광범위하게 부과한 관세 권한을 무효화한 결정은 대통령이 언제든지 예고 없이 관세를 위협하고 부과할 수 있는 능력을 약화시켰다. 그러나 이 판결이 무역 파트너나 기업들이 안심할 정도의 불확실성 종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2026년 2월 22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관세 조치에 대해 6-3의 다수 의견으로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몇 시간 안에 모든 수입품에 대해 새로이 10% 관세를 부과하고 추가 관세로 이어질 수 있는 새로운 무역 조사들을 지시했으며, 그로부터 24시간도 채 되지 않아 그 세율을 법이 허용하는 최대인 15%로 인상했다.
관세 전환과 기간 측면에서 중요한 사실은, 대체 관세로 제시된 10% 관세(이후 15%로 상향)는 한시적 조치이며 150일만 지속된다는 점이다. 이 점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대통령이 과거 IEEPA를 통해 행사하던 “언제든지, 어디서든, 어떤 이유로든” 관세를 휘두를 수 있는 힘을 크게 축소시킨다.
“그는 가장 좋아하던 도구를 잃었다” —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선임부사장(전 미 무역 당국자)
전문가들은 이 판결이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력을 약화시키지만 완전히 무력화시키지는 않았다고 평가한다. 윌리엄 레인스(전 고위 미 정부 관료·전략국제문제연구소 소속)는 이 판결로 대통령이 보유한 ‘큰 몽둥이’를 흔들 수 있는 능력을 상당 부분 빼앗겼다고 진단했다. 반면, 단기적으로는 판결로 인해 불법으로 판정된 일부 관세들이 법적으로 취소되거나 환불되어야 하는 문제, 그리고 행정부가 대체 법적 근거로 부과할 다른 관세들이 언제, 어떻게 시행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마이클 프로먼(외교문제협의회 회장·전 미 무역대표부 수석협상역)은 지적했다.
이미 체결된 협정과 프레임워크의 향방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수개월 동안 IEEPA 기반의 관세 위협을 바탕으로 거의 20개 국가와 체결한 것으로 알려진 무역 프레임워크나 보다 확정적인 거래들이 판결의 직접적 영향권에 놓였다. 행정부와 트럼프 대통령, 그리고 무역 대표 제미슨 그리어와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금요일 성명에서 이러한 거래들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에 따르면 일부 거래의 관세율은 임시적 보편 세율보다 높은 수준일 수 있지만 거래 자체는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실무적으로 각국이 이러한 거래를 취소하거나 재협상하려 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촉발해 추가적인 보복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현실적 우려 때문이다. 미리엄 사피로(전 고위 미 무역 당국자·콜롬비아대 국제공공정책 겸임교수)는 트럼프가 ‘무역 바주카’를 잃었을지라도 기존 거래가 쉽게 붕괴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만 향후 신규 또는 진행 중인 협상에서 상대국들이 이전보다 다소 더 큰 협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생겼다고 진단했다.
전문가 발언 요약
웬디 커틀러는 불확실성이 트럼프에게는 실질 관세 이상의 지렛대가 되었다고 말했다. 조시 립스키(애틀랜틱카운슬 국제경제학 의장)는 판결이 트럼프의 국제 경제·무역 의제에 중요한 타격을 주었다고 봤지만 다른 법적 권한들이 여전히 남아있어 완전한 무력화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톰 랭메이지(미주한국경제연구소 경제정책 분석가)는 특히 한국 측과 기업들이 행정부의 대체 관세 수단 사용 가능성을 감안해 기존 약속을 유지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 용어 해설
이번 기사에서 핵심으로 등장하는 IEEPA(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 즉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은 미국 대통령에게 국가 비상사태를 근거로 외국과의 경제적 거래를 제한하거나 자산동결, 수입금지 등 경제적 제재를 단기간에 신속히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권한을 말한다. 본 판결은 이 법을 관세 부과의 근거로 광범위하게 사용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또한 기사에서 언급된 ‘프레임워크 딜’은 완전한 자유무역협정(FTA)처럼 법적 구속력이 확정된 협정이라기보다는 관세, 투자, 시장접근 등에 대해 합의된 기본 원칙과 약속이 담긴 협의체·합의안들을 의미한다. ‘관세 환불’은 행정·법적 절차를 통해 부당하게 징수된 관세금의 반환을 요구하는 과정이나, 절차상 복잡성과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영향 및 전망 — 실물경제와 시장에 미칠 효과
단기적으로 보면 이번 판결은 무역 파트너와 다국적 기업에 일부 안도감을 줄 수 있으나, 행정부의 즉시적 대응(10%→15% 인상)과 추가 무역조사 지시로 인해 불확실성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관세가 소비재와 중간재의 수입가격을 올리면 기업의 원가 부담 및 소비자 물가로의 전가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번 대체 관세가 한시적(150일)이라는 점과 향후 제정될 다른 법적 근거에 따라 관세 세율과 대상이 달라질 수 있어 기업의 공급망 전략과 가격 책정에 변수가 남아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첫째, 행정부가 다른 법적 권한을 통해 제한적·목적별 관세를 도입하면 특정 국가·산업에 대한 표적형 보호주의 재등장이 가능하다. 둘째, 주요 교역국들이 협상력을 바탕으로 추가 양보를 이끌어내려 할 경우 일부 거래는 강화되거나 구체화될 수 있다. 셋째, 환불 문제와 법률적 공방으로 인해 과거에 부과된 관세금의 정산이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이어질 경우 기업의 재무·회계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금융시장 관점에서는 관세 불확실성의 축소가 확인될 경우 단기적인 위험 프리미엄 축소로 이어질 수 있으나, 판결 이후 정부의 재량적 대응 강도에 따라 통화·채권·주식시장에 상이한 영향을 줄 수 있다. 관세가 산업별 비용구조를 바꾸는 만큼 소재·자동차·전자 등 수입 중간재 의존도가 높은 업종의 실적과 주가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결론
대법원의 6-3 판결은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관세 부과 수단을 제약했지만, 행정부의 신속한 대체 조치와 추가 조사 지시로 인해 무역 파트너와 기업들이 당장 느끼는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았다. 향후 관세의 법적 근거, 환불 절차의 처리, 그리고 기존 프레임워크 딜의 지속 여부가 시장과 무역관계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장기적으로는 대통령의 외교·비무역적 제재 수단으로서 관세 사용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나, 실제 영향은 향후 수개월간의 행정부 대응과 각국의 협상 행태에 달려 있다고 평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