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미 연방대법원 판결에 경계…무역 불확실성 ‘새 국면’ 촉발

미국 대법원의 관세 조치 일부 무효화 판결이 단기적으로는 유럽 수출업체들에 희소식처럼 보였으나, 유럽 기업들은 이번 판결이 오히려 더 큰 불확실성의 문을 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탈리아 와인업계부터 독일의 화학 대기업까지 대서양 건너편의 산업계 전반에서 이번 판결이 기존의 문제를 다른 형태로 전환시키며 거래 관행과 공급망에 새로운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2026년 2월 2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 연방대법원(SCOTUS)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프로그램에서 핵심적으로 적용된 I.A.E.P.A.(국가비상권한법)의 관세 적용 일부를 무효화했다. 다만, 대법원 판단이 전면적인 무역전쟁의 종식을 뜻하지는 않으며, 행정부는 다른 법적 근거를 통해 새로운 관세 조치를 재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된다.

산업계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신중하다. 이탈리아 와인·농업계를 대표하는 UIV의 파올로 카스텔레티(Paolo Castelletti)는 미국이 2024년 기준으로 이탈리아 와인 수출의 최대 시장이며 수출액이 €1.9 — 정확히는 €1.9억이 아닌, 기사에 제시된 통화 단위는 €1.9 billion(2024)로 표기되었다 — 임을 상기시키며, 판결이 오히려 주문(오더) 동결을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 화학 산업 로비단체 VCI의 대표 볼프강 그로세 엔트룹(Wolfgang Grosse Entrup)은 이 시기를 “안정의 시기가 아니라 ‘새로운 불확실성의 라운드’”라고 규정했다. 프랑스의 고급 소비재·화장품 협회 FEBEA 또한 관련 정부 조치의 추가 변수가 생길 것을 예상하며 “매우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일시적 승리일 수 있으나, 행정부가 다른 법적 근거를 찾아 관세를 재도입할 가능성은 높다.”


법적 권한의 변화와 그 의미

대법원의 판결은 국가비상권한법(IEEPA: 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을 관세 근거로 삼는 관행을 붕괴시켰다. IEEPA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해 경제 제재·규제를 부과할 수 있는 연방법이다. 이 법을 관세에 적용하는 관행이 무너지면서, 행정부는 고용법·무역법 등 다른 법적 수단을 통해 새로운 관세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할 여지가 생겼다. 이러한 법적 전환은 명확한 규칙 없이 시행되는 정책 전환을 의미할 수 있으며, 기업들은 장기 계약과 공급망 계획을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전문가 해설: IEEPA와 같은 비상권한법은 일반적으로 신속한 대응을 가능하게 하나 법적 근거가 상대적으로 광범위하다. 이번 판결은 그러한 광범위한 권한 행사를 제약함으로써 단기적 법적 안전성을 회복시켰으나, 동시에 행정부가 다른 법률을 통해 동일한 목표를 달성하려는 유인(incentive)을 강화했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은 법적 기반의 불확실성에서 정책의 방향성 불확실성으로 위험이 이동했다고 봐야 한다.


물류와 공급망에 대한 영향: ‘되돌릴 수 없는 변화’

물류·운송 전문가들은 이미 공급망에 가해진 충격의 일부는 돌이킬 수 없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선사·물류 분석업체 Xeneta의 수석 애널리스트 피터 샌드(Peter Sand)는 ‘리스크 축소(de-risking)’ 경향과 관세 부담이 큰 지역에서 공급망을 이전하는 움직임은 구조적 변화이며, 이번 판결로 인해 이미 실행된 전환을 되돌리기에는 시기가 늦었다고 설명했다. 많은 선주와 물류기업은 지난 1년 동안 25%~35%에 달하는 관세(levies)를 회피하기 위해 대체 조달처와 운송 루트를 마련했고, 이는 비용 구조와 계약관계에 영구적 변화를 초래했다.

시사점: 관세가 일시적으로 완화되더라도 운송비, 창고비, 장기계약상의 조건 변화 등은 당장 원상복구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단기적 가격 하락이 있더라도 공급망 복원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전망이다.


환불 기대와 현실

대법원 판결은 이론적으로 환불(refunds)의 문을 열었지만, 실무적으로는 쉽지 않다. 기사에는 최대 $1750억($175 billion)에 달하는 환불 가능성이 언급되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 새로운 10% 전세계 관세(global tariff)를 발표한 점과 환불 여부에 대해 애매모호한 입장을 표명한 점을 고려하면, 유럽 기업들이 당장 현금을 되찾을 가능성은 낮다. 환불 절차는 행정적·법적 다툼을 거치며 수년이 소요될 수 있다.

전문적 분석: 환불 규모가 거론되더라도 실제 수령 시점과 금액은 소송 결과와 행정절차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투자자와 기업은 즉각적인 현금 유입을 기대하기보다 법적 대응 비용과 장기적 회복 시나리오를 함께 고려한 보수적 포지셔닝이 필요하다.


부문별 영향 요약

이탈리아 와인·농업: 미국이 이탈리아 와인 수출의 핵심 시장이라는 점에서(2024년 수출액 약 €1.9 billion), 주문 동결과 유통혼란이 단기적 매출 감소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UIV의 파올로 카스텔레티는 운영자들이 상황을 지켜보며 주문을 보류할 위험을 경고했다.

독일 화학: BASF, Bayer 등 대형 화학기업을 대변하는 VCI의 볼프강 그로세 엔트룹은 ‘새로운 라운드의 불확실성’이 산업 전반의 투자·계약 결정을 지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화학제품은 장기 공급계약과 대규모 원자재 조달에 의존하므로 정책의 변동성이 비용 불확실성으로 곧바로 연결된다.

프랑스 럭셔리·화장품: FEBEA는 고급 소비재 부문이 추가 규제나 타깃 조치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가 제품은 관세·비관세 장벽 변화에 민감하므로 소비자 가격과 수요 변동이 즉각적일 수 있다.


향후 정책 및 시장 영향 전망

이번 판결은 단기적 완화와 중장기적 재편을 동시에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몇 달 동안 관찰해야 할 핵심 지점은 다음과 같다.

1) 행정부의 법적 수단 선택: 의회통과를 거치지 않고도 적용 가능한 다른 법률조항을 통해 관세를 부과할 경우, 기업들은 또 다른 규제적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

2) 환불 소송의 진행 속도: 환불 청구가 실제 집행되려면 행정절차 및 소송 과정이 수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환불 기대를 전제로 한 투자·현금흐름 계획은 위험하다.

3) 공급망 재구성의 영속성: 이미 진행된 리스크 축소 움직임은 비용 구조와 계약관계를 장기적으로 바꿨다. 단기적으로 관세가 완화되더라도 공급망이 즉시 역전되지는 않을 것이다.

시장 참여자(투자자, 수출기업)의 권고‘보수적 포지셔닝(cautious positioning)’이다. 단기적 주가 혹은 수익 개선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계약 조항 개정, 공급처 다변화, 환율 변동성 대비 및 법률 비용을 포함한 시나리오 분석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용어 설명

IEEPA(국가비상권한법): 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의 약자로, 미국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경우 국제 경제 활동을 규제·제한할 권한을 부여하는 연방법이다. 이번 판결에서는 이 법을 관세 부과 근거로 활용한 점이 문제시되어 해당 적용 일부가 무효화되었다.

리스크 축소(de-risking): 특정 지역 혹은 거래 상대방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공급망·생산기지를 다변화하는 전략을 말한다. 비용은 증가할 수 있으나 지정학적·무역 관련 충격에 대한 노출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결론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표면적으로는 유럽 수출업체에 대한 즉각적인 규제 완화로 보일 수 있으나, 행정부의 정책 전환 가능성, 환불 집행의 불확실성, 그리고 이미 진행된 공급망 재편이라는 세 요소가 결합되어 단기적 완화와 중장기적 불확실성의 공존을 초래한다. 유럽 기업들은 향후 몇 달 동안 법적·정책적 전개와 공급망의 구조적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면서 보수적인 재무·계약 관리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