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법원, 트럼프 관세 판결로 완화됐지만 유럽 기업에는 불확실성·역효과 확대

밀라노·프랑크푸르트·런던·파리, 2026년 2월 21일 — 유럽의 와인 생산자부터 화학·제약사, 증류주 업체에 이르기까지 미국 대법원의 결정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시행한 대규모 관세 조치의 상당 부분이 무효화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더 큰 불확실성이 남았다고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밝혔다.

2026년 2월 21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연방대법원국가 비상사태를 근거로 한 광범위한 관세 부과 조치를 무효로 판결했다. 이 판결은 글로벌 경제 전반에 파급효과를 미칠 사안으로 평가되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정치·정책적 큰 타격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오랫동안 관세 부과에 맞서 싸워온 다수 기업이 즉각 환영의 뜻을 밝힌 것과 달리, 유럽의 무역단체와 기업, 시장 분석가들은 이번 판결이 오히려 무역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향후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탈리아 와인 단체 UIV(이탈리아 포도주 협회)의 사무총장 파올로 카스텔레티(Paolo Castelletti)는 “이번 판결은 부메랑 효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어 운영자들이 보다 명확한 규제 틀을 기다리며 주문을 동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은 2024년 기준으로 이탈리아 와인의 최대 수출국으로, 미국 수출액은 2024년 약 19억 유로(약 23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이탈리아 전체 와인 수출의 거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관세 변경은 특정 수출 품목과 기업들의 매출·공급망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이번 판결은 관세 분쟁이 끝났다는 신호가 아니다.”

법률회사 King & Spalding의 국제무역 담당 그룹 의장 스티브 오바라(Steve Ovara)는 자문을 맡고 있는 기업들, 즉 대형 제조사와 소비재·기술 기업 대다수가 관세 완화가 단기간에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추가적인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화학·제약 산업 로비단체 VCI(독일화학·제약산업협회) 전무이사 볼프강 그로세 엔트럽(Wolfgang Grosse Entrup)은 “우리 기업들에게 이번 판결은 안정의 시작이 아니라 새로운 불확실성의 국면”이라며 “이 조치로 관세 갈등이 종결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오해하고 있다. 다른 법적 근거로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화물 운임 가격 플랫폼 제넥타(Xeneta)의 수석 애널리스트 피터 샌드(Peter Sand)는 운송업체들의 정치적 위험이 여전하며, 공급망을 위험 분산(de-risk)하려는 추세는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많은 운송업체의 공급망에 이미 입은 손상은 되돌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기업들, 관세 완화의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우려

프랑스 화장품 단체 FEBEA(프랑스 화장품·미용산업연맹)는 로레알(L’Oreal) 등 회원사를 둔 단체로 이번 판결에 대해 “매우 신중하다”고 말하며 미국 정부의 후속 대응, 특히 새로운 관세 부과 가능성을 주의 깊게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FEBEA 사무총장 엠마뉘엘 기샤르(Emmanuel Guichard)는 “관세 문제의 굴곡과 변화에 이미 익숙해져 있다”고 언급했다.

이탈리아 농업인 단체 콩파그리콜투라(Confagricoltura) 회장 마시밀리아노 지안산티(Massimiliano Giansanti)는 이번 판결이 “트럼프 관세의 법적 근거 전체를 무너뜨렸다”면서도 동시에 수출업체들이 미국 관세에 적응하던 시점에 사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은 우리가 확실성을 필요로 하는 시점에 깊은 불안정을 초래한다”며 미국 수입업자들과의 공동 절차가 진행 중이던 상황을 강조했다.

아일랜드 위스키 수출업자들도 다음 조치를 지켜보는 단계라고 말했다. 아일랜드 위스키 협회장 이언 오 카한(Eoin Ó Catháin)은 정치적 협상과 긴장 완화가 관세 문제 해결에 더 현실적이라고 보았고, “이번 판결이 관세를 완전히 제거하는 특효약(silver bullet)은 아니다. 단지 또 다른 복잡성”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즉각적 대응과 환급 문제

로이터 보도에 포함된 내용에 따르면, 판결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초기 150일 동안 전세계에 대해 10%의 새로운 관세를 발표했으며, 관세 환급 여부와 시점은 명확하지 않다고 인정했다. 기사에는 또한 관세 환급은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도 명시되어 있다.

기사 말미에 제시된 환율 표시에 따르면 $1 = 0.8490 유로로 표기되어 있어 달러-유로 환율 변화가 수출입 가격과 매출에 미치는 영향도 주목된다.


용어 설명: ‘국가 비상사태를 근거로 한 관세’와 환급 문제

이 기사에서 언급된 관세 부과 근거는 국가 비상사태 등 대규모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뜻한다. 이러한 법적 근거는 신속한 조치를 가능하게 하나, 적용 범위와 한계, 사후적 법적 검토의 대상이 되기 쉬워 복잡한 법적 다툼을 초래할 수 있다. 관세 환급과 관련해서는 관세가 소급 적용되거나 이미 납부된 금액을 환급받으려면 복잡한 행정 절차와 법적 청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거나 전혀 환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적 분석: 단기적 영향과 향후 전망

이번 판결은 표면적으로는 관세 부담 경감을 의미하지만, 실제로는 다음과 같은 다층적 영향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첫째, 단기적 주문 보류·투자 지연이다. 유럽의 수출업체와 수입업자들은 새 규칙의 구체화와 미국 측의 후속 조치를 기다리며 보수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제품의 공급 지연과 계약 재협상이 증가할 수 있다.

둘째, 공급망 재구성 비용의 지속화다. 제넥타의 피터 샌드가 지적한 대로, 이미 진행된 리스크 분산 전략과 운송 경로 변경은 비용이 수반되며 단기간 내에 원상회복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운송비와 재고 유지 비용이 장기적으로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셋째, 정치적·무역관계의 불확실성 증대다.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다른 법적 근거를 통해 재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경고는 무역협상과 다자간 무역체계에 긴장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이탈리아 와인처럼 대미 의존도가 높은 품목은 환율 변동과 관세의 변동성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넷째, 가격 전달과 소비자 영향이다. 기업들이 단기 비용 상승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최종 소비재 가격 상승과 수요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특정 프리미엄 수출품(예: 이탈리아 와인, 아일랜드 위스키, 프랑스 화장품 등)은 특히 가격 탄력성이 작지 않은 시장에서 판매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대응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금융시장과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달러-유로 환율 변동은 수출 경쟁력과 수익성에 직결되므로, 기업들은 헤지 전략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실무적 권고

유럽 내 수출기업과 수입업체들은 다음과 같은 실무적 대응을 검토해야 한다. 첫째, 단기 계약과 주문에 대한 유연한 조항을 재검토해 관세·무역 규정 변동에 대한 리스크를 관리할 것. 둘째, 환율 변동성에 대비한 금융 헤지 전략을 강화할 것. 셋째, 미국 파트너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주문·유통 경로 변경 가능성을 사전 조율할 것. 넷째, 관련 법적 리스크와 환급 가능성에 대해 전문 법률 자문을 확보해 미지급 관세 환급 청구 등의 절차를 준비할 것.


이번 사안은 관세 정책 변화가 단순한 비용 문제를 넘어 공급망, 무역관계, 금융시장 전반에 연쇄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기업들은 단기적 안도감에 안주하기보다 다각적인 리스크 관리와 장기 전략 재설계를 통해 변화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