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법원, 트럼프의 IEEPA 기반 광범위 관세 무효화 판결

워싱턴, 2026년 2월 20일 — 미국 연방대법원은 20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일방적으로 부과한 광범위한 수입관세를 무효화했다. 이번 판결은 대통령 권한 범위에 관한 중대한 선례를 남기며 글로벌 경제와 무역 정책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26년 2월 20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은 보수 성향의 존 로버츠(John Roberts) 수석대법관이 작성한 6대 3 의견으로 하급심 판결을 유지했다. 로버츠 수석대법관은 판결문에서

“대통령이 이와 같은 비상적 권한을 주장하려면 명확한 의회의 승인을 제시해야 한다(‘point to clear congressional authorization’)

라고 지적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IEEPA 기반 관세 부과는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사안의 쟁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회의 신속한 입법 승인 없이 IEEPA를 근거로 거의 모든 교역 상대국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점이다. 트럼프는 관세를 국가 경제안보를 지키기 위한 필수 수단이라고 주장했으나, 미국 헌법은 세금과 관세 부과 권한을 의회에 부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IEEPA의 적용 범위와 대통령 권한의 한계를 둘러싼 법적 해석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이번 소송은 관세로 피해를 입은 기업들과 12개 주가 제기했다. 해당 주는 애리조나, 콜로라도, 코네티컷, 델라웨어, 일리노이, 메인, 미네소타, 네바다, 뉴멕시코, 뉴욕, 오리건, 버몬트이다. 또한 워싱턴 소재 연방항소법원(연방법원 제연방회로)은 다섯 개의 소규모 수입업체와 주 정부들의 손을 들어줬고, 별도로 워싱턴 소재 연방 지방법원은 가족 소유의 장난감 제조업체인 러닝 리소스(Learning Resources)의 손을 들어줬다.

재정적 영향 측면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IEEPA 기반 관세는 향후 10년간 조 단위(trillions of dollars) 규모의 세수 창출이 전망되기도 했다. 다만 행정부는 2025년 12월 14일 이후 관세 징수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펜-와튼(Penn-Wharton) 예산 모델의 경제학자들은 IEEPA 기반 관세로 징수된 금액을 1,750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했고,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이 금액은 환불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의회 비권한화 주장과 관련해 대법원은 IEEPA가 대통령에게 비상시 통상 규제 권한을 부여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법률 자체에 ‘관세(tariffs)’라는 단어가 명시적으로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법무부를 통해 IEEPA가 대통령에게 수입을 ‘규제(regulate)’할 권한을 부여하므로 관세 부과를 포함한다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IEEPA 설명(용어 해설): 국제비상경제권한법(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 IEEPA)는 1977년 의회가 제정하고 민주당 소속 지미 카터(Jimmy Carter) 대통령이 서명한 법률이다. 이 법은 대통령에게 국가 비상사태 시 외국과의 경제거래를 규제하거나 자산을 동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지만, 전통적으로는 적국 제재 및 자산 동결 등 제재 목적으로 사용되어 왔고, 관세 부과를 명시적으로 규정하지는 않았다.

대통령의 기타 법적 근거로는 국가안보를 근거로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별도 법 조항과, 미 무역대표부(USTR)가 외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이유로 보복적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조항 등이 있다. 재무부 장관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등 행정부 관리는 대법원 판결 이후 가능한 한 많은 관세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법적 근거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적 파장은 즉각적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관세를 통해 다른 나라를 압박하고 교역 파트너로부터 거액의 투자 약속이나 시장 접근 확대를 이끌어내는 전략을 구사해왔으며, 이는 교역국들의 불만을 초래하고 다수의 우방국과 마찰을 빚었다. 트럼프가 2025년 4월 2일 스스로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이라고 명명한 날 발표한 ‘상호적(reciprocal)’ 관세 조치가 대표적 사례다.

시행 시기와 대상: 트럼프는 2025년 2월과 3월 중국, 캐나다, 멕시코에 대해 펜타닐과 불법 약물 밀반입을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하면서 IEEPA를 근거로 관세를 부과했다. 이처럼 트럼프는 관세를 무기화해 브라질의 전 대통령 재판, 인도의 러시아산 석유 구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반관세 광고 등 정치적 사안에도 관세를 연계해왔다.


법률·정책적 함의: 이번 판결은 대통령 권한 확대를 견제하는 의미가 크다. IEEPA를 관세 근거로 확장 적용하려는 시도는 헌법상 조세·관세 권한을 가진 의회의 권한을 축소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법원은 명확한 입법 근거가 없으면 행정부의 일방적 권한 행사를 제약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경제적·시장 영향 분석(전문적 통찰): 단기적으로는 관세 취소·환불 가능성, 무역정책 불확실성 감소, 글로벌 공급망 조정 기대 등으로 시장의 혼란이 일부 완화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관세가 부과된 기간 동안의 가격 인상과 공급망 왜곡은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소비재 및 중간재 수입 가격의 하락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할 수 있으나, 관세의 환불 여부와 범위에 따라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은 기업별로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재정 측면에서는 IEEPA 기반 관세가 연간 수백억 달러 규모의 세수를 초래했고, 의회와 법원이 이를 다투는 과정에서 단기 재정수지와 예산 편성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의회예산국(CBO)은 모든 현재 관세가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향후 10년간 연평균 약 3,000억 달러의 수입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정한 바 있다. 반면 2025 회계연도 실적에서는 순 관세 수입이 1,950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회계연도 종료일: 2025년 9월 30일, 미 재무부 자료).

정책적 대응과 전망: 행정부는 대법원 판결 이후 국가안보 근거의 다른 법률이나 무역대표부의 불공정무역 조항 등을 통해 일부 관세를 재도입하려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IEEPA가 제공하던 즉시적이고 광범위한 적용력을 다른 법률로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 의회가 새 법을 제정해 대통령에게 보다 명확한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 한, 향후 유사한 대규모 관세 조치는 시행까지 상당한 시간과 법적 절차를 필요로 할 전망이다.

법적 절차와 환불 문제: 법원이 판결을 확정함에 따라 이전에 징수된 관세의 환불 여부와 범위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다. 행정부는 징수액 공개를 중단했으며, 펜-와튼 추산치인 1,750억 달러는 환불 규모의 잠정적 기준이 될 수 있다. 환불이 현실화되면 연방 재정계정 및 기업의 수익·비용 구조에 즉각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결론: 이번 판결은 행정부의 비상권한 행사를 제한하고 의회 권한을 재확인했다는 측면에서 제도적 의미가 크다. 경제적으로는 단기적 불확실성 해소와 함께 이미 진행된 관세의 잔재(가격 인상, 계약 조정 등)가 남아 있어 산업별·기업별 차별적 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관세 정책은 법적 근거를 둘러싼 의회·행정부의 정치적 협상과 추가 소송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