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도입한 주요 관세 조치의 상당 부분을 무효화했다. 이번 판결은 트럼프 행정부가 거의 모든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부과한 관세 정책에 중대한 제약을 가하는 결정이다.
2026년 2월 2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이 관세 부과를 명시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은 의회의 명확한 권한 없이 관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렸다.
공식 백악관 사진: Joyce N. Boghosian
대법원의 판단은 6대 3의 판결로 내려졌으며, 법원은 IEEPA가 관세 부과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관세의 근거로 제시한 법적 권한에 대해
“He cannot.”
라고 단호히 밝혔다.
이번 판결은 여러 실무적·재무적 쟁점을 남긴다. 환불 문제가 대표적이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관세로 이미 수납된 금액을 환불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판단하지 않았으나, 브렛 캐버노(Brett Kavanaugh) 대법관은 반대의견에서
“환불 절차는 아마도 ‘엉망’이 될 것”
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펜실베이니아대학교의 워튼 예산모형(Wharton Budget Model) 경제학자들이 미국이 환불해야 할 관세가 1,750억 달러(약 1750억 달러 이상) 수준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고 전했다.
자료: YCharts
사건 경과와 배경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2일을 스스로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이라고 칭하며 대규모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이는 투자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며 즉각적인 약세장(베어마켓)을 촉발했다. 이후 일부 관세는 연기되거나 철회되었고, 여러 국가와의 무역협상이 진행되며 관세 구조가 조정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판결은 당시 도입된 관세 조치의 법적 기반 자체를 재검토하게 만든다.
재정·거시경제적 함의
이번 판결은 연방 재정과 금융시장에 다양한 파급 효과를 줄 수 있다. 먼저 의회가 통과시킨 트럼프 행정부의 대표적 재정법안인 “One Big Beautiful Act”는 의회예산국(CBO)의 추산에 따르면 2035년까지 미국의 국가부채를 약 4조 7,000억 달러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 당초 관세는 이러한 재정 악화를 일부 상쇄할 것으로 기대되었는데, CBO는 관세가 2035년까지 부채를 약 3조 달러 낮출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2025년에 관세·세금·수수료 형태로 2,870억 달러를 징수했다고 보고했으며, 이는 2024년 대비 192% 증가한 수치다. 이번 판결로 관세 수입에 대한 법적 불확실성이 커지면, 연방정부의 단기 수입 전망과 예산 편성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금융시장 및 투자자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
첫째, 관세가 사라지거나 축소될 경우 소비자 물가 상승 압력은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관세는 수입품 가격을 올려 국내 소비자 물가(CPI)를 밀어올리는 요인 중 하나다. 기사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2025년 초 소비자물가지수(CPI)는 한때 연율 2.3%에서 3% 수준으로 올랐고,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관세 철폐는 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으나, 정부의 재정적 공백은 다른 형태의 금융시장 리스크(예: 채권금리 상승)를 초래할 수 있다.
둘째, 관세에 의존해 재정을 보전하려던 기대가 꺾이면 이른바 채권 시장의 경계세력(bond vigilantes)이 다시 등장할 수 있다. 이들은 국가 재정 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국채수익률(미국채 금리)을 올려 금융비용을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다. 금리 상승은 주식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대표적 요인이다.
셋째, 환불 시나리오는 재정적·법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이미 징수된 관세를 기업이나 소비자에게 환불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세수 집행·환급 과정에서 행정적 비용과 소송이 증가할 수 있고, 단기적으로는 재무제표 및 현금 흐름에 충격을 줄 수 있다. 반대로 환불 의무가 면제되거나 제한적으로 적용되면, 일부 수입업체와 소비자에게 남는 부담이 있을 수 있다.
용어 설명: 일반 독자가 알기 어려운 핵심 용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은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금융거래 등 경제적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는 연방법이다. 그러나 이 법이 관세(levies, tariffs) 부과를 명시적으로 허용하는지는 대법원이 문제 삼은 핵심 쟁점이었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일반 가계가 구매하는 재화와 서비스 가격의 평균적 변동을 나타내는 지표로, 인플레이션 수준을 측정하는 대표적 지표다.
채권수익률(국채금리)은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며, 국채수익률 상승은 차입비용 증가와 기업 및 가계의 할인율 상승으로 이어져 주식가치에 하방 압력을 줄 수 있다.
향후 시나리오와 투자자 관점의 실무적 고려사항
이번 판결 이후 투자자와 정책 담당자는 몇 가지 핵심 변수를 주시해야 한다. 우선 의회가 추가 입법을 통해 관세 권한을 명확히 부여할 가능성과 그 시점이다. 의회가 명시적 권한을 보완한다면 관세의 법적 기반은 회복될 수 있지만, 입법 과정은 시간과 정치적 합의가 필요하다.
둘째, 행정부(또는 전직 대통령이 언급한) “백업 플랜(backup plan)“의 구체 내용과 실행 가능성이다. 행정부가 다른 법률 조항이나 행정수단을 통해 유사한 무역 제한을 재도입할 방법을 모색할 경우 시장은 단기적 불확실성과 변동성에 직면할 것이다.
셋째, 환불 문제의 귀결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다. 대규모 환불 의무가 현실화되면 연방 재정에 추가적 압박이 가해지고, 이는 장기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환불 의무가 제한적일 경우 일부 수입업계와 소비자에게 남는 가격부담이 지속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플레이션 지표의 향방과 중앙은행 정책 반응을 주시해야 한다. 관세 축소는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다른 공급·수요 요인과 결합될 때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에서 금리 민감 자산과 물가 민감 업종의 비중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결론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미국의 무역정책과 재정 전망, 그리고 금융시장에 중대한 불확실성을 던졌다. 판결이 관세의 즉시적 효력 상실을 의미하는지, 이미 징수된 관세의 환불 의무가 부과될지, 그리고 의회나 행정부가 어떤 대응 조치를 취할지에 따라 시장 반응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투자자와 정책 담당자는 법적 절차의 향방, 환불 가능성, 채권시장 반응, 그리고 인플레이션 지표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점검하며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