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Luiz Inacio Lula da Silva)는 2026년 2월 20일 금요일, 전(前)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Nicolas Maduro)에 대한 재판은 해외가 아닌 베네수엘라 자국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2026년 2월 20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은 인도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정상회의 방문 중 인디아 투데이TV(India Today TV)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마두로가 올해 초 카라카스에서 미(美)군에 의해 체포되어 뉴욕으로 이송됐으며, 그곳에서 국제 마약 카르텔과 공모해 코카인 밀매 조직을 지휘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전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베네수엘라에서 민주주의를 재확립하는 것이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 만약 마두로가 재판을 받아야 한다면, 그는 해외가 아니라 자기 나라에서 재판받아야 한다.”
룰라 대통령은 또 다른 발언에서 한 국가의 정상을 타국이 체포하는 것을 브라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영문 방송사 번역을 통해 전해졌다.
트럼프와의 협의(대화) 계획
룰라 대통령은 자국민이 미국에 거주 중 범죄 혐의로 기소된 경우 브라질에서 재판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 문제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서면 제안을 제출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조직범죄, 마약 밀매, 희토류 관련 문제 등을 트럼프와 협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은 트럼프와 다음 달 워싱턴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브라질은 베네수엘라와 남쪽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로서 남미에서 영향력 있는 외교 행위자이다. 이 점을 룰라 대통령의 발언 배경으로 볼 수 있다.
미·브라질 관계와 정치적 흐름
룰라와 트럼프의 관계는 지난해부터 개선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대통령이 전(前) 극우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를 대우한 방식과 관련해 브라질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했던 것이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쳤지만, 보우소나루는 2022년 대선 패배 이후 쿠데타 모의 혐의로 수감된 상태다. 이러한 맥락에서 룰라의 발언은 외교적 자율성과 주권 문제를 강조하는 동시에 미·브라질 간 대화 채널을 유지하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무역 관계 관련 발언
룰라 대통령은 상업 관계의 다변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미국과 중국과 같은 주요 강대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흥국가들이 자체 무역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인도와의 교역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국가 규모와 경제력 때문에(인도와) 300~400억 달러 수준의 교역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과 인도가 거래를 미 달러가 아닌 자국 통화로 결제하도록 추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단기간에 실현 가능한 환상은 아니지만 논의와 조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것은 환상이 아니다. 하룻밤 사이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우리가 생각을 시작해야 할 문제다.”
BRICS와 공통통화 관련 반박
룰라 대통령은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회원국들이 공통 통화를 만들려 한다는 추측을 반박했다. 그는 “BRICS 내부에는 새로운 통화, 즉 BRICS 통화를 만드는 것에 대한 논의가 없다.”고 단언했다.
작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BRICS가 미국과 미 달러화의 지위를 훼손하려는 목적으로 구성됐다고 주장하며 해당 그룹 국가들의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높이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룰라의 이번 발언은 그러한 긴장 가운데 브라질의 공식 입장을 분명히 하는 차원으로 읽힌다.
용어와 맥락 설명
BRICS는 브라질(Brazil), 러시아(Russia), 인도(India), 중국(China), 남아프리카공화국(South Africa)의 약자이며, 신흥시장 및 개발도상국의 협력체를 의미한다. BRICS가 공통 통화 도입을 논의한다는 주장은 국제 통화체계나 지역 통화 동맹을 둘러싼 관측에서 비롯된 것이다. 희토류(rare earth minerals)는 전기차, 반도체, 군사 및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원자재로, 공급망·안보·산업 전략 측면에서 중요한 자원이다.
경제적·정치적 함의 및 시장 영향 분석
룰라 대통령의 발언은 여러 층위에서 경제·정치적 파급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 첫째, 주권과 외교적 규범을 강조한 발언은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의 외교적 연대와 역내 안정성 문제를 부각시킨다. 타국에 의한 현직 또는 전직 정상의 체포와 재판 관행은 국제법과 외교 관행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이는 지역 안보·무역 협상에 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둘째, 트럼프와의 대화 전망 및 통화 다변화 의지는 국제 무역 결제 구조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다. 룰라가 말한대로 브라질과 인도가 달러가 아닌 자국 통화로 무역 결제를 확대하면 단기적으로는 외환시장에 변동성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점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며, 초기에는 양국 통화(헤알·루피)의 스왑계정 확대, 무역 신용 제공, 중앙은행 간 협의 등이 선행돼야 한다.
셋째, 희토류와 같은 전략자원 협의는 공급망 재편과 특정 산업(전기차·전자부품·방위산업 등)에 대한 투자유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 브라질이 희토류 채굴·가공에서 역할을 확대하려는 의지를 보이면 관련 광물 가격, 채굴 허가 및 환경 규제 논의가 촉발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나 국제법 논쟁이 고조될 경우 투자 심리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라틴아메리카 지역 정치 리스크에 민감한 외국인투자자들은 단기적으로 포지션 조정에 나설 수 있으므로 브라질 주식시장(특히 자원·금융주)과 헤알화 환율은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룰라의 발언 자체가 직접적인 제재나 무역장벽을 수반하지는 않으므로, 구조적 변화가 수반되기 전까지는 시장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작성: 리스안드라 파라과수(Lisandra Paraguassu) 로이터 통신 특파원, 보고: 브라질리아(Brasili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