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자들이 자국 증시에서 자금을 대규모로 빼내고 있다. 최근 6개월간 미국 거주 투자자들은 약 $750억을 미국 주식형 상품에서 인출했으며, 이 가운데 2026년 시작 이후로만 $520억이 빠져나갔다는 LSEG/Lipper 자료는 자금 이동의 속도와 규모를 분명히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은 빅테크(거대 기술주) 주도의 수익률이 약화되고, 성과가 더 좋은 해외 시장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한 데 따른 결과로 읽힌다.
2026년 2월 20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달러화의 약세에도 불구하고(달러가 다른 통화 대비 약화됨) 미국 투자자들의 해외자산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달러 약세는 미국 투자자들에게 해외 자산 매입 비용을 높이지만, 해외 시장의 양호한 성과가 달러 기준 배당과 수익을 끌어올려 실질 수익을 보완하고 있다.
‘바이 아메리카’ 트레이드의 종말을 예고하는 흐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2009년 이후) 강한 미국 경기와 기업 실적, 특히 기술 섹터의 우월성이 미국 주식에 유리하게 작용하며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미국 매수’ 전략을 보상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붐을 이끈 대형 기술주(예: 엔비디아, 메타, 마이크로소프트)의 급등이 일종의 정점 신호로 해석되며 투자자들이 밸류에이션(평가가치) 위험을 재검토하고, 보다 전통적이고 방어적인 가치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시장 이동의 구체적 수치와 행선지. LSEG/Lipper 데이터는 2026년 첫 8주 동안 미국 내 상장 상품에서의 유출 규모가 2010년 이래 최대였음을 지적했다. 같은 기간 미국 투자자들은 신흥시장 주식으로 약 $260억을 유입시켰으며, 국가별로는 한국이 단일 최대 유입국으로 $28억을 기록, 이어 브라질에 $12억 유입이 집계됐다.
“연말에 달러 기준으로 외국 시장들의 성과를 보며 ‘기회를 놓쳤다’는 반응을 많이 듣는다”고 UBS의 유럽 주식전략 및 글로벌 파생전략 책임자 Gerry Fowler는 밝혔다.
밸류에이션과 성장의 재평가. Nuveen의 글로벌 투자전략가 로라 쿠퍼는 미국 투자자들이 밸류에이션(평가가치) 관점에서 글로벌 지형을 재검토하고 있으며, 특히 유럽과 일본에서의 경기 순환적 성장(사이클리컬 성장)을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럽의 은행주 등 경기민감주들은 2025년에 67% 급등했으며, 2026년 들어 추가로 4%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밸류에이션 비교는 흐름의 핵심을 보여준다. S&P 500 구성종목의 예상 이익 대비 주가(선행 주가수익비율, forward P/E)는 약 21.8배인 반면, 유럽은 약 15배, 일본은 약 17배, 중국은 약 13.5배 수준이다. 이 같은 상대적 저평가는 미국 자산에 비해 해외 자산의 매력을 키우는 요인이다.
통화 움직임과 수익률.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지난해 1월 이후) 달러는 통화 바스켓 대비 약 10% 하락했다. 달러 약세는 해외자산 매입 비용을 증가시키는 단점이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시장의 실제 성과(예: 주가 상승, 배당증가)가 달러 기준 수익을 키워 투자 유인을 제공한다. 최근 12개월 수익률을 보면 S&P 500이 약 14% 상승한 반면, 도쿄 닛케이 지수는 43%, 유럽 STOXX 600은 26%, 상하이 CSI 300은 23%, 서울 KOSPI는 두 배(100% 상승)의 성과를 기록했다.
기관 및 설문조사 결과. 뱅크오브아메리카의 2월 펀드 매니저 설문조사는 투자자들이 최근 미국 주식에서 신흥시장 주식으로의 전환을 5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카미냐크(Carmignac)의 포트폴리오 어드바이저 케빈 토제는 2025년 중반 이후 미국 자본의 유럽 유입이 가속화되었다고 관찰했다.
정책과 과거 흐름 비교. LSEG/Lipper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의 작년 취임 이후 미국 거주 투자자들은 유럽 주식형 상품에 거의 $70억을 유입시켰다. 이는 2017~2021년 트럼프의 첫 임기 동안 약 $170억이 유출된 것과 대조적이다.
용어 설명: 독자 혼선을 줄이기 위한 핵심 개념
LSEG/Lipper는 London Stock Exchange Group 산하의 데이터·분석 제공 브랜드로, 펀드 흐름과 자산운용 관련 통계를 집계해 제공한다. S&P 500은 미국 대형주 중심의 주가지수로, 미국 주식시장의 대표성을 띤다. 선행 주가수익비율(forward P/E)은 향후 기대되는 이익(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한 주가수익비율로, 밸류에이션 평가에 널리 사용된다. 메가캡(megacap)은 시가총액이 매우 큰 기업들을 가리키며, 대체로 기술 거대기업들이 이에 해당한다.
향후 시장에 미칠 영향 분석
첫째, 자금의 해외 이동 증가는 미국 주식의 밸류에이션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고평가된 기술주 중심의 수요가 감소하면 성장주 프리미엄(고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이 축소될 수 있고, 이는 S&P 500의 추가 상승 여력을 제한할 수 있다. 둘째, 유럽·일본·한국·중국 등 해외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해당 지역 주가의 추가 상승 촉매가 될 수 있으며, 특히 경기민감주(예: 은행, 산업재, 자본재 등)와 보수적 가치주에 우호적이다.
셋째, 통화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동할 전망이다. 달러 약세는 해외 자산의 달러 환산 수익을 키워 미화 기준 투자자의 실현 수익을 보강할 수 있으나,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 미국 내 수입물가와 인플레이션 압력을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 넷째, 중앙은행 및 정책 리스크 측면에서 보면, 미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예: 연준 독립성 논란 등)이 지속되면 일부 투자자들의 해외 다각화 수요가 장기화될 여지가 있다.
투자 전략적 시사점. 투자자 관점에서는 밸류에이션 스프레드(미국과 해외의 상대적 가치차)를 고려한 포트폴리오 재배분이 필요하다. 성장주에 편중된 포지션을 줄이고, 유럽·일본의 경기순환 섹터와 한국·중국의 수출·제조 가치를 반영한 섹터 분산을 검토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또한, 환율 변동성에 따른 헤지 전략을 병행하면 달러 약세의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다.
결론. 최근의 자금 이동은 과거 수년간 이어진 ‘미국 중심’ 투자 흐름이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투자자들이 해외 시장의 상대적 매력과 밸류에이션 차익을 좇아 자산배분을 전환하는 양상은 단기간에 끝나기보다 중장기적 트렌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글로벌 자본 흐름 재편, 섹터별 성과 차별화, 환율·통화정책의 상호작용을 통해 향후 수년간 금융시장 구조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