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Reuters) —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Sanae Takaichi) 총리는 금요일 의회 연설에서 “과도한 재정 긴축을 깨고” 장기 투자 확대를 위해 다년(多年) 예산 체계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하며 경제 재활성화 의지를 강조했다.
2026년 2월 20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한편으로는 악화되는 일본 재정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의식한 듯 재정 건전성 진전을 측정할 구체적 지표를 설정하겠다고 밝혔다(기사 작성: 레이카 키하라, Leika Kihara).
“내각은 장기간 지속된 과도한 재정 긴축과 미래에 대한 만성적 저투자를 단절할 것이다”라고 다카이치 총리는 말했다. 이어 “민간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출을 늘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핵심적 재무 리스크를 드러낸다. 그녀가 제시한 대표적인 지출 계획은 세계 4위 경제인 일본을 재활성화해야 하는 동시에, 정부 채권과 엔화 시장에서 또 다른 긴장(채무 불안)을 유발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작년 말부터의 국채 및 엔화 매도세는 이미 투자자들이 일본의 높은 정부부채 부담과 대규모 지출 계획의 재원 조달을 우려하면서 촉발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의회에 대한 정책 연설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칩), 조선업 등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려 일본의 잠재성장률을 제고하는 것을 목표로 한 “책임 있는, 적극적 재정 정책”을 추구하겠다고 재확인했다. 그녀는 지난 2월 8일 총선에서 대규모 승리를 거두면서 지출 확대와 식료품에 대한 소비세 인상 유예(2년)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예산 제도 개혁과 다년 예산
다카이치 내각은 기업에 대한 정책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국가 예산 편성 방식을 개편하고 다년 예산 및 장기 투자 펀드의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일본은 일반적으로 연 단위(단년) 예산을 편성해 지출이 1년 단위로 심사되도록 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위기관리와 투자수익률이 투자비용을 초과하고 GDP 성장에 기여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다년 예산 틀에서 이를 운용하겠다고 설명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또한 “시장 신뢰를 훼손하는 무모한 재정 정책은 채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부 기존 보조금의 삭감 등으로 재원을 조달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또한 채무 증가 속도를 경제 성장률 이내로 유지하고 부채비율(부채 대비 GDP 비율)을 점진적으로 낮춰 재정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구체적 성과 측정 지표를 설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배경과 시장 반응
다카이치 총리는 느슨한(완화적) 재정·통화 정책을 지지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그녀의 총리 취임 후 공약 이행 의지는 시장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작년 말 큰 폭의 지출 확대와 감세 공언이 나오자 투자자들은 일본의 국채 가격 하락(수익률 상승)과 엔화 약세를 초래하는 매도에 나섰다. 이는 일본이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정부부채를 안고 있다는 현실과 맞물려 우려를 자아냈다.
다카이치 정부의 정책이 실현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은행 및 건설, 반도체 관련 산업에 대한 수요 증가와 함께 투자심리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동시에 채권시장에서는 국채 수익률의 상승 압력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 중앙은행(BOJ)의 통화정책과의 동조 여부, 그리고 정부의 구체적 재원 마련 방안이 시장 신뢰를 좌우할 핵심 변수이다.
정책 용어 및 제도 설명
일반 독자를 위해 주요 용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다년 예산(multiyear budget)은 특정 사업이나 투자에 대해 예산을 연속된 여러 해에 걸쳐 편성·집행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인프라·기술투자 등에서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된다. 부채비율(부채/GDP)은 국가 채무를 국내총생산으로 나눈 비율로 재정 건전성의 대표적 지표이며, 비율이 높을수록 채무 상환 부담과 시장의 불안요인이 커질 수 있다. 국채(일본 정부 채권)는 정부가 발행하는 채무증권으로, 가격 하락(수익률 상승)은 정부의 차입비용 증가로 연결될 수 있다.
향후 전망과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 분석
정책의 구체적 설계와 재원 조달 방안이 불명확한 상태에서는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다카이치 정부가 약속한 대로 다년 예산과 투자펀드를 통해 생산성 향상과 잠재성장률 제고에 명확한 효과를 낸다면, 중장기적으로는 성장률 상승에 따른 세수 확대와 부채비율 개선으로 시장 신뢰가 재구축될 수 있다. 반면, 단기적 재정지출 확대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금리 인상)와 맞물릴 경우 국채 수익률 상승과 엔화 약세 압력이 동반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첫째, 정책이 민간투자 유인을 확실히 높여 실질 GDP 성장률을 끌어올릴 경우 부채비율 개선이 촉진돼 장기적으로 국채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둘째, 재원 조달을 위한 보조금 삭감과 세입 증대 조치가 병행되지 않으면 단기적으로 신용 프리미엄 상승 및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초래할 수 있다. 셋째, 정책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 성과지표(예: 성장률 목표, 재정수지 개선 목표 등)의 설정과 투명한 보고가 시장의 신뢰 회복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다.
다카이치 총리의 연설은 일본 경제 정책의 향후 방향을 가리키는 중요한 신호로 평가된다. 정부가 제시할 구체적 지표와 예산 편성 방식의 개편 내용,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재원 조달 계획이 공개되면 시장과 기업의 반응이 보다 분명해질 전망이다. 다카이치 내각은 장기 투자 유인을 확대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으나, 그 과정에서 재정 건전성 유지와 시장 신뢰 확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