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발 — 인도네시아와 미국 기업들이 2026년 2월 워싱턴에서 총액 70억 달러(미화 7억 달러 이상)에 달하는 무역 및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들은 인도네시아 대통령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최종 무역협정을 서명하기 하루 전 열린 행사에서 발표됐다.
2026년 2월 19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이들 합의는 미국-아세안 비즈니스 협의회(U.S.-ASEAN Business Council, USABC)가 주최한 사실 확인 자료에서 공개됐다. 협약 서명은 미국상공회의소가 주최한 프라보워 대통령 만찬 자리에서 진행됐다.
USABC가 밝힌 주요 내용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기업들은 미국산 대두 100만 메트릭톤, 옥수수 160만 톤, 목화(면화) 93,000톤을 비정기적 기간에 걸쳐 구매하기로 했다. 또한 인도네시아는 올해 밀 100만 톤을 우선 구매하고, 2030년까지 최대 500만 톤을 구매할 수 있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협약에는 미국 광산회사인 프리포트-맥모란(Freeport-McMoRan)과 인도네시아 투자부(Ministry of Investment) 간의 핵심 광물(critical minerals) 협력 양해각서와, 국영 석유사인 퍼르타미나(Pertamina)와 할리버튼(Halliburton Co) 간의 유전 회복(oilfield recovery) 협력 합의가 포함됐다. 프리포트와 투자부는 광산 채굴권을 2041년 이후로 연장하기 위한 초기 합의도 체결했다고 프리포트-맥모란의 의장 리처드 애드커슨(Richard Adkerson)이 만찬에서 밝혔다.
애드커슨은 “이는 자원의 수명 연장(life of resource extension)에 해당하며, 우리는 향후 수십 년간 그 광체(ore body)를 규정하기 위한 시추 작업을 기다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패키지에는 반도체 분야 합작법인(joint venture) 두 건도 포함됐다. 그중 하나는 에센스 글로벌 그룹(Essence Global Group)과 인도네시아 파트너 간 체결된 가치 48억9천만 달러(4.89 billion USD)의 합작투자 계약이며, 다른 하나는 타이너지(Tynergy Technology Group) 관련 합작으로 가치는 별도로 공개되지 않았다.
USABC는 농산물 구매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평가해 제시했는데, 대두는 6억8500만 달러, 밀은 12억5000만 달러, 면화는 1억2200만 달러, 재활용용 미국산 파쇄된 헌옷(shredded worn clothing)은 2억 달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미국 인구조사국(U.S. Census Bureau) 무역 통계를 인용한 USABC의 보도자료는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인도네시아의 미국산 수입 평균치를 제시했다. 해당 기간 인도네시아는 연평균 대두 230만 메트릭톤, 밀 약 80만 톤, 면화 약 18만 톤, 옥수수은 10만 톤 미만을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USABC는 이어 동남아 국가인 인도네시아가 최근 수년간 미국산 농산물을 연간 약 30억 달러어치 수입해왔으며 이는 미국 농산물 전체 시장 중 11번째로 큰 시장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다만 모든 거래에 가격표가 붙지는 않았으며, 가격 미공개 품목 중에는 미국산 목재와 가구 제품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구매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관세 협상 과정에서 이미 340억 달러 규모의 미-인도네시아 사업 계약들을 발표한 바 있다. 그 당시 발표된 계약들 가운데에는 이번 만찬에서 체결된 대두·밀 구매와 유사한 항목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만찬 자리에서 이들 협약이 목요일 트럼프 대통령과 서명할 예정인 미-인도네시아 상호무역협정(Agreement on Reciprocal Trade)의 이행 협정(implementing agreements) 중 일부라고 설명하며, 이러한 합의가 인도네시아의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 말했다. 그는 만찬에서 “나는 우리의 관계 미래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다(I’m very optimistic about the future of our relationship)”라고도 발언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이번 주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 회의에 참석했으며, 자카르타는 지난해 합의된 관세율 19%를 18%로 소폭 인하
만찬에서 발언한 릭 스위처(Rick Switzer) 미국 부무역대표부 대표(Deputy U.S. Trade Representative)는 최종 관세율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두 민주국 간의 상호무역협정이 “양국 간 무역의 확대, 투자 증가, 보다 깊고 포괄적인 경제·투자·무역 관계를 의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 설명
· 핵심 광물(critical minerals):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및 첨단 제조업 등에서 필수적인 금속·광물을 말한다.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중요성이 커져 각국이 공급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 유전 회복(oilfield recovery): 기존 유전에서 원유 채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적·공정적 작업을 통칭한다. 여기에는 2차·3차 회수법, 압력 유지, 화학적·열적 방법 등이 포함된다.
· 합작투자(Joint Venture, JV): 두 개 이상의 기업이 자본·기술·리스크를 공유해 특정 사업을 공동으로 수행하는 구조다. 반도체 분야 JV는 기술 이전, 생산능력 확대, 공급망 현지화를 목적으로 체결되는 경우가 많다.
전문적 분석 및 영향 전망
이번 협약 패키지는 농산물 수입 확대, 에너지·광물·반도체 분야의 전략적 협력 강화를 동시에 담고 있어 경제적 파급이 다면적일 것으로 보인다. 먼저 농산물 구매 계약은 인도네시아의 단기적 수입 수요를 충족시키면서 미국농산물 수출에 즉각적인 수요를 제공한다. USABC가 제시한 금액 추정치를 기준으로 하면, 올해와 향후 몇 년간 미국 농산물 수출은 수출시장 다변화와 안정적 수요 확보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관세율 소폭 인하(19%→18%)가 현실화될 경우 수입 제품 가격의 약간의 인하 압력이 존재한다. 이는 소비자 물가와 관련된 일부 품목에서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으나, 관세율 자체가 높은 편이므로 구조적 가격 하락을 유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다만, 관세 조정은 심리적·정책적 신호로 작용해 추가 투자 유치 및 무역 확대를 촉진할 가능성이 크다.
프리포트의 채굴권 연장과 핵심 광물 협력 합의는 향후 전기차·배터리·반도체 관련 공급망에서 인도네시아의 전략적 위상을 강화할 수 있다. 특히 반도체 분야의 대규모 합작투자(가치 48억9천만 달러)는 인도네시아 내 생산능력 확대, 고용 창출, 기술 이전 등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산업 고도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다만 세부 투자 실행과 기술 이전의 속도는 글로벌 반도체 경기와 투자 조건, 인프라·노동력 수준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퍼르타미나와 할리버튼의 협력이 유전 회수율 제고로 이어질 경우 인도네시아의 에너지 자립도 향상과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유전 개발은 자본집약적이고 기술적 리스크가 크므로 계약 이행과 실제 회수율 개선은 장기간에 걸쳐 관찰될 필요가 있다.
종합하면 이번 협약들은 양국 간 경제·무역·투자 관계를 심화시키는 업그레이드 성격을 띤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농산물 수출 확대 및 인도네시아의 수입 증대로 이어지고, 중장기적으로는 핵심 광물·반도체·에너지 분야에서의 공급망 협력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향후 경제적 효과의 실현을 위해서는 세부 계약의 실행, 관세율 조정의 확정, 인도네시아 내 투자환경 개선 및 글로벌 경기 흐름이 관건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