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미·이란 핵협상 진전 소식과 달러 강세 영향으로 하락했다. 3월물 WTI 원유 선물(심볼 CLH26)은 화요일 장 마감 기준 0.56달러(-0.89%) 하락했고, 3월물 RBOB 휘발유 선물(RBH26)은 0.0034달러(+0.18%) 상승으로 엇갈린 마감세를 보였다. 이날 유가는 2주 만의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
2026년 2월 18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달러지수($DXY)의 랠리가 1주일 내 최고치로 올라선 점이 에너지 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또한 이란이 미국과 핵협상에서 「general agreement(일반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하면서 미·이란 간 지정학적 긴장 완화 기대가 커져 유가 하방 압력이 커졌다.
이란 외교부는 자국 대표단이 “몇 일에서 몇 주까지” 합의 마무리를 위해 더 머무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지정학적 위험 완화와 더불어 유가는 최근의 공급 증가 신호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일부 OPEC+ 회원국이 4월부터 증산 재개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보도했으며, OPEC+는 3월 1일 온라인 회의를 통해 상황을 재검토할 예정이다. 지난 금요일 보도된 이 같은 관측이 화요일 유가 하락의 추가적인 요인이 됐다.
또 다른 공급 측 요인으로는 유조선에 저장된 부유(浮遊) 재고의 증가가 있다. 에너지 물류 데이터업체 Vortexa의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와 이란산 원유 약 2억9천만 배럴(약 290 million bbl)이 현재 유조선 부유 재고에 머물러 있으며, 이는 1년 전보다 5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 같은 부유 재고 증가는 시장에 공급 과잉 우려를 부각시키며 유가에 하방 압력을 가한다.
대외 군사·정책적 리스크도 유가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이란산 원유를 운반하는 유조선의 억류 가능성을 논의했다고 보도했으며, 미국은 핵협상이 결렬될 경우 대비해 제2항공모함전단을 중동에 파견하고 있다. 미 교통부는 미국 국적 선박에 대해 호르무즈 해협 인근 이란 해역을 최대한 회피해 항해할 것을 권고하는 해사(advisory)를 발표했다. 이란은 OPEC 내에서 네 번째로 큰 산유국이며, 일일 생산량 약 330만 배럴(bpd)을 보유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해로로, 이 지역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유가에 즉각적인 프리미엄을 부과할 수 있다.
중남미와 미국의 공급·수요 지표도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로이터는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이 2026년 1월에 80만 배럴/일(bpd)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12월의 49.8만 배럴/일에서 큰 폭 증가한 수치로 글로벌 공급을 추가로 늘리는 요인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026년 미국 원유 생산 추정치를 지난달의 13.59 million bpd에서 13.60 million bpd로 소폭 상향 조정했고, 2026년 미국 에너지 소비 추정치는 95.37에서 96.00 쿼드리온(Btu)로 올려잡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2026년 글로벌 원유 잉여 추정치를 지난달의 3.815 million bpd에서 3.7 million bpd로 소폭 낮췄다.
시황 관련 추가 통계로 Vortexa는 2월 13일로 끝난 주간 기준, 최소 7일 이상 정박한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량이 주간 대비 -8.2% 감소해 86.95 million bbl로 집계됐다고 보고했다. 한편 OPEC+는 2월 1일 발표에서 2026년 1분기까지 증산 일시 중단 계획을 유지하기로 했으며, 2025년 11월 회의에서 회원국들은 12월에 137,000 bpd 증산을 발표했으나 이후 2026년 1분기에는 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OPEC+는 2024년 초 시행한 220만 bpd 규모의 감산분을 복원하려 하고 있으나 아직 120만 bpd가량의 복원이 남아 있다. OPEC의 2026년 1월 총 원유 생산은 -230,000 bpd 감소해 28.83 million bpd로 5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제재 영향 또한 공급 측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미사일 공격은 지난 6개월간 최소 28개 러시아 정유시설을 겨냥했고, 11월 말 이후 발트해에서는 최소 6척의 유조선이 드론·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여기에 추가된 미국 및 EU의 대러시아 석유 관련 제재는 러시아의 수출 능력을 제한해 글로벌 공급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러시아 크렘린은 우크라이나와의 평화협상에서 영토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 한 장기적 해결 희망이 없다고 밝히며 전쟁 지속 가능성을 시사했는데, 이는 러시아 원유 제약을 유지시키는 요인으로 유가에는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 재고와 생산 지표를 보면, EIA의 2월 6일 기준 보고서는 미국 원유재고가 계절적 5년 평균 대비 -3.4% 낮았고, 휘발유 재고는 +4.4% 높았으며, 증류유 재고는 -3.3% 낮았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 생산은 주간 기준 +3.8% 증가해 13.713 million bpd로 집계되었으며, 이는 14개월 만의 저점이자 2023년 11월 7일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 13.862 million bpd에 근접한 수치다. 또한 베이커 휴즈(Baker Hughes)의 2월 13일로 끝난 주간 집계에서는 미국의 가동 시추기 수가 -3기 감소해 409기로 집계되었는데, 이는 12월 19일의 406기(4.25년 최저)에 근접한 수준이다. 2022년 12월의 627기와 비교하면 지난 2.5년 동안 가동 시추기 수가 크게 감소했다.
용어 설명: WTI는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est Texas Intermediate)를 의미하는 대표적 원유 지표이며, RBOB는 교통용 휘발유 규격을 반영한 휘발유 선물(예: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이다. OPEC+는 OPEC 회원국과 주요 비회원 산유국(주로 러시아 등)이 포함된 협의체를 지칭하며, 부유 재고(floating storage)는 원유가 정박한 유조선에 저장된 상태의 재고를 말한다. bpd는 배럴당 일일 생산량(barrels per day), 쿼드리온 Btu(quadrillion Btu)는 에너지 소비를 측정하는 단위이다.
전망 및 시사점: 단기적으로는 달러 강세와 미·이란 핵협상 진전이라는 수요·정치 리스크 완화 요인이 유가를 억제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중장기적으로는 러시아의 수출 제약, 유조선에 보관된 대량의 러·이란산 재고, OPEC+의 감산 복원 정책 등 공급 측 변수가 상충하면서 변동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예를 들어 이란과 미국의 최종 합의가 제재 완화로 이어져 이란산 원유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유입될 경우, 단기간에 공급 우려가 완화되며 가격 하락 압력이 강화될 수 있다. 반대로 협상이 결렬되어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 즉각적인 프리미엄이 붙으며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 및 정책 담당자는 다음 사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OPEC+의 3월 1일 온라인 회의 결과와 4월 증산 여부 결정, 둘째, Vortexa와 EIA의 재고 및 부유 재고 변화, 셋째, 미국 및 EU의 대러·대이란 제재 완화 혹은 강화 방향, 넷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 여부다. 이 네 가지가 향후 수개월간 유가 방향성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다.
결론적으로, 2026년 2월 18일 현재 시장은 지정학적 리스크의 완화 신호와 달러 강세, 그리고 공급 측의 혼재된 신호들로 인해 단기적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글로벌 공급구조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유의미하므로 변동성이 큰 구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