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시인(Shein) 정식 조사 착수…불법상품 유통과 중독적 플랫폼 디자인 문제 제기

브뤼셀에서 유럽연합 집행위(European Commission)는 중국계 온라인 패션 유통업체 시인(Shein)에 대해 불법 상품 유통과 플랫폼의 잠재적 중독성 설계 문제를 이유로 정식 조사를 개시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유럽연합의 엄격한 규제체계인 디지털서비스법(Digital Services Act, DSA)에 따라 온라인 플랫폼의 불법·유해 콘텐츠 대응 의무 준수를 집중 점검하기 위한 것이다.

2026년 2월 17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프랑스가 지난해 11월 시인의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아동 유사 성인용 인형에 대한 단속을 EU 집행위에 촉구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프랑스의 문제 제기 이후 시인은 전 세계적으로 모든 성인용 인형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집행위는 조사 개시 사실을 알리며 유럽연합 집행위의 디지털 담당 책임자인 헨나 비르쿠넨(Henna Virkkunen)의 성명을 함께 공개했다.

“디지털서비스법은 소비자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그들의 복지를 지키며, 사용자가 상호작용하는 알고리즘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한다. 우리는 시인이 이러한 규칙과 책임을 준수하고 있는지를 평가할 것이다.” — 헨나 비르쿠넨, 유럽연합 디지털 담당 책임자

시인의 공식 답변은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며, DSA 준수 강화를 위해 이미 상당한 투자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시인은 체계적 리스크 평가(systemic-risk assessments)와 완화 프레임워크(mitigation frameworks)를 도입했고, 청소년 사용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연령 제한 상품에 대한 추가 안전장치를 빠르게 도입했으며, 미성년자가 연령 제한 콘텐츠나 상품을 보거나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연령 확인(age-verification) 조치를 포함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 집행위는 이번 조사에서 시인이 EU 내에서 운영하는 시스템 전반을 대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특히 불법 상품 판매를 제한하기 위한 기술·운영적 조치가 실제로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 아동 성적 학대 자료(Potential child sexual abuse material)로 분류될 수 있는 물품이 유통되는 것을 얼마나 차단하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확인할 예정이다.

아울러 조사는 플랫폼의 중독적 설계(addictive design)와 추천 알고리즘의 투명성도 다루게 된다. 조사 대상에는 사용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포인트나 보상 등을 부여하는 메커니즘이 포함되며, 이런 기능이 사용자 복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가 평가된다. 추천 시스템(recommender systems)이 사용자에게 콘텐츠와 상품을 제안하는 방식의 투명성 또한 심사 대상이다.

유럽집행위는 작년 템투(Temu)에 대해 불법 상품에 대한 리스크를 적절히 평가하지 않은 혐의로 DSA 위반 혐의를 제기한 전례를 언급했다. 템투는 이미 DSA 관련 위반 혐의로 지난해 조사를 받았으며, 추천시스템 투명성 및 중독성 설계 관련 추가 조사도 진행 중이다. 집행위는 템투에 대한 최종 결정을 올해 내에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DSA를 위반할 경우 기업은 전 세계 연간 매출의 최대 6퍼센트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제재 수준은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상당한 재정적 부담과 강력한 규제 준수 압박을 부과한다.


디지털서비스법(DSA)에 대한 설명
디지털서비스법(DSA)은 유럽연합이 온라인 플랫폼과 호스팅 서비스 제공자에게 부과하는 새로운 규제체계로, 불법 콘텐츠의 차단과 사용자 보호, 리스크 평가·완화 의무, 추천 알고리즘의 투명성 확보 등을 핵심 내용으로 포함한다. DSA는 플랫폼이 잠재적 해를 사전에 판단하고 완화 조치를 마련하도록 요구하며, 특히 대형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 더 엄격한 규제와 감독을 적용한다.

추천 알고리즘과 중독적 설계에 대한 이해
추천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이전 행동, 선호, 클릭 패턴 등을 바탕으로 맞춤형 콘텐츠와 상품을 제안하는 기술이다. 중독적 설계는 보상 체계, 점수·배지 시스템, 끊임없는 새로고침, 개인 맞춤형 피드 등 사용자의 참여를 지속적으로 유도하는 설계 요소를 의미한다. 규제 당국은 이러한 요소가 과도할 경우 사용자 특히 청소년의 정신적·사회적 복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다.


시장 및 경제적 영향 분석
이번 조사는 여러 측면에서 시장에 의미 있는 파급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 첫째, 규제 리스크의 현실화는 시인과 유사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하는 기업들의 준법 비용(compliance cost)을 증가시킬 전망이다. 기업들은 연령 확인, 시스템 모니터링, 리스크 평가 및 완화 프로세스 강화 등에 추가 비용을 투입해야 하며, 이러한 비용은 공급망 구조상 제조업체 또는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이 사건은 유럽 소비자들의 신뢰에 직간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유럽 규제 당국의 엄격한 잣대는 플랫폼의 브랜드 가치와 소비자 인식에 영향을 미치며, 규제 위반이 확인되면 해당 플랫폼의 매출과 유럽 내 점유율에 단기적인 하락 압력을 가할 수 있다. 셋째, 템투와 시인 사례를 통해 저가 중국발 상품의 유럽 시장 진입에 대한 규제 장벽이 실질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품질·안전성 표준과 규제 준수 여부가 경쟁 우위의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규제 집행의 강화는 유럽 내 소매업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유럽 현지 중소 판매자들은 대형 글로벌 플랫폼의 규제 강화로 인한 유통구조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으며, 일부 품목의 유통 축소는 현지 제조·유통망 재편을 촉발할 수 있다.


향후 일정과 주목할 점
조사 개시는 향후 몇 달간 시인의 내부 통제 시스템, 연령 확인 절차, 상품 검열 및 추천 알고리즘의 운용 원칙 등 기술적·운영적 세부사항이 공개되고 평가되는 과정을 수반할 것이다. 집행위는 필요한 경우 시정명령이나 벌금, 플랫폼 기능의 변경 요구 등을 포함한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 업계와 규제 당국 간의 상호작용은 유럽 내 플랫폼 규제의 실효성을 가늠하는 잣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결론
시인의 사례는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직면한 규제 리스크와 운영상의 책임 범주를 재정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유럽연합의 조사는 단순한 규제 집행을 넘어 디지털 플랫폼의 설계·운영 철학 자체를 검토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전자상거래 생태계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향후 집행위의 조사 결과와 제재 수준은 플랫폼 운영자들이 법규 준수와 사용자 보호를 우선시하도록 만드는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