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이 신규 8.2억 달러(약 82억 달러) 규모의 대출 프로그램에 대한 일부 조건을 완화하기로 합의했다고 율리아 스비리덴코 총리가 2월 14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이번 합의에는 민감한 세제 인상 조치 일부의 조정도 포함되어 있다.
2026년 2월 16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스비리덴코 총리는 IMF 이사회가 다음 회의에서 이 프로그램을 검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녀는 IMF의 승인이 900억 유로(약 1,068억 달러) 규모의 유럽연합(EU) 대출을 포함한 다른 국제적 지원의 추가 개시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전쟁이 5년차로 접어드는 가운데 서방의 자금 지원에 의존해 국방을 유지하고 경제 운용 및 공공부문 임금과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스비리덴코 총리는 보도자료에서 지난 11월에 합의된 내용이 미션(주요 협상단)의 논의 끝에 단순화됐고 일부 구조적 벤치마크가 수정됐다고 밝혔다. 11월에는 IMF와 스태프 수준에서 4년간의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해 합의에 도달한 바 있으며, 이사회 승인을 위한 주요 선행 조치로 개인사업자에 대한 세금 인상이 포함돼 있었다.
경제 상황 악화 — 러시아의 공격으로 인한 에너지·인프라 피해
최근 몇 달간 우크라이나의 경제 상황은 악화됐다. 러시아의 공세가 격화되며 에너지 시스템과 기반시설이 타격을 받아 수백만 명이 혹독한 겨울 날씨 속에서 전기와 난방, 수도 공급 중단을 겪었다. 고비용의 에너지 수입과 발전기 가동 전력이 기업 활동을 이어가게 했지만, 다수 기업이 근무시간과 생산을 축소하면서 경제 예측치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졌다. 중앙은행은 에너지 부족이 당초 예상보다 더 커짐에 따라 2026년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1.8%로 하향 조정했다.
스비리덴코 총리는 “미션이 11월에 합의된 내용을 단순화했고 일부 구조적 벤치마크를 수정했다”고 밝혔다.
세제 조정의 핵심 내용
스비리덴코 총리는 IMF 프로그램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은 개인사업자(일명 개인 창업자)에 대한 과세라고 말했다. 정부는 개인사업자에게 부가가치세(VAT)를 도입하되, 과세 대상이 되는 연간 매출 기준을 기존 1백만 흐리브냐(=1,000,000 UAH)에서 4백만 흐리브냐(=4,000,000 UAH)로 상향 조정하기로 합의했다. 4백만 흐리브냐는 약 85,000유로에 해당한다(환율표시: $1 = 0.8427 유로).
당초 계획에서는 60만 명이 넘는 개인사업자가 과세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수정안에 따라 지금은 약 25만 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관련 변경안을 입법화하기 위해 의원들과 협의 중이며, 다른 세제 인상안과 함께 법안 초안을 준비하고 있다.
용어 설명
부가가치세(VAT)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생산·유통·판매되는 각 단계에서 부과되는 소비세로, 최종 소비자가 세금 부담을 갖게 된다. 우크라이나에서 “개인사업자”는 소규모 자영업자나 단독 사업자 형태를 의미하며, 이들은 종종 간이 과세 제도의 적용을 받아 세무 신고·납부가 비교적 간소화돼 왔다. 이번 조치는 이러한 간이 과세 적용 범위를 좁히거나 대상 매출 기준을 높여 보다 많은 사업자를 표준 VAT 체계로 편입시키려는 시도이다.
정책·시장 영향 분석
이번 합의는 재정적 필요와 사회적·정치적 민감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타협으로 해석된다. IMF는 재정 수입을 보강할 필요가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구조 개혁과 세수 확대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광범위한 개인사업자 과세는 정치적 반발과 경제적 충격을 불러올 수 있어, 문턱을 높여 영향을 받는 사업자 수를 줄인 것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대상 사업자가 줄어든 조정은 소비와 고용에 미치는 즉각적 충격을 다소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VAT 도입으로 인해 중·소규모 자영업자들의 영업비용이 상승하고, 가격 전가가 일어날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이미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 차질로 물가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경제에 추가 부담을 줄 수 있다. 중앙은행의 GDP 성장률 하향 조정(2.0%→1.8%)은 이러한 복합적 충격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는 IMF 프로그램의 승인과 연계된 국제 지원(예: EU의 900억 유로 대출)의 실현 여부가 재정 지속가능성과 통화안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IMF 승인 지연이나 추가 조건 부과는 외부 자금 조달의 불확실성을 키워 우크라이나 그리브냐(UAH) 약세, 국채 금리 상승 및 차입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IMF와의 합의가 빠르게 이사회 승인으로 이어지고 EU 지원 등이 조기 집행되면 재정적 숨통이 트여 단기적 경기 안정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리스크 요인
주요 리스크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군사적 공격의 지속으로 에너지 및 인프라 피해가 확대될 경우 경제 회복과 재정 여건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둘째, 세제 변경의 실제 시행 과정에서 행정 부담과 탈세·탈법의 가능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기대 세수 확보를 저해할 수 있다. 셋째, 국제 파이낸싱의 조건이 추가로 강화될 경우 단기 유동성 위기가 심화될 위험이 있다.
향후 일정과 전망
IMF 이사회가 다음 회의에서 프로그램을 검토해 승인 결정을 내리면, 우크라이나는 IMF 자금은 물론 EU를 포함한 다른 공여국으로부터의 대규모 차관 및 보조금 집행을 개시할 수 있다. 승인 시점과 지원 집행 시기는 우크라이나의 예산 운용 및 에너지 복구 계획의 실행력에 따라 단기 경기 안정과 중기 재정 건전성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다만, 승인 자체가 모든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은 아니며, 전쟁 상황과 국내 정치·입법 과정의 변화가 향후 국제 지원의 규모와 시기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스비리덴코 총리는 정부가 법안 초안을 마련해 의원들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으며, 향후 입법 절차와 IMF 이사회 결정, EU 등 다른 공여국의 최종 지원 결정이 우크라이나의 재정·경제 전망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