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제미니 CEO, 유럽의 전면적 ‘기술 자주화’ 요구는 현실적이지 않다고 일축

프랑스 IT 서비스 기업 캡제미니(Capgemini)의 최고경영자인 Aiman Ezzat는 유럽이 미국 빅테크에 대한 전면적 기술 자주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미·유럽 간 관계 악화로 유럽의 미국 기술기업 의존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시점에 이같이 밝혔다.

2026년 2월 13일, 로이터(Reuters)의 보도에 따르면, 캡제미니는 정부 기관과 중요 인프라 운영자, 그리고 대규모 규제 대상 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 브뤼셀의 자주화(sovereignty) 기조와 미국 주도의 클라우드 인프라 현실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이 발언은 유럽 기술 정책의 핵심적 긴장을 반영한다. 즉, 완전한 자주(autonomy)를 달성해 아마존(Amazon), 구글(Google),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같은 미국 거대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것인지, 아니면 현실적인 수준에서 균형을 찾을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절대적 자주권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전체 가치사슬에 대해 자주권을 가진 이는 없다.”

이같은 설명은 캡제미니의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Ezzat가 한 말이다. 그는 유럽산 기술의 완전한 독립은 데이터·운영·규제·기술의 4단계 프레임워크 가운데 기술적 수준에서만 완전한 독립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유럽위원회( European Commission)와 브뤼셀, 다보스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으며 위원회도 대체로 그의 관점을 공유한다고 전했다.

Ezzat는 디지털 관련 기업단체인 European Round Table for Industry의 디지털 실무그룹 의장을 맡고 있다. 그는 디지털 자율성(디지털 오토노미)을 데이터, 운영, 규제, 기술의 네 층으로 구분하고, 현재 협의는 자주성 요건과 기업들이 인공지능(AI)을 도입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허용성(allowance)의 균형을 찾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첫 세 단계(데이터·운영·규제)에서는 이미 유럽이 독립성을 갖추고 있으나, 미국 빅테크의 지배로 인해 기술적 차원에서는 완전한 독립이 없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완전한 자주화를 추구하기보다는 사용 사례, 고객 환경, 정부 요건에 근거한 ‘적정 자주권(suitable sovereignty)’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캡제미니는 프랑스 기반의 AI 스타트업인 Mistral과 같은 유럽 AI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진전 사례로 제시했다. 또한 AWS(아마존 웹서비스), Google Cloud,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계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s)와의 제휴를 맺고 유럽 기반 기업이 제공하는 ‘주권적(sovereign)’ AI 솔루션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솔루션은 유럽 기업이 서비스를 제공하되 실제 인프라는 미국계 클라우드 위에서 운영되는 형태다.

한편 캡제미니는 정부 계약을 둘러싼 평판 리스크도 관리 중이다. 회사는 이달 초 미국 자회사인 Capgemini Government Solutions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이는 미 이민세관단속국(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 ICE)과 체결한 데이터 분석 관련 계약이 공개적으로 반발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해당 계약 규모는 480만 달러(약 4.8백만 달러)로 알려졌다.


용어 설명: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는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운영해 다양한 고객에 대규모 컴퓨팅·저장·네트워크 자원을 제공하는 기업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AWS, Google Cloud, Microsoft Azure가 있다. 하이퍼스케일러는 글로벌 확장성과 대규모 투자 여력을 바탕으로 AI용 인프라와 플랫폼을 제공한다.

디지털 자율성(digital autonomy 또는 technological sovereignty)은 국가 또는 지역이 데이터, 서비스 운영, 규제, 기술 스택 등에서 외부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제어 능력을 확보하는 개념이다. 이 개념은 보안, 개인정보 보호, 전략적 통제 측면에서 중요시되지만, 글로벌 기술 생태계의 복잡성으로 인해 완전한 독립 달성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경제적·시장 영향 분석

캡제미니 경영진의 발언은 유럽 내에서 기술 자주화에 따른 정책 방향과 기업 전략의 상충을 보여준다. 만약 유럽 국가들이 완전한 클라우드 자급자족(complete cloud self-sufficiency)을 정책 목표로 삼을 경우, 초기 인프라 투자비용과 기술적 전환 비용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 이는 당장의 IT 예산 부담 증가와 클라우드 서비스 비용 상승, AI 도입의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현실적인 접근으로서 ‘케이스별 적정 자주권’을 채택하면, 민감 데이터는 지역 내 통제·운영하는 반면 일반적 클라우드 서비스는 글로벌 공급망을 활용하는 혼합 모델(hybrid model)이 확산될 수 있다. 이 경우 유럽 내 클라우드·AI 스타트업과 시스템 통합(SI) 업체는 특정 규제·보안 요건을 충족하는 전문 서비스 제공을 통해 비즈니스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시장 관점에서 보면, 미국 하이퍼스케일러에 대한 의존 축소가 급격히 진행되지는 않으나 규제 강화와 정부 조달 조건 변경은 장기적으로 경쟁 구조의 재편을 촉발할 수 있다. 예컨대 유럽 공공부문 조달에서 ‘주권적 솔루션’ 우대 조항이 늘어나면 유럽 로컬 클라우드 제공자와 시스템 통합 업체에 수혜가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해외 인프라 사용 규제가 강화될 경우 서비스 단가 상승, 공급 유연성 저하, AI 연산 비용 증가가 기업들의 비용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업·투자자 관점의 실무적 시사점

기업들은 데이터 분류와 거버넌스(데이터가 민감한지 여부, 규제 대상인지 여부)를 우선적으로 점검하고, 하이브리드·멀티클라우드 전략을 통해 규제 요건과 비용 효율 사이의 균형을 확보해야 한다. 공공 조달에 참여하는 기업은 ‘주권성’ 관련 인증·컴플라이언스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장기적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종합하면, 캡제미니 CEO의 발언은 완전한 기술 자주화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실무적·정책적 균형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유럽의 기술 정책은 이상향인 전면 독립과 현실적 효율성 사이에서 구체적 사례별 접근법을 통해 점진적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