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제약사 사노피(Sanofi)가 2026년 2월 12일(현지시간) 경영진 교체를 단행해 최고경영자(CEO) 폴 허드슨(Paul Hudson)을 경질했다. 허드슨의 6년 임기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만료로 인한 매출 공백과 백신 사업의 회복 지연으로 특징지어졌으며, 특히 미국 내 반백신 정책과 관련된 정치적·정책적 압력도 회사 실적에 부담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2026-02-12,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사노피는 독일 제약 회사 메르크(Merck KGaA)의 책임자인 벨렌 가리호(Belén Garijo)를 신임 CEO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가리호는 65세의 스페인계 경영인으로, 4월 말 주주총회 이후 공식 취임할 예정이며 사노피 역사상 최초의 여성 CEO가 된다.
사노피는 허드슨의 후임 인사를 발표한 직후 2월 12일 주가가 약 3.5% 하락했다고 전해졌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가리호의 상대적으로 낮은 대외적 프로필과 메르크에서의 실적이 엇갈린다는 점을 우려로 제기했다. 증권사 제프리스(Jefferies)는 내부 메모에서 가리호가 “많은 승계 후보 명단에 오르지 않았다(“not on many shortlists as potential successor”)”고 평가했다.
독일 자산운용사 유니온 인베스트먼트(Union Investment)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마르쿠스 만스(Markus Manns)는 “그녀는 메르크에서 비용 통제력을 보여줬는데 이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연구개발(R&D) 실적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이는 사노피에게 특히 중요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만스는 이어서 “사노피의 CEO 교체는 R&D 전환이 실패했거나 너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우리는 조금 더 인내해야 한다(We have to be a little bit patient).”
이 말은 허드슨이 1월 29일 애널리스트들과의 통화에서 자신의 계획이 예상만큼 빠르게 진행되지 않았음을 인정하며 한 발언이다. 허드슨(58)은 계약 갱신을 두 달 앞둔 시점에 물러나게 되었고, 로이터의 요청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허드슨의 퇴임은 최근 유럽 제약업계에서 이어진 CEO 교체 흐름 가운데 하나다. 영국계 GSK와 덴마크의 체중감소약 제조사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 등에서 최고경영진 교체가 최근 잇따랐다. 사노피는 세계적인 백신 제조사 중 하나로 분류되는데, 2025년 발표된 일련의 임상시험 결과들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회사의 주가가 지난 1년간 약 25% 하락했고, 이는 유럽 STOXX 제약지수 대비 저조한 성과로 이어졌다.
허드슨은 주력 사업인 아토피·천식 치료제인 듀픽센트(Dupixent)의 주요 특허가 2030년대 초반에 만료되는 점을 감안해, 외부 기업 인수(일명 bolt-on 인수)를 통해 신약 포트폴리오를 보강하려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듀픽센트를 대체할 뚜렷한 후속 블록버스터가 확보되지 못하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졌다. 영국 대형 투자은행 베렌버그(Berenberg)의 애널리스트 루이사 헥터(Luisa Hector)는 “그는 6년 동안 긍정적 변화를 이끌었지만 약물 개발 측면에서는 부족했다”며 “R&D 문제의 최종 해결책은 아직 진행 중”이라고 평가했다.
사노피의 백신 사업과 미국 정책 변화
사노피는 특히 미국 시장에서 백신 사업에 대한 압력이 커진 상황이다. 회사는 1월에 금년 백신 매출이 “다소 마이너스(slightly negative)”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으며, 이는 부분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부 하 정책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허드슨은 2026년이 백신 섹터에서 거래(딜메이킹)에 적합한 시기가 될 수 있다고 1월에 언급하며, 회사는 금년 전체 매출이 높은 단자리 수(High-single-digit)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노피는 성명에서 허드슨이 2월 17일부로 사임하고, 가리호는 그룹 주주총회가 끝나는 4월 29일에 직무를 인계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과도기 동안에는 이사회 멤버인 올리비에 샤르메이유(Olivier Charmeil)가 대행 CEO로서 역할을 맡게 된다.
가리호는 이전에 사노피에서 15년 간 재직한 경력이 있으며, 프랑스 화장품 기업 로레알(L’Oreal) 이사회 멤버를 지낸 바 있다. 사노피 회장 프레데릭 우데아(Frederic Oudea)는 성명에서 “그녀는 전략 실행의 속도를 가속하고 실행의 질을 강화하며 회사의 다음 성장 사이클을 이끌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용어 및 배경 설명
듀픽센트(Dupixent)는 사노피와 리제너론(Regeneron)이 공동 개발한 단일클론항체 계열의 치료제로, 아토피 피부염(eczema)과 중증 천식(asthma) 치료에 사용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특허 만료가 다가오면 제네릭·바이오시밀러 경쟁이 심화되어 매출이 급감할 수 있다.
Bolt-on 인수는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비교적 규모가 작은 기업·제품을 인수해 포트폴리오를 보강하는 전략을 말한다. 대규모 M&A와 달리 빠르게 통합하고 특정 기술·제품을 흡수하는 데 초점이 있다.
시장·산업에 미칠 전망과 분석
사노피의 CEO 교체는 단기적으로 주가의 변동성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공시 직후 주가가 약 3.5% 하락한 점은 시장이 가리호의 리더십에 대해 즉각적인 확신을 갖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은 가리호의 R&D 실적 개선 능력과 백신 사업에서의 전략적 대응 능력을 면밀히 관찰할 것이다.
중기적으로는 신임 CEO의 우선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듀픽센트 의존도 완화를 위한 확실한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와 R&D 효율성 제고, 둘째, 백신 사업의 매출 회복 전략과 미국 내 정책 변화에 대한 리스크 관리, 셋째, 비용 구조 개선을 통한 수익성 방어다. 가리호가 메르크에서 보여준 비용 통제 능력은 긍정적 요소이나, 약물 개발 성과를 빠르게 개선하지 못할 경우 회사의 주가와 수익성 회복은 더디게 진행될 수 있다.
금융시장에서의 파급효과는 다음과 같이 예상된다. 첫째, 글로벌 제약 섹터 내 경쟁 구도에서 사노피의 밸류에이션(valuation)이 재평가될 수 있다. 둘째, 듀픽센트 대체제가 출현하지 않는 상황은 장기적 매출 리스크로 남아 투자 심리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셋째, 백신 사업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관련 투자자금의 배분이 타 제약사 또는 헬스케어 섹터 내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강화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사노피의 이번 CEO 교체는 회사가 직면한 R&D 전환 실패와 백신 사업의 정책적 압력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신임 CEO 가리호가 비용 통제와 실행력 면에서 강점을 가진 것은 분명한 장점이나, 회사의 장기적 가치 회복을 위해서는 명확한 연구개발 성과와 듀픽센트 이후의 뚜렷한 성장 동력이 빠르게 제시되어야 한다. 향후 몇 분기 내에 공개될 임상 결과와 전략적 인수합병(M&A) 또는 파트너십 발표가 사노피의 중장기적 방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