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베네수엘라의 석유·가스 탐사와 생산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일반허가(general license)을 발급했다. 이번 조치는 장기간 기대되어 온 것으로,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 증대와 국제 에너지 시장에의 재편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2026년 2월 10일, 로이터 통신(Marianna Parraga)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일반허가는 베네수엘라에서 석유 및 가스의 탐사, 개발 또는 생산에 필요한 미국산 물품·기술·소프트웨어 및 서비스의 제공을 허용한다고 명시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지난 몇 주간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에너지 분야에서 단계적으로 완화해 온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이번 허가는 베네수엘라 정부 또는 국영 석유회사인 PDVSA와 체결되는 계약이 미국 법을 준수해야 하며, 분쟁 발생 시 미국에서 해결되어야 함을 규정한다. 또한 제재 대상 기관에 대한 지급은 미국이 감독하는 기금 계좌로 이뤄져야 한다는 조건을 부과했다. 다만, 이번 허가는 “베네수엘라에서 새로운 합작법인(JV) 또는 기타 법인 설립”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번 허가로 유지·보수 목적의 거래, 즉 탐사·생산과 관련된 장비 수리나 운영 유지에 필요한 거래는 허용된다. 이는 현지 설비의 가동률을 높이고, 단기적인 생산 복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한편 기존에 수출·저장·수입·판매와 관련해 이미 발급된 여러 일반허가들에 더해 이번 조치가 추가되면서 베네수엘라의 에너지 부문 활동이 보다 포괄적으로 재개될 여지가 커졌다.
배경 및 맥락도 중요하다.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은 현재 하루 약 100만 배럴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이번 조치로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이 향후 몇 달 내 최대 20%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장비 반입과 시추 확대 등 물리적 조건이 충족될 경우 가능한 시나리오다.
정치적 상황도 변화하고 있다. 델시 로드리게스(Delcy Rodriguez) 임시 대통령 정부는 지난 1월 취임 이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미국과의 20억 달러 규모 석유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이로 인해 12월 최저치까지 떨어졌던 수출이 반등하는 계기가 됐다. 워싱턴은 또한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 재건을 위한 약 1,000억 달러 규모의 복원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외국 생산자 확대 및 신규 참여자 진입을 유도할 의향을 보이고 있다.
법·제도 변화도 병행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국회는 1월 말에 주요 석유법을 대대적으로 개정해 외국 기업이 생산·수출·현금 판매 수익에 대해 보다 자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이는 과거 2000년대에 발생했던 외국기업 자산의 국유화 사례와 대비되는 조치이다. 2000년대 베네수엘라는 일부 다국적 석유기업의 자산을 국유화했으며, Exxon Mobil과 ConocoPhillips 등은 이로 인해 손해배상을 법원에 청구해왔다.
이와 함께 Chevron, Repsol, ENI 및 정유사인 Reliance Industries 등 다수의 PDVSA 파트너와 고객들은 생산 또는 수출 확대를 위해 개별 허가를 미국 당국에 신청해 왔다. 특히 베네수엘라의 대표적인 외국 파트너인 미국계 Chevron은 성명을 통해 “우리의 초점은 직원 안전과 자산의 무결성이며 모든 관련 법규 및 미국의 제재 프레임워크를 엄격히 준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의 초점은 직원의 안전과 자산의 무결성에 있으며, 모든 법률과 규정을 엄격히 준수한다.” — Chevron 성명
다만 업계 소식통들은 다수의 개별 허가 신청이 잇따르면서 전체적인 투자와 수출 확대 계획이 신속히 진행되는 데 지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전문용어 해설을 덧붙이면, 일반허가(general license)는 제재 체계 내에서 특정 거래나 활동을 포괄적으로 허용하는 행정명령으로, 개별적인 면제가 아닌 특정 조건 하에 여러 주체가 활용할 수 있는 허가를 의미한다. PDVSA(Petroleos de Venezuela S.A.)는 베네수엘라의 국영 석유회사로, 국가 에너지 산업의 중심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rigs는 원유·가스 시추용 장비를 뜻하며, 이들의 반입은 생산량 확대에 있어 필수적이다.
분석: 향후 시장 및 경제 영향
이번 일반허가 조치는 단기적으로는 베네수엘라의 생산 복구를 촉진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감독 하에 장비 반입과 기술 제공이 이루어질 경우, 특히 유지·보수와 탐사·생산 장비의 복구가 우선적으로 이뤄지면서 몇 달 내에 생산량이 증가할 여지가 있다. EIA의 최대 20% 증가 전망은 현재 수준(약 100만 배럴/일)을 전제로 할 때 약 20만 배럴/일 수준의 증산을 의미한다.
세계 석유시장에서의 가격 영향은 복합적이다. 만약 베네수엘라가 단기간에 수십만 배럴 규모의 증산을 실현한다면 글로벌 공급이 늘어나 국제유가에 하방 압력을 줄 수 있다. 다만 OPEC+의 생산정책, 러시아·중동 산유국의 동향, 전 세계 수요 회복 속도 및 항구적 투자 유입 여부가 모두 변수로 작용한다. 따라서 베네수엘라의 증산이 곧바로 지속적인 유가 하락으로 연결되지는 않으며, 단기적 완화는 가능하나 중장기 영향은 제재 이행, 투자 규모, 정비속도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경제적 파급 측면에서는 외국 기업의 참여 확대가 이루어질 경우 베네수엘라 내 고용·장비·서비스 수요가 회복되며 관련 공급망의 재가동이 기대된다. 그러나 정치적 불확실성, 법적·계약적 리스크, 그리고 제재 이행을 관장하는 미국의 행정·사법 감독 등은 외국 자본의 대규모 유입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남아 있다. 특히 이번 허가 문구 중 분쟁 해결을 미국 관할로 규정한 점은 외국 기업에게는 분쟁 리스크의 국제중재보다는 미국 법원에서의 절차적 안정성이 중요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일반허가 발급은 베네수엘라의 석유·가스 업계 재가동을 위한 중요한 제도적·정책적 전환점이다. 단기적으로는 유지·보수와 장비 반입을 통해 생산 회복에 기여할 수 있으며, EIA가 전망한 바와 같이 몇 달 내 최대 20% 수준의 증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중장기적인 구조적 회복과 외국 투자 확대가 현실화되려면 제재 조건의 지속적 완화, 안정적 법적 프레임 구축, 그리고 현지 인프라의 대대적 복구가 병행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