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중앙은행 총재인 레셰차 크가냐고(Lesetja Kganyago)는 유럽중앙은행(ECB)이 계획 중인 새로운 리포(Repo) 유동성 라인을 남아공이 이용하는 데 강한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자국의 기준금리가 지난달 6.75%로 유지된 결정은 정점금리(terminal rate)과는 아직 거리가 있으며, 인플레이션이 더 둔화될 때까지 추가 인하 여지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2026년 2월 7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크가냐고 총재는 잉글랜드 코번트리(Coventry)에서 열린 워릭(Warwick) 경제 정상회의의 부대 행사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해당 인터뷰는 로이터의 마크 존스(Marc Jones)가 취재했다.
ECB의 리포 라인 확대 계획: ECB의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총재는 최근 유로화의 국제적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리포 유동성 라인의 비용을 낮추고 접근성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리포 라인은 외국 중앙은행이 단일통화(유로)로 표시된 담보를 넣고 유로를 차입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며, 본래 금융·유동성 위기 등 긴급 상황에서 사용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ECB와의 리포 라인이 있다면 그 라인은 무역을 뒷받침하는 데 도움이 될 것”
크가냐고 총재는 유럽과의 무역 및 투자 규모가 방대하기 때문에 남아공은 이러한 라인에서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유로화 리포 라인이 있다면 그 라인은 무역을 뒷받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할 만한 발전”이라고 말했다.
금리 및 인플레이션 전망: 크가냐고는 남아공의 기준금리와 관련해, 지난달 통화정책위원회가 기준금리 6.75%를 유지한 결정은 여전히 정점금리(terminal rate)와 거리가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정책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더 둔화되는 것을 확인한 뒤 금리 인하를 진행하기를 원하며, 현재 전망은 올해 25bp씩 두 차례의 금리 인하와 더불어 내년에 추가 25bp 인하가 포함된 것이다.
크가냐고는 “이러한 금리 경로 전망은 정책적 약속이 아니라 회의마다 변하는 가이드라인”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통화정책의 탄력성과 경제 지표에 대한 반응성 유지 의지를 의미한다.
환율과 인플레이션 하락의 요인: 지난 1년간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기여한 요인 중 하나로는 랜드(Rand)의 큰 폭 상승을 크가냐고가 지목했다. 그는 최근 몇 주간 금 등 대체 자산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으로 인해 랜드의 상승세가 일부 흔들렸지만, 전반적인 통화 강세는 경제정책 개선에 대한 시장의 인정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중요한 점은 통화의 변동성이 감소했다는 것”이라며 “랜드는 예전에는 매우 변동성이 큰 통화였지만 최근에는 변동성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BRICS와 국제금융체제의 ‘무기화’ 문제: 크가냐고는 국제금융체제의 ‘무기화(weaponisation)’에 대해서도 발언했다. 그는 신흥국들이 의도적으로 미국 달러의 패권을 무너뜨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러시아가 SWIFT(국제은행간 결제 메시지 시스템) 등 핵심 금융 인프라에서 배제되는 사례처럼 특정 국가가 금융 채널에서 차단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이 크다고 설명했다.
크가냐고는 달러 채널에 대한 접근은 “권리(right)가 아니라 특권(privilege)”이라고 표현하면서도 달러의 지배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BRICS 통화의 현실화 가능성은 낮게 봤다. 그는 “BRICS 국가들이 (BRICS 통화를 만들려면) BRICS 중앙은행 없이 어떻게 그것을 하겠는가(I do not see how they do it without a BRICS central bank)”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브라질이 제안한 BRICS 공동통화 구상은 인도에서 열릴 예정인 BRICS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있으나,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BRICS 가입국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점도 언급됐다.
외환보유액 구성과 결제시스템 상호운용성: 크가냐고는 남아공의 외환보유액 구성은 현재 약 60% 달러 표시로 구성돼 있으며 이는 무역 패턴을 반영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구성은 무역·자본흐름 패턴이 변하지 않는 한 변경될 가능성이 낮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빠른 결제시스템(interoperability) 구축의 진정한 동기는 국경 간 결제의 높은 비용과 마찰을 줄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아프리카 내에서는 통화 전환성 제한 때문에 무역 거래가 달러로 청구되고 여러 은행을 거치는 다중 체인을 통해 결제되는 경우가 많아 비용이 높아지며, 이는 지역 통합과 무역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진단했다.
용어 해설:
리포(Repo) 라인: 중앙은행 간 유동성 공급을 위해 특정 통화로 담보를 제공하고 단기 자금을 차입하는 메커니즘이다. 위기 시 외환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 쓰이며, 보유 자산을 담보로 단기간 유동성을 조달한다.
정점금리(Terminal rate): 통화정책 순환에서 중앙은행이 예상하는 장기적인 기준금리의 최고점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통상 추가 금리 인하·인상 여부를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SWIFT: 국제 은행 간 금융 메시지를 전송하는 글로벌 전산망으로, 특정 국가·기관의 접근 차단은 해당 국가의 국제금융 활동에 중대한 제약을 초래한다.
전문적 분석 및 향후 영향 전망:
남아공이 ECB의 리포 라인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 단기적으로는 외환유동성 리스크에 대한 보험 효과가 커진다. 특히 유럽과의 교역·투자 비중이 큰 남아공의 경우 유로화 차입 접근성 증대는 외환보유액 운용의 다변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필요 시 외화유동성 공급을 통해 금융시장 불안을 완화하고 금융시장 기대 심리(especially FX risk premium)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중기적으로는 ECB와 같은 선진국 중앙은행의 유로 채널을 통한 지원 가능성은 남아공의 통화정책 운용 여지를 넓히는 한편, 외환보유 구성 변화에 대한 논의를 촉발할 수 있다. 다만 크가냐고가 지적한 대로 외환보유 구성(현재 약 60% 달러)은 실제 무역·자본흐름의 구조적 변화 없이는 빠르게 바뀌기 어렵다.
금리 경로에 관해서는 남아공의 현재 전망(올해 두 차례, 내년 추가 인하)은 인플레이션과 환율 안정성에 크게 의존한다. 랜드의 추가 강세는 인플레이션을 더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금리 인하를 용이하게 만들지만, 글로벌 금리·상품가격 변동성(예: 금 가격 변동)과 외부 충격은 이러한 전망을 뒤흔들 수 있다. 또한 BRICS 통화 논의가 단기간에 달러의 지배력을 훼손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며, 통화·결제 인프라의 상호운용성이 실질적인 비용 절감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제도적·기술적 과제가 남아 있다.
결론: 크가냐고 총재의 발언은 남아공이 글로벌 금융체계에서의 다변화와 외환유동성 안전망 강화를 적극 검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CB의 리포 라인 확대는 남아공과 같은 신흥국에 단기적 완충장치 역할을 할 수 있으나, 통화정책 운용과 외환보유 구성의 근본적 변화는 국내외 경제지표의 추이와 구조적 무역 패턴의 변화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