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의 중도우파 야당 티사(Tisza)가 부유세 도입과 유로화 도입 등 경제 및 안보 관련 핵심 공약을 담은 240페이지 분량의 선거공약집을 토대로 2026년 4월 총선을 겨냥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2026년 2월 7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티사는 공약집에서 부유세(wealth tax) 도입,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내 헝가리의 확고한 입지 보장, 그리고 유로화 도입을 통한 통합 심화를 핵심 공약으로 명시했다. 공약집은 총 240페이지 분량으로, 당의 경제·사회·에너지·공공서비스 개혁 청사진을 상세히 담고 있다.
공약집은 특히 소득세 감면과 부유세 도입을 병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중위소득(median wage) 이하 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인하를 약속하는 한편, 최상위 부유층을 대상으로 연간 과세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공약집은 “자산이 10억 포린트(약 313만 달러) 초과인 경우, 초과분에 대해 연 1%의 부유세를 부과하겠다“라고 명시했다. ($1 = 319.4700 forints※공약집에 표기된 환율)
당 지도자 페테르 마자르(Peter Magyar)는 이번 공약을 통해 부패를 억제하고, 동결된 EU 자금을 해제해 수십억 유로 규모의 재원을 경제 활성화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약집은 이 같은 재원 확보와 함께 공공서비스 전반의 구조적 개혁을 약속하고 있다.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티사는 2035년까지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 해소와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두 배로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또한 당은 원자력 발전을 통해 국가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러시아가 건설 중인 Paks 2(팍스 2) 원전 사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집권하면 “종합적 검토(comprehensive review)”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즉시 의료, 교육, 복지체계, 아동보호체계와 대중교통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을 시작할 것이다,”라고 페테르 마자르는 공약집을 소개하는 영상에서 말했다.
공약집 제목은 “기능적이고 인간적인 헝가리의 기반(The foundations of a functioning and humane Hungary)”으로, 국가 운영 전반에 대한 변화 의지를 담고 있다.
여론조사 동향을 보면,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티사는 결정된 유권자(decided voters) 중에서 오르반(Viktor Orban)의 집권당 피데스(Fidesz)에 대해 8~16%포인트의 우위를 보이고 있다. 다만 친정부 성향의 조사기관들은 여전히 피데스의 우위를 보이며, 다수의 유권자가 아직까지 결정을 유보하고 있어 4월 12일 예정된 의회선거 결과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용어 설명 및 배경
부유세(wealth tax)는 개인 또는 가구가 보유한 자산(부동산, 금융자산, 기업지분 등)의 일정 부분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세금을 의미한다. 이번 공약에서 제시한 방식은 자산 총액이 10억 포린트(1,000,000,000 HUF)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연 1%를 과세하는 형태다. 중위소득(median wage)은 전체 소득자들을 소득 순으로 배열했을 때 가운데 위치한 소득을 말하며, 평균(mean)과 달리 고소득층의 영향을 덜 받아 소득분포의 중앙값을 나타낸다.
Paks 2 원전은 현행 헝가리 남부에 위치한 Paks 원전의 확장 프로젝트로, 러시아의 원전 기술과 자금이 투입되어 건설 중인 사업이다. 이번 공약에서 티사는 원전 자체를 전면 배제하지는 않으면서도, 외국 건설·투자 주체로서의 러시아 관여에 대한 재검토를 약속했다.
정책의 경제·시장적 함의 분석
티사의 공약은 재정·에너지·통화정책 전반에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먼저 부유세 도입은 단기적으로 국가 세수 구조를 다양화할 가능성이 있다. 자산 보유자에 대한 과세는 고소득층의 세부담을 높여 재분배 기능을 강화할 수 있으나, 동시에 자본유출이나 세금 회피를 촉발할 위험도 함께 존재한다. 특히 금융자산과 기업지분이 다수인 고액자산가의 거주 이전이나 자산구조 변경 가능성은 정부의 집계·징수 실무에 따라 과세 효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유로화 도입 공약은 중장기적 영향을 미칠 핵심 변수다. 유로화를 채택하려면 통상적으로 물가안정, 재정적자·공공부채 비율, 환율 안정성, 장기금리 수준 등 이른바 메스트리히트(Maastricht)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티사가 집권해 ‘예측 가능한 도입 목표 시기’를 설정하겠다고 밝힌 것은 시장과 투자자에게 통화제도 전환 가능성에 관한 신호를 보내는 행위다. 이 신호는 유로 도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포린트의 변동성, 장기 금리, 외국인 투자유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 시점과 준비 정책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단기적 불확실성이 확대될 위험도 있다.
에너지 분야의 공약은 두 가지 방향으로 해석된다. 하나는 러시아 의존도 탈피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에너지 공급 다변화 및 장기적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겠다는 점이다. 이는 유럽 내 정책 흐름과도 일치한다. 다른 하나는 Paks 2에 대한 종합검토로 인해 건설·운영을 둘러싼 계약 리스크와 관련 산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원전 검토가 프로젝트 연기 또는 구조적 변경으로 이어질 경우, 건설업체·공급망·금융조달 측면에서 파급을 낳을 수 있다.
또한 티사가 공약에서 밝힌 “동결된 EU 자금의 해제” 약속은 실제 집행이 이뤄질 경우 단기 재정·투자 여건을 개선해 경기 부양 효과를 낼 수 있다. 다만 EU 자금은 집행 조건으로 법치·투명성 관련 기준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자금의 실제 유입 여부와 시점은 당선 이후의 정치·행정적 행동에 좌우될 전망이다.
시장 반응 전망(가능성 중심)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시장은 공약의 실현 가능성과 집행 계획을 주의 깊게 평가할 것이다. 만약 티사가 선거에서 승리하고 공약을 구체화해 재정·통화·에너지 관련 로드맵을 제시한다면, 단기적으로는 포린트 변동과 국채 금리의 재평가가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공약 이행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된다면 투자자들은 리스크 프리미엄을 요구하며 단기자금의 유출 또는 보수적 포지셔닝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결론
티사의 240페이지 공약집은 헝가리의 정책 방향을 경제·안보·사회 전 영역에서 재정립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부유세·유로화 도입·에너지 의존도 축소 등 핵심 공약은 재분배 및 국가 역량 재구성에 관한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며, 2026년 4월 12일 선거 결과가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단기적 시장 반응은 선거 결과와 집권 후 구체적 실행계획 발표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