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Anthropic)이 수백만 달러를 투입해 미국 프로미식축구 결승전인 슈퍼볼(Super Bowl LX) 생중계 시간대에 광고를 송출하며 경쟁사인 오픈AI(OpenAI)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이번 광고 캠페인은 인공지능(AI) 업계에서 벌어진 가장 공개적인 공방 중 하나로 평가된다.
2026년 2월 7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NBC 방송망을 통해 방송될 것으로 예상되는 30초 분량의 광고를 통해 오픈AI가 자사 인공지능 챗봇인 ChatGPT에 광고를 도입하려는 계획을 은근하게 공격하고 있다. 광고는 오픈AI의 광고 도입 의도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해당 30초 광고에는 공원에서 턱걸이를 시도하는 마른 체형의 20대 남성이 등장한다. 이 남성은 근육질의 행인에게 복근(식스팩)을 만드는 조언을 구하자, 행인은 기계적이고 로봇 같은 응답을 하며 개인화된 근력 훈련 계획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한다. 그러나 그 응답 도중 행인은 갑자기 ‘키 작은 남성들이 더 당당해 보이게 해주는 깔창(신발용 인서트)’을 홍보하는 문구를 끼워 넣는다. 이에 20대 남성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광고의 결말은 “Ads are coming to AI. But not to Claude.”라는 문구로 마무리되며, Claude는 앤트로픽이 개발한 챗봇의 이름이다. 즉, 앤트로픽은 광고가 도입되는 AI와 달리 자사 서비스에는 광고가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We’re not stupid,”
라는 말로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Sam Altman)는 수요일 소셜미디어 플랫폼 X에 올린 게시물에서 앤트로픽의 광고를 ‘기만적(deceptive)’이라고 비판했다. 올트먼은 이어 목요일에 진행된 TBPN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우리는 어리석지 않다. 우리는 사용자를 존중하며, 만약 그들(앤트로픽)이 광고에서 묘사한 것과 같은 행동을 한다면, 사람들은 타당하게 우리 제품 사용을 중단할 것이라는 점을 이해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오픈AI는 슈퍼볼을 자사의 소프트웨어 코딩 제품인 Codex을 홍보하는 기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전해진다. 이는 오픈AI가 소비자 대상 인지도 제고뿐만 아니라 개발자·기업 고객 대상 포지셔닝을 동시에 노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캠페인은 앤트로픽의 Claude에게는 첫 슈퍼볼 캠페인이다. 주최측은 약 1억 2천만 명(120 million)의 시청자가 경기를 관전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 경기는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서 시애틀 시호크스(Seattle Seahawks)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New England Patriots)가 맞붙는 경기로 진행된다.
NBC유니버설(NBCUniversal)의 글로벌 광고 담당 의장 마크 마샬(Mark Marshall)은 30초 광고의 평균 송출 비용이 약 800만 달러라고 말했으며 일부는 1,000만 달러를 초과해 거래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NBC유니버설은 컴캐스트(Comcast)가 소유하고 있다.
슈퍼볼 광고 전쟁은 수익을 내지 못하는 두 대형 AI 연구소 간의 경쟁을 가장 공개적으로 드러낸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두 회사는 소비자 유치와 시장 점유율을 두고 경쟁하는 동시에 기업 고객 유치 경쟁에도 나서고 있으며, 이들 기업은 빠르면 올해 증시 상장(IPO)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어 투자자 관심을 둘러싼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PR업계의 싱어 어소시에이츠(Singer Associates)의 사장 샘 싱어(Sam Singer)는 이 분쟁이 인공지능 기업조차도 공개적으로 논쟁할 수밖에 없는 “매우 인간적인 충동(very human urge)”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싱어는 “오픈AI와 앤트로픽 사이의 분쟁은 슈퍼볼을 더 흥미롭게 만든다. 두 회사의 유사한 제품 간 매력적인 경쟁은 사람들이 Claude나 ChatGPT를 생각하게 할 것이며, 이는 양측 모두에 이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고 업계 전문가들은 앤트로픽과 오픈AI가 연중 최대 TV 시청자 수를 활용해 인공지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완화하고 소비자들이 챗봇을 보다 편안하게 받아들이도록 돕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광고 추적업체 가이드라인(Guideline)의 수석 인사이트 및 분석 책임자 션 라이트(Sean Wright)는 “오늘날 미국 성인 중 단지 17%만이 향후 20년간 AI가 미국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대중을 소외시키지 않으면서 적합한 어조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TV 광고 측정 회사 iSpot의 창립자 겸 CEO 션 뮬러(Sean Muller)는 오픈AI가 ChatGPT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광고를 사용해 왔으며 이를 일상생활 도구로 포지셔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픈AI의 최신 광고는 추운 날씨 속에서 서로를 응원하는 세 명의 러너를 등장시키며, 화면 하단에는 “어떻게 하면 달리기를 그만두지 않도록 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 대한 ChatGPT의 답변이 스크롤로 표시된다. 뮬러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광고는 아니었다. 오픈AI는 여전히 스토리텔링과 내러티브를 찾아가는 중”이라고 평했다.
앤트로픽 광고도 소비자 테스트에서 부정적 반응을 불러일으켰다고 광고 측정업체의 대변인은 전했다.
배경·용어 설명
슈퍼볼(Super Bowl)은 미국 프로미식축구리그(NFL)의 챔피언을 결정하는 연례 경기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TV 시청자를 기록하는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다.1 슈퍼볼 광고는 전통적으로 광고 비용이 매우 높고(30초당 수백만~천만 달러), 기업들이 브랜드 인지도 강화 및 대중 메시지 전달에 사용하는 중요 마케팅 수단이다.
ChatGPT는 오픈AI가 개발한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이고, Claude는 앤트로픽이 개발한 경쟁형 챗봇이다. Codex는 오픈AI가 개발한 소프트웨어 코드 생성·도우미 기능을 하는 제품으로, 개발자 대상으로의 활용도를 강조하는 서비스다.
NBC유니버설은 미국의 주요 방송사·미디어 그룹이며 모회사인 컴캐스트는 케이블·통신·미디어 기업이다. 광고 측정·추적을 수행하는 회사들(iSpot, Guideline 등)은 광고의 소비자 반응과 도달 효과를 분석해 캠페인 성과를 평가한다.
전문가 관점의 분석 및 전망
단기적 영향: 슈퍼볼이라는 전통적 대형 플랫폼에서 벌어지는 이번 공개적 경쟁은 양사 모두에게 단기적인 인지도 상승 효과를 줄 가능성이 크다. 추정 시청자 수 1억 2천만 명과 30초 광고 비용 평균 800만 달러라는 점을 고려하면, 광고 자체가 갖는 노출 가치는 막대하다. 다만 소비자 테스트에서 앤트로픽 광고가 부정적 반응을 일부 얻었다는 점은 브랜드 이미지 형성 측면에서 위험 요소다.
중장기적 영향: 경쟁이 심화되면 두 회사 모두 고객 확보 비용(CAC)이 상승할 수 있다. 특히 수익화 모델(광고 기반 vs 구독 또는 기업용 서비스 기반)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으며, 광고 도입은 사용자 이탈과 수익성 간의 균형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오픈AI의 경우 광고 도입은 단기 매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으나 사용자 신뢰 저하로 인한 장기적 사용률 감소 위험이 있다. 반대로 앤트로픽은 ‘광고 비도입’이라는 차별화 전략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프리미엄 사용자층이나 프라이버시·신뢰를 중시하는 고객군을 유치하려 할 것이다.
IPO 및 투자자 관점: 양사가 상장을 검토하거나 추진 중인 상황에서 공개적 경쟁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투자 결정은 단지 인지도뿐 아니라 수익 모델의 타당성, 고객 증가율, 단위 경제성(unit economics) 등 근본적 지표에 더 민감하다. 광고 캠페인은 단기적으로 주목을 끌지만, IPO 시점에서의 평가에는 제품 사용 지표와 수익 구조가 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광고·마케팅 전략적 제언: AI 기업들이 대중 신뢰를 확보하려면 광고 톤의 선정이 핵심이다. 데이터에서 보이듯 미국 성인 중 약 17%만이 장기적으로 AI의 긍정적 영향을 기대한다고 응답한 상태에서는, 과장·왜곡으로 인식될 소지가 있는 광고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기업들은 투명성, 사용성, 프라이버시 보호 정책을 명확히 제시하면서 광고 메시지를 설계해야 한다.
규제 및 공공정책 영향: 향후 AI 서비스 내 광고 도입이 일반화될 경우 개인정보보호·광고 규제 당국의 관심이 커질 수 있다. 특히 개인화 광고가 포함될 경우 데이터 활용 방식에 대한 규제 리스크가 커지므로, 기업들은 법적·윤리적 준수 프레임워크를 미리 구축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앤트로픽과 오픈AI의 이번 슈퍼볼 광고 공방은 단순한 마케팅 경쟁을 넘어 사용자 신뢰, 수익화 전략, 규제 리스크, 그리고 투자자 평가라는 다층적 쟁점을 드러낸다. 양사는 향후 광고 전략과 제품 포지셔닝에서 각각의 선택이 단기적 관심을 넘어서 장기적 성장과 수익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하게 평가해야 할 것이다.
1 슈퍼볼은 연간 개최되는 NFL 챔피언 결정전으로 광고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이벤트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