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헬스케어 업체들이 슈퍼볼 광고에 수백만 달러를 투입해 소비자 직접 공략에 나선다
미국의 주요 제약사와 헬스케어 기업들이 체중감량(비만) 치료제를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기 위해 유명 연예인과 스타를 기용한 대형 광고에 수백만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이들 광고는 올해 가장 큰 글로벌 방송 시청자 수를 자랑하는 슈퍼볼의 무대를 통해 공개되며, 제약·헬스케어 업계의 직접 소비자 마케팅(DTC, Direct-to-Consumer) 확대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해석된다.
2026년 2월 7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웨고비(Wegovy) 광고는 코미디언이자 SNL(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출연진인 케난 톰슨(Kenan Thompson)이 90초 분량의 광고에서 미국인들에게 새로 나온 웨고비 알약을 소개하는 형식이다. 광고에는 음악 프로듀서 DJ Khaled도 참여해, 풍자적(tongue-in-cheek)인 방식으로 비만 환자들이 평행주차용 알약이나 나무에 갇힌 고양이를 구하는 알약처럼 이 치료제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콘셉트를 제시한다.
텔레헬스(원격의료) 업체인 Ro는 테니스 스타 세리나 윌리엄스(Serena Williams)를 기용한 첫 슈퍼볼 광고를 내놓는다. 또한 남성·여성 건강 플랫폼인 Hims & Hers Health의 광고에는 래퍼 Common이 내레이션을 맡았으며, 광고의 핵심 문구는
“Rich People Live Longer.”
라는 문구다. 광고는 부유층이 고가의 이국적 치료를 받는 장면을 보여주며, Hims가 보다 많은 소비자에게 의료서비스 접근을 민주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GLP-1 알약 출시와 직접 소비자 마케팅 전환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광고 대열이 GLP-1 계열의 체중감량 치료제들이 주사제에서 경구(알약) 제제로 전환되면서 촉발된 직접 소비자 대상 마케팅의 확산을 반영한다고 분석한다. GLP-1은 체중감량 효과로 큰 주목을 받아온 치료제 계열로, 최근 주사형에서 알약형으로의 상품화가 가속화되면서 일반 소비자에게 더 접근 가능해졌다.
릴리(Lilly)는 경기 전 방송을 겨냥해 광고를 집행한다. 인디애나폴리스 기반의 일라이 릴리(Eli Lilly and Co.)는 많은 미국인이 효과가 높은 주사형 GLP-1 치료제로 전환한 상황에서 시장 점유율을 두고 노보 노디스크와 경쟁하고 있다. 노보는 이미 웨고비 알약을 출시했으며, 릴리는 자사의 경구형 체중감량제 Zepbound가 4월 승인될 것으로 예상된다. 릴리 측 대변인은 Zepbound 광고를 NBC의 경기 전 방송(pre-game show)과 자사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Peacock에서도 게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광고 전문가인 케빈 게이드(Kevin Gade) Bahl & Gaynor 최고운영책임자는 “슈퍼볼은 수백만 명의 소비자와 연결되는 최적의 채널 중 하나”라며, 소비자들이 슈퍼볼 광고를 적극적으로 찾아본다는 점에서 창의성과 유머를 통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광고 비용과 시청자 규모
광고 업계 매체 애드위크(Adweek)에 따르면, 이번 60th 슈퍼볼 경기(시애틀 시호크스 vs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에서 30초 분량 광고는 최대 $10,000,000(약 1천억 원대)까지 호가한다. 닐슨(Nielsen)은 이번 경기 시청자를 약 1억 3천만 명(약 130 million)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NBC는 자사 전통적 방송망에서 송출되는 광고보다 스트리밍 서비스인 Peacock의 광고 슬롯이 대략 절반 수준의 비용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가격 하락과 직접판매 모델의 확산
컨설팅업체 West Monroe의 소비자 건강 전문가 마이클 슈노(Michael Shnoe)는, 가격 압박이 심화되고 경구형 제제가 보급되면서 알약형 체중감량제의 가격이 하락하면 더 많은 신규 고객이 시장에 유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가의 주사 치료에서 비교적 저렴한 알약으로의 전환은 직접판매(Direct-to-Consumer) 모델을 통해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제공할 경우 특히 더 빠르게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노보의 새 웨고비 알약은 동일한 유효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를 사용하며, 미국에서 현금 결제 기반의 직접 판매 웹사이트를 통해 시작 가격 $149에 판매되고 있다. 반면 Hims는 세마글루타이드를 기반으로 한 복합(혼합) GLP-1 알약을 시작가 $49에 출시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대해 노보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법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하며 반발했다.
광고 지출과 제약업계의 동향
미디어 인텔리전스 업체 Guideline AI의 임원 션 라이트(Sean Wright)는 지난해 전체 제약 광고 지출이 체중감량(특히 GLP-1) 카테고리에 의해 지탱되었다고 평가하면서, 만약 GLP-1 광고가 없었다면 광고 지출이 최대 약 5%까지 감소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투자·분석가들 역시 대중 도달력(Reach)을 중시하는 기업들이 대형 스포츠 이벤트의 광고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확장하려는 전략을 재차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리어링크(Leerink)의 애널리스트 마이클 체르니(Michael Cherny)는 Hims가 지난해에도 슈퍼볼 광고에 대규모 투자를 했음을 지적하며 “회사가 도달범위를 노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작년에 효과가 있었던 만큼 다시 실행하는 논리는 이해된다”고 말했다.
용어 설명: GLP-1과 직접소비자(Direct-to-Consumer) 모델
GLP-1(Glucagon-Like Peptide-1) 계열 약물은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체중감량 효과가 확인되며 비만 치료제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 계열의 대표적 유효성분이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로, 주사제 형태의 제품(예: Wegovy, Ozempic)이 먼저 널리 사용됐다. 경구(알약) 제제는 투약의 편의성과 접근성 측면에서 환자와 소비자에게 더 매력적이며, 대중화될 경우 사용 범위가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직접 소비자 모델(DTC)은 제조사가 중간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 제품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방식으로, 온라인 플랫폼, 원격진료(telehealth), 구독 모델 등을 포함한다. 이 모델은 가격 결정의 유연성, 마케팅 효율성 증가, 빠른 고객 데이터 수집 등의 장점을 제공하지만 규제·안전성 문제와 전통적 의료 시스템(의사·보험)의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향후 가격·시장·경제에 미칠 영향 분석
경구형 GLP-1 제제의 출시와 직접 소비자 판매 확대는 단기적으로 광고비 증가와 브랜드 경쟁 심화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 변화가 예상된다. 첫째, 가격 경쟁 심화로 제품의 평균판매가격(ASP)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보고된 사례처럼 노보의 웨고비 스타터가 $149, Hims의 복합 제제가 $49로 책정되면, 기존 주사제 대비 비용장벽이 낮아져 수요가 확대될 것이다.
둘째, 보험 적용 범위 및 공적 보조 논의가 촉발될 것이다. 가격이 하락하고 사용자가 늘어나면 민간보험 및 공공보험(예: 메디케어·메디케이드) 내에서의 보장성 확대 요구가 증가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는 제약사들의 매출 구조를 변화시키며, 보험사·정부의 비용 부담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셋째, 규제 및 법적 분쟁이 증가할 소지가 크다. Hims의 저가 제품 출시와 관련해 노보·FDA의 법적 대응 위협이 이미 포착된 만큼, 제네릭·복합 제제의 안전성·품질 문제와 특허·지적재산권 분쟁이 잇따를 수 있다. 이는 제품 출시 지연, 소송 비용 상승, 브랜드 신뢰도 변화 등으로 시장 불확실성을 야기할 수 있다.
넷째, 소비자 직접 마케팅의 활성화는 헬스케어 광고 지형을 영구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대형 이벤트(슈퍼볼)에서의 집중 광고는 단기적 판매 촉진뿐 아니라 장기적 브랜드 인지도와 수요 형성에 기여한다. 다만 광고비(30초당 최대 $10M 수준)가 매우 높아 광고 투자 대비 실질적 전환율(구매·구독 유도)이 핵심 평가 지표가 될 것이다.
결론
슈퍼볼이라는 세계적 무대에서 체중감량 치료제 광고가 전면화된 것은 제약·헬스케어 산업의 소비자 직접 공략 전환과 경구 제제의 보급 확산을 상징한다. 세마글루타이드 기반의 경구형 제제는 접근성과 비용 측면에서 시장을 넓힐 잠재력이 크지만, 가격 경쟁, 보험 적용 논의, 규제·법적 리스크 등 복합적 요인들이 향후 시장 형성과 경제적 파급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광고의 대규모 집행이 실제 수요 확대와 지속 가능한 매출로 연결될지 여부는 가격정책, 규제 대응, 보험 적용여부, 그리고 광고의 효율성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