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물가 통계 논쟁이 정치적 개입 우려 촉발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발표된 최근 사태는 아르헨티나의 물가 통계가 다시 한 번 정치적 논쟁의 중심에 섰음을 보여준다. 이번 주 국가통계청(INDEC) 수장의 돌연 사임은 하비에르 미레이(Javier Milei) 대통령의 경제정책 중심부에 깊은 갈등이 있음을 드러냈다. 물가 통계의 산출 방식 변경 시점을 놓고 정부 내에서 의견 불일치가 표면화되면서 데이터의 신뢰성정책 투명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2026년 2월 6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경제부 장관 루이스 카푸토(Luis Caputo)는 INDEC의 마르코 라바냐(Marco Lavagna) 청장의 사임이 물가 산정 방법론의 업데이트 시점을 연기하려는 정부 결정에 따른 이견에서 비롯됐음을 인정했다. 카푸토 장관은 이번 변경을 “비인플레이션(disinflation) 과정이 공고화될 때까지 시행하지 않겠다”는 미레이 정부의 방침에 맞추려는 취지였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재시행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다.

사임을 계기로 야당과 시민사회는 정부가 미레이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 보호를 위해 통계를 조작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야당 하원의원 훌리아 스트라다(Julia Strada)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트릭이다”라며 물가 하락이 미레이의 가장 중요한 인기 회복 수단이었다고 지적했다. 스트라다 의원의 발언은 통계의 독립성 문제를 정치 쟁점으로 재부각시켰다.

과거 전례가 있어 이번 사안은 민감하게 받아들여진다. 아르헨티나는 2013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물가 수치 과소신고 혐의로 질책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좌파 페론주의 정권 시기 네스토르 키르치네르(Nestor Kirchner)와 크리스티나 키르치네르(Cristina Kirchner)의 정부에서 INDEC 직원 교체와 통계 수치 축소 논란이 시작되었고, 2007년 이후 공식물가 상승률이 민간 추정치의 절반도 안 되는 경우가 반복되었다.

라바냐의 사임은 INDEC의 전통적 운영 관행—집행부의 임명이 이루어지더라도 정치적 간섭 없이 전문적으로 운영되어 왔다—을 흔드는 사건으로 전문가들의 경계를 촉발했다. 컨설팅사 호라이즌 엔게이지(Horizon Engage)의 마르셀로 가르시아(Marcelo Garcia)는 “이 기관은 자율적으로 전문적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정부가 노골적으로 사임 이유를 밝힌 점이 놀랍다”고 말했다.

현 정부는 한때 두 자릿수였던 월간 물가상승률을 현재 월 3% 미만 수준으로 낮췄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해 왔다. 미레이 대통령은 8월까지 월간 물가상승률을 1% 미만으로 끌어내리겠다고 공약했다. INDEC는 당초 새로운 방법론을 1월 자료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현재 사용 중인 방식은 2004년 가계지출 조사를 기반으로 한다.

시장 참여자 다섯 명의 로이터 분석 소식통은 업데이트된 계산식이 적어도 물가상승률을 다소 높게 산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아르헨티나 경제부는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거부했다.


역사적 불신의 배경

공식 물가 통계의 신뢰성은 과거 페론주의 정부 시절 크게 훼손된 바 있다. 2007년 이후 INDEC의 인사 교체와 통계 산정 방식 변경으로 인해 공식 수치가 민간 추정치보다 현저히 낮게 발표되는 사례가 반복됐다. 그 결과 인플레이션 연동 채권의 이자지급 부담이 줄어들었고, 이는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어 해외자본 유입을 위축시키고 2001년 디폴트 이후 국제금융시장 복귀를 어렵게 만들었다.

자유·진보 재단(Liberty and Progress Foundation)의 알도 아브람(Aldo Abram)은 “투자자들은 아르헨티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방향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속임을 당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에는 정부의 물가 수치가 대체로 독립 민간 경제학자들의 예측과 일치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페소와 체감 물가

아르헨티나는 높은 인플레이션 주기를 반복해온 나라로, 통화(페소) 가치 하락이 빈번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물가가 더 오르기 전에 지출을 서두르는 모습이 자주 관찰되었다. 미레이 정부는 인플레이션 안정화로 투자자와 IMF의 찬사를 받았으나, 많은 시민들은 체감 물가와 구매력 저하를 여전히 크게 느끼고 있다.

보험 중개업에 근무하는 31세의 아일렌 멘타(Ailen Menta)는 “미레이 행정부 아래에서 내 구매력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녀는 임대료가 소득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이전 약 30%에서 상승한 수치다. 이 같은 변화는 정부가 임대료 규제를 완화한 데 따른 결과다. 반면 일부 임차인은 집주인이 높은 초기 임대료를 책정할 필요성이 줄어들면서 임대료가 내린 경우도 있다고 보도되었다.

멘타는 라바냐의 사임으로 인해 통계청에 대한 신뢰가 “제로”로 떨어졌다고 밝혔으며, “정부가 우리가 알지 못하게 하려는 무언가가 있다”고 말했다.

경제학자 로라 카울로(Laura Caullo)는 2024년 페소 평가절하와 가스·전기 보조금 삭감이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촉발했다고 지적했다. 상황은 2025년에 안정화되었지만, 그녀는 “누군가가 이전에 잃어버린 가치를 다시 돌려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사회적 반응과 시장의 관망

INDEC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미레이의 강경 지지층은 경제 안정화 성과를 옹호하고 있다. 약국에서 일하는 58세의 로베르토 콜리아르드(Roberto Colliard)는 “나는 침착하다. 며칠 안에 시장이 회복될 것이고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며 우리는 이 일을 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트릭이다” — 훌리아 스트라다(야당 하원의원)


전문가 분석 및 향후 전망

이번 사태는 단기적으로 시장 심리와 통계에 대한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점을 지적한다.

1) 통계 신뢰성 하락은 투자자금 이탈을 촉발할 수 있다. 과거 사례에서 보듯이 공식 데이터에 대한 불신은 외국인 투자자와 채권시장의 재진입을 어렵게 하고 국채 금리를 상승시킬 위험이 있다.

2) 환율 및 물가 기대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 통계의 투명성이 흔들리면 가계와 기업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향 조정될 수 있으며, 이는 소비 패턴과 임금 협상,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쳐 실질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

3) IMF 관계 및 국제신인도 영향. IMF와의 협력 관계에서는 통계의 독립성과 투명성이 핵심 조건이므로, 불신이 확산되면 향후 프로그램 이행과 금융지원 면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다만 단기 충격을 넘어 중기적 관점에서는 정부가 물가 안정화 성과를 실제로 유지한다면 시장의 우려가 완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특히 미레이 정부가 약속한 물가 하락이 실적(월 3% 미만에서 1% 미만 목표로의 추가 하락)을 통해 확인된다면 신뢰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회복은 투명한 방법론 도입과 독립적인 통계 운영 복구 없이는 제한적일 것이다.


용어 설명

INDEC(국가통계청)은 아르헨티나의 공식 통계를 생산하는 중앙기관으로, 물가, 고용, 국민계정 등 핵심 경제지표를 산출한다. 공식 통계의 신뢰성은 국내외 정책 결정과 금융시장 신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은 인플레이션의 속도가 완만하게 낮아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인플레이션 수준 자체가 낮아지는 디플레이션(deflation)과는 구분된다.

인플레이션 연동 채권은 물가상승률에 따라 원리금이 조정되는 채권으로, 공식 물가 지표가 낮게 산출되면 그에 따른 이자지급 부담이 줄어들어 정부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번 INDEC 사태는 아르헨티나의 통계 독립성과 경제정책의 투명성 문제를 다시 표면화했다. 향후 정부의 대응 방식과 독립 통계기관의 복원 여부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투명성 확보와 일관된 통계정책의 재확립이 장기적 신뢰 회복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