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베이조스(Jeff Bezos)가 소유한 워싱턴 포스트(The Washington Post)가 전 부서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해 신문 인원이 급감하고 보도 범위가 축소될 전망이다.
2026년 2월 4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회사 전체 회의 녹음에서 공개된 내용은 감원이 광범위하게 이뤄지며 신문사의 거의 모든 부서에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신문사 대변인은 전 직원의 3분의 1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고, 워싱턴-볼티모어 뉴스 길드(노조) 대변인은 뉴스룸에서 수백 명이 직장을 잃을 것이라고 전했다.
맷 머레이(Matt Murray) 편집국장은 직원들에게 이번 감축이 국제·편집·메트로·스포츠 데스크 등 주요 부서를 포함해 전 부서에 영향을 준다고 알렸다. 머레이는 통화에서 “너무 오랫동안 우리는 준(準)독점 지역 신문이던 시절에 뿌리를 둔 구조로 운영해 왔다”며 “새로운 전진 방식과 보다 건전한 재정 기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늘 워싱턴 포스트는 미래를 위한 몇 가지 어렵지만 결정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는 회사 전반에 걸친 중대한 구조조정에 해당한다. 이러한 조치들은 우리의 기반을 강화하고, 워싱턴 포스트를 차별화하는 특유의 저널리즘을 전달하는 데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이번 감원 발표는 창간 연도인 1877년 이래 이어진 전통적 보도 범위와 조직 규모의 축소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변화는 2026년 동계올림픽(2026 Winter Olympics) 보도 축소 발표 직후에 나왔으며, 신문사는 최근 재무 악화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번 해고 대상자 명단에는 아마존 담당 기자 캐럴라인 오도노반(Caroline O’Donovan), 카이로(Cairo) 주재국장 클레어 파커(Claire Parker) 및 중동 지역의 다른 특파원·편집자들이 포함된 것으로 오도노반과 파커의 X(구 트위터) 게시물이 전한 바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2013년 제프 베이조스가 그레이엄(Graham) 가문으로부터 2억5천만 달러(약 250 million USD)에 인수했다. 베이조스는 인수 당시 언론 전통을 보존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일상적 운영을 직접 주도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앞으로 수년간 변화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언론 산업의 구조적 난관
인터넷의 등장으로 신문 비즈니스 모델이 크게 흔들리면서 대형 도시 일간지들을 포함한 뉴스 매체들은 수년간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 Times) 등 다른 대형 지방 일간지도 소비자들이 주요 뉴스 소스로 소셜미디어를 택하면서 경영난에 직면해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2023년에 여러 사업 기능에서 변화를 단행하고 감원 발표를 한 바 있으나 당시에는 뉴스룸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해 회사 전체 직원들에게 자발적 퇴직 패키지를 제안했고, 당시 누적 손실은 1억 달러(약 100 million USD)에 달했다고 전했다.
구독·발행 부수의 하락
감원의 배경으로는 유료 구독자 및 발행 부수의 감소가 명확하다. 감사된 매체 연합(Alliance for Audited Media)의 자료에 따르면 워싱턴 포스트의 2025년 유료 일평균 발행부수는 97,000부, 일요일 평균은 약 160,000부로 집계되었으며, 이는 2020년 평균 일평균 250,000부에서 큰 폭으로 하락한 수치다.
노조와 내부 반응
워싱턴-포스트 길드(Washington Post Guild)는 X에 “베이조스가 이 신문을 세대를 거쳐 정의해 온 사명을 더 이상 투자하려 하지 않는다면 이 신문은 그 임무를 수행할 관리자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길드인 워싱턴-볼티모어 뉴스 길드는 이번 감원을 “학살(bloodbath)”에 비유하는 내부 반응을 전했다.
백악관 담당 기자단은 지난주 베이조스에게 보낸 서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보도는 해고 위험에 처한 팀과의 협업에 크게 의존한다”며 “다양한 구성의 뉴스룸은 재정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특히 중요하다”고 경고했다.
사건·논란의 맥락
최근 몇 년간 워싱턴 포스트는 내부 기자들과 충돌한 사례가 있었다. 2024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특정 후보 지지를 보류한 결정 이후 디지털 구독자 20만 명 이상이 해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2024년 초 윌리엄 루이스(William Lewis)를 CEO로 임명했고, 지난해에는 오피니언 섹션의 방향을 “개인적 자유와 자유시장”으로 전환하는 등 편집 방향에도 변화가 있었다.
또한, 2026년 1월 14일 연방수사국(FBI)이 국가 기밀 정보 공유와 관련된 수사 일환으로 한 포스트 기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사건은 언론 자유에 대한 우려를 촉발했다. 전국언론클럽(National Press Club) 회장 마크 슈에프 주니어(Mark Schoeff Jr.)는 “오늘의 워싱턴 포스트 감원은 해당 기자들과 언론 직업 전체에 치명적인 역행이다”라고 논평했다.
그레이엄 가문의 반응
1979년부터 2000년까지 이 신문의 발행인을 지낸 돈 그레이엄(Don Graham)은 페이스북에 이번 해고 소식을 전하며 “훌륭한 기자와 편집자, 오랜 친구들이 일자리를 잃는 것이 슬프다. 그들을 우선적으로 걱정하며 도울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자신이 1940년대 후반부터 스포츠면으로 신문을 읽기 시작했다는 개인적 언급을 덧붙였다.
용어 설명
유료 일평균 발행부수(paid average daily circulation)는 일상적으로 지불된 구독과 판매를 기준으로 산정한 평균 발행부수를 의미한다. Alliance for Audited Media는 이러한 데이터를 독립적으로 감사·공개하는 기관으로, 미디어 기업의 유통 규모와 트렌드를 평가하는 데 사용된다.
노조(길드·guild)는 기자와 편집자 등 언론 종사자들의 노동 조건과 권리를 대변하는 단체다. 워싱턴 포스트에는 서로 다른 노조가 존재하며, 각각의 노조는 해고와 구조조정에 대해 별도 성명을 발표하거나 교섭을 진행한다.
전문적 분석: 산업적·경제적 영향
이번 감원은 단기적으로는 인건비 절감으로 재무 상태를 일부 개선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보도의 깊이와 지역·국제 사안에 대한 취재 역량 약화로 이어져 구독자 이탈을 가속화할 위험이 있다. 특히 국제·중동 담당 특파원 축소는 글로벌 이슈 보도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고품질 저널리즘을 구독 이유로 삼는 독자층의 감소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광고주 관점에서도 뉴스룸 축소는 콘텐츠 생산량과 영향력 감소를 의미할 수 있어 디스플레이 광고 및 콘텐츠 연계 수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정치·정책 보도의 축소는 공공의 알권리에 영향을 주어 장기적으로는 신뢰도 하락과 브랜드 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편, 제프 베이조스의 소유 구조와 경영 개입 수준은 언론의 독립성과 편집 방향에 대한 지속적인 논쟁거리가 되어왔다. 이번 구조조정은 외부 투자자나 대체 운영 모델(예: 비영리화, 파트너십, 지역별 협업 등)을 둘러싼 논의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미디어 업계 전반에서는 유료 구독 중심 모델의 강화, 비용 구조의 재정비,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이 해법으로 거론되고 있다.
향후 전망
워싱턴 포스트의 이번 결정은 미국 주요 일간지들의 구조적 전환을 상징하는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다. 단기적으로는 편집 라인업과 뉴스 커버리지의 축소가 현실화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조직 구조와 수익 모델의 재편을 통해 생존 전략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러한 재편 과정에서 저널리즘의 품질 유지와 공공의 알권리 보장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이번 사안은 미디어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 언론의 독립성, 그리고 공익 보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를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