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유류종자 처리업체인 번지(Bunge)가 2026년 이익 전망을 시장 예상치보다 낮게 제시했다. 이는 글로벌 곡물 과잉과 가공 마진의 축소, 그리고 무역 및 바이오연료 관련 정책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결과다.
2026년 2월 4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번지는 2025회계연도 실적 발표와 함께 2026년의 조정 이익 전망을 종전 기대치보다 낮게 제시했다. 이 기사에는 칼 플룸(Karl Plume)과 푸자 메논(Pooja Menon)의 보도가 반영되어 있다.
미주(미주리) 본사의 번지는 2025년 회계연도에 연간 조정 주당순이익(EPS) $7.57를 기록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전년도의 $9.19에서 하락한 수치이나, 시장 합의치인 $7.40는 소폭 상회했다. 분기 기준으로는 12월 31일로 마감된 4분기에 조정 EPS $1.99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 $2.13에서 하락한 반면, 시장 컨센서스 $1.81는 웃돌았다(자료원: LSEG 집계).
번지의 주가는 연초 이후 약 30% 상승한 상태였으며, 실적 발표 직후 2.3% 추가 상승세를 보였다. 다만 일부 애널리스트는 이번 전망을 보수적( conservative ) 출발점으로 규정하며, 향후 미국의 바이오연료 관련 정책이 확정되면 크러시(crush) 마진이 개선되어 실적이 좋아질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CFRA 리서치의 수석 주식 애널리스트인 아룬 순다람(Arun Sundaram)은 “투자자들은 이 전망을 다소 신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연료표준(Renewable Fuel Standard)이 업데이트된 바이오연료 혼합 요건으로 확정되면 크러시 마진이 개선될 가능성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역 불확실성과 바이오연료 정책 리스크
번지는 보도자료에서 외부 환경이 여전히 복잡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으로 촉발된 무역 혼란과 바이오연료 정책의 불확실성이 고객사의 단기 거래 예약을 위축시켜 실적에 부담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번지의 CEO 그렉 헥먼(Greg Heckman)은 “외부적으로는 제한된 선행 가시성, 지정학적 긴장, 변화하는 무역 흐름 및 특히 미국의 바이오연료 정책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사업 규모 확장 및 합병 효과
한편 번지는 2025년 중반 비테라(Viterra)와의 합병을 통해 곡물 취급 및 가공 능력을 확대했으며, 이로 인해 물량과 매출이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다만 합병에 따른 설비 확장과 시장 여건의 악화가 맞물리며 마진 개선 폭은 제한적이었다.
미 재무부와 바이오연료 관련 규정 변화
미국 재무부는 2026년 2월 초 바이오연료 제조사가 더 큰 세제 혜택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제안 규칙을 공개했다. 이 규정은 북미에서 생산된 유류종자(예: 대두, 카놀라)의 원료 사용를 장려하고, 원료의 탄소 강도(carbon intensity)를 산정하는 방법론에도 조정을 포함한다. 시장은 다음 달로 예정된 바이오연료 혼합 의무(blending quotas)의 최종 규정 발표를 주시하고 있다. 트레이더와 애널리스트들은 혼합 의무가 초기 제안에 근접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물량 확대에는 긍정적이지만 수입 바이오연료 및 원료에 대한 제재 계획은 철회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용어 설명: ‘크러시 마진’과 ‘Renewable Fuel Standard’
‘크러시 마진(crush margin)’은 유류종자(예: 대두)를 기름과 박(치, protein meal)으로 분리해 판매할 때 발생하는 가공 이익을 의미한다. 간단히 말해, 원료 가격 대비 완제품(식용유, 연료용 유분 등)을 판매해 남는 차익이 크러시 마진이다. 이 마진이 좁아지면 가공업체의 수익성이 악화된다.
‘Renewable Fuel Standard (RFS)’는 미국의 재생연료 의무화 제도로, 연료 혼합 비율을 규정해 바이오연료 사용을 장려한다. RFS의 혼합 비율이 강화되면 바이오연료용 원료 수요가 증가해 대두·카놀라 등 유류종자의 가공 수요와 마진에 영향을 미친다.
시장 영향 및 향후 전망
업계 전반의 곡물 과잉과 낮은 소매 수요는 단기적으로 가공 마진을 압박한다. 번지의 경우, 2025년 실적이 컨센서스를 상회했음에도 2026년 전망을 보수적으로 제시한 것은 경영진이 정책 불확실성과 글로벌 수급의 불안정성을 신중하게 반영했기 때문이다. 다만 바이오연료 관련 최종 규정이 발표되어 미국의 바이오연료 혼합 의무가 강화되거나, 연료 혼합에 사용되는 북미산 원료에 유리한 세제 혜택이 확정될 경우 번지의 크러시 마진은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곡물가격의 하방 압력이 이어질 경우 번지를 포함한 곡물 가공업체들의 수익성이 추가로 약화될 수 있다. 그러나 정책 확정(예: RFS의 강화, 세제 혜택 확정)이 이루어질 경우 관련 업종에 대한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일어나며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특히 바이오연료 혼합 의무의 최종 수치와 수입 제재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리스크와 시사점
단기 리스크로는 지정학적 긴장, 보호무역주의, 글로벌 수요 부진과 같은 외생적 요인이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에 따른 작황 변동성과 원료 다변화(예: 대체유채, 유전자변형 작물 등)에 따른 산업구조 변화가 있다. 번지와 동종 업계(예: 카길(Cargill), ADM)는 이러한 구조적·정책적 변화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종합하면, 번지의 이번 실적 발표는 현재의 거시적·정책적 불확실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바이오연료 수요가 가시적으로 증가할 경우 번지의 실적과 주가에 긍정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반대로 글로벌 곡물 공급 과잉이 지속될 경우 업종 전반의 수익성 약화는 지속될 전망이다.
원문 기사 및 취재 정보
본 보도는 2026년 2월 4일 로이터 통신의 Karl Plume과 Pooja Menon의 보도를 기반으로 작성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