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협상 난항 우려에 원유 가격 급등

원유와 휘발유 선물가격이 2월 4일(현지시각) 큰 폭으로 상승했다. 3월물 WTI 원유 선물(티커 CLH26)은 전일 대비 +1.93달러(+3.05%) 상승 마감했고, 3월물 RBOB 휘발유 선물(RBH26)은 +0.0673달러(+3.55%) 상승 마감했다. 휘발유 가격은 2.5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

2026년 2월 5일, 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원유와 휘발유 가격은 장 초반의 약세를 뒤집고 급등했다. 급등 배경으로는 미국과 이란 간 예정된 핵협상 교착으로 인한 지정학적 긴장 고조 우려와 미 원유재고가 예상을 크게 밑도는 등 공급 불안 신호가 동시에 작용했다.

단기 촉발 요인

미국 매체 Axios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금요일(예정)로 잡힌 미·이란 핵협상의 장소와 형식을 변경하라는 이란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미국은 협상이 예정대로 터키에서 열려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반면, 이란은 오만에서 열릴 것을 요구했다. 이 같은 교착은 미국이 이란에 대해 군사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높이며, 이는 주요 해상 수송로 교란과 이란의 일평균 원유 생산량 약 330만 배럴(bpd)의 공급 차질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with speed and violence, if necessary”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

지난주 목요일에도 원유 가격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 이후 5.75개월 만의 고점으로 급등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동에 파견한 미 함정들이 임무를 “필요하면 속도와 폭력으로(with speed and violence, if necessary)”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해 지정학적 리스크를 자극했다. 이란에 대한 군사적 공격은 오만해협·호르무즈 해협 등에서의 통항 차질과 같이 세계 원유 공급의 약 20%가 지나는 해로의 봉쇄 가능성을 제기한다.


시장·공급 요인 요약

공급 측면에서는 다양한 요인이 혼재한다. 한편으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관련한 제재 및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러시아 정유시설·유조선 피해가 누적되며 러시아산 원유 공급에 제약이 가해지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최근 5개월간 우크라이나의 드론·미사일 공격은 최소 28개의 러시아 정유시설을 표적화했고, 발틱해에서 최소 6척의 유조선이 공격을 받았다. 또한 미국과 EU의 대(對)러시아 추가 제재도 러시아의 수출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은 증가세로 돌아섰다. 로이터통신은 베네수엘라의 1월 원유 수출이 80만 bpd로 12월의 49.8만 bpd보다 크게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인도에 대한 미국의 관세 철회 약속과 맞교환으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시키려는 외교·무역적 압력도 눈에 띈다. 이에 따라 러시아산 원유의 인도 항구 도착량은 12월에 약 120만 bpd로 3년여 만의 저점으로 낮아졌다.

OPEC+는 2026년 1분기 동안 증산 보류 계획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OPEC+는 2025년 11월 회의에서 12월에 +137,000 bpd를 증산했으나, 새로 부각되는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2026년 1분기에는 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OPEC은 2024년 초에 단행한 220만 bpd의 감산분을 복원하려는 과정을 진행 중이나, 아직 120만 bpd의 복원 여지가 남아 있다. 2025년 12월 OPEC의 원유 생산량은 +40,000 bpd 증가해 2,903만 bpd를 기록했다.


미국 정부 통계와 시장 반응

미 에너지정보청(EIA)의 주간 재고 보고서는 이번 주 주요한 매수 재료로 작용했다. EIA는 1월 30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가 -346만 배럴로, 시장 예상치인 -65만 배럴을 크게 상회하는 대규모 감소를 보고했다. 정제용 중간유류인 디스틸레이트 재고도 -550만 배럴로 예상치 -108만 배럴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고, WTI의 인수지점인 쿠싱(Cushing) 재고는 -74.3만 배럴 감소했다. 반면 휘발유 재고는 +68.5만 배럴 늘어나 5.5년 만의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EIA 보고서는 또한 1) 미국 원유 재고가 5년 계절 평균 대비 -4.2%, 2) 휘발유 재고는 +3.8%로 평균 상회, 3) 디스틸레이트는 -2.2%로 평균보다 낮은 수준임을 지적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원유 생산은 주간 기준 -3.5% 감소해 14개월 만의 저점인 1,321.5만 bpd를 기록했으며, 이는 11월 7일 기록한 1,386.2만 bpd의 정점보다 낮은 수치다.

Baker Hughes의 리포트에 따르면 1월 30일로 끝난 주간 기준 미국 내 가동 중인 유정 수는 411기로 전주와 동일하며, 4.25년 만의 저점인 406기(2025년 12월 19일 주간)보다 소폭 높은 수준이다. 최근 2.5년 동안 유정 수는 2022년 12월의 정점 627기에서 급격히 축소됐다.


시장에 대한 실무적 해설(용어 설명)

원문에 등장한 주요 용어에 대한 설명을 덧붙인다. WTI는 미국 멕시코만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되는 원유의 벤치마크인 웨스트텍사스중질유(West Texas Intermediate)를 의미한다. RBOB는 휘발유 연료 규격으로 거래되는 선물의 일종이다. EIA는 미국 에너지정보청(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IEA는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를 가리킨다. OPEC+는 OPEC 회원국과 비회원 산유국(예: 러시아)을 포함한 협의체를 의미하며, bpd는 하루당 배럴(barrels per day)을 뜻한다. Cushing은 오클라호마 주의 원유 물류 중심지로 WTI 선물의 인수·인도 지점이다.


향후 전망과 시사점

단기적으로는 지정학적 불확실성(미·이란 협상 교착, 중동 긴장 고조)과 EIA 재고 감소가 결합해 원유 가격에 상방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란의 생산 차질이나 해상 운송로 봉쇄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공급에 즉각적이고 광범위한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유럽·아시아 연료비 상승, 운송비 증가를 통해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으로 연결될 수 있다.

중기적으로는 OPEC+의 증산 보류와 러시아 공급 제약, 베네수엘라의 수출 회복 등 상쇄 요인이 혼재한다. IEA가 최근 2026년 글로벌 원유 공급 과잉 전망치를 소폭 하향 조정(381.5만 bpd → 370만 bpd)한 점은 공급 과잉 우려를 일부 완화하지만, 여전히 구조적 공급·수요 불균형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또한 EIA의 2026 미국 원유 생산 추정치는 지난달(13.53만 bpd)보다 소폭 상향된 13.59만 bpd로 제시돼 미국 생산 증가가 향후 하방요인이 될 수 있다.

투자자와 정책 결정자는 다음을 주목해야 한다. 첫째, 지정학적 리스크 지표(미·이란 협상 진행 상황, 중동 군사 활동, 호르무즈 해협 통항 상태)가 가격 변동성의 핵심 촉발 변수라는 점. 둘째, EIA·IEA 등 주요 기관의 재고·생산 통계는 단기 수급 평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므로 매주 발표되는 데이터를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점. 셋째, 러시아·베네수엘라의 수출 변화와 OPEC+의 정책 변동이 중장기 공급 경로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결론

요약하면, 2026년 2월 초 원유 시장은 미·이란 협상 난항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상승과 EIA의 재고 급감이라는 이중 요인에 의해 단기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다만 베네수엘라 수출 증가와 일부 기관의 공급 전망 수정, 미국 생산 변화 등은 향후 가격 흐름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시장은 계속해서 지정학적 사건과 주간 재고 통계를 중심으로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이며, 투자자는 공급 충격 시나리오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참고: 본문에 인용된 수치와 날짜는 Barchart가 2026년 2월 5일 공개한 자료를 근거로 한다. 기사 작성자는 본문에 언급된 증권에 대해 직접적 또는 간접적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