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컨설팅사, 중국 사업 우회로 모색하며 규제·제재 경계 시험

글로벌 컨설팅사들이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중국 내 영업을 확대하기 위해 규제와 제재의 경계를 시험하는 위험한 우회 전략을 택하고 있다. 업계와 법률 전문가들은 이러한 방법이 서방의 제재 규정과 중국의 외국 컨설턴트에 대한 제한 규정의 한계를 시험하는 사례라고 평가한다.

2026년 2월 3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2023년 이후 KPMG와 베인앤컴퍼니(Bain & Co)의 중국 법인들이 제재 대상인 러시아 은행을 위해 업무를 제안했거나 실제로 수행한 사례가 확인됐다. 또한 EY(언스트앤영) 소속 직원들은 중국의 중개기업을 통해 국영 기업 발주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제안서를 제출한 정황이 회사 문서와 의사결정에 정통한 네 명의 인사로부터 밝혀졌다. 로이터는 이들 정황을 처음으로 보도한다.

사례별 세부 내용

KPMG 중국법인은 러시아 국영 은행 스베르뱅크(Sberbank)의 중국 내 지점 설립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로이터가 입수한 2023년 11월 6일자 계약서에는 허가 취득, 정부기관 점검 대응, IT(정보기술) 점검, 세무 신고 지원 등이 포함돼 있으며 수수료는 미화 40만 달러를 초과한다고 명시돼 있다.

KPMG는 로이터에 해당 계약이 “모든 적용 법규와 규정을 준수해 수락·수행됐다”고 밝혔다. KPMG 중국은 “제재법 준수를 보장하기 위한 점검을 통상적 절차에 따라 실시했다”고 했으며, 스베르뱅크의 베이징 대표사무소가 “직접 KPMG 차이나에 업무를 의뢰했고, 모든 대금도 직접 KPMG 차이나에 지급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이를 반박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제재 리스크와 규정 설명

미국은 크림반도 합병 이후 스베르뱅크에 대해 제재를 부과했으며,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제재를 강화했다. 이 제재는 미국인 및 미국 기관이 스베르뱅크에 재화·서비스·기술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며, 이차 제재(secondary sanctions)의 적용 가능성도 있다. 이차 제재는 비(非)미국인이라도 제재 대상에 대해 동일한 지원을 제공할 경우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미 재무부(US Treasury)에 따르면, 이차 제재 위반은 비미국인이 제재 대상에 대해 “물질적(material)” 지원을 제공한 경우 발생한다. 미 재무부의 산하 기구인 외국자산통제실(Office of Foreign Assets Control, OFAC)은 ‘물질적 지원’ 여부를 판단할 때 폭넓은 재량권을 보유한다고 업계 법률자문을 통해 알려졌다. 스텝토(Steptoe LLP)의 요약에 따르면 제재 위반 여부 판단은 계약의 구체적 내용과 행위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여러 제재 전문가들은 로이터에 특정 사례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으면서도,

“제재 대상자와 어떤 형태로든 거래를 하는 것은 평판과 규제 측면의 심각한 리스크를 초래한다”

고 지적했다. 리스크자문회사 K2 인테그리티(K2 Integrity)의 관할 서비스 총괄인 다니엘 글레이저(Daniel Glaser)는 “비미국 기업이지만 제재 대상 또는 이차 제재 프로그램의 대상과 거래한다면 엄청난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레이저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 재무부 테러자금 담당 차관보를 지냈다.

중국과 법률회사 킹앤우드 말레슨스(King & Wood Mallesons)의 파트너 메그 어터백(Meg Utterback)은 “제재 대상과의 거래를 우회하는 방법이 존재할 수는 있으나, 거래의 성격과 결제 통화 등 여러 요소에 좌우된다”며 미국의 제재 체계가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으므로 미 당국이 제재 회피로 인지할 위험을 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Bain의 사례와 EY의 중개 활용

로이터가 입수한 2024년 9월자 내부 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미국 컨설팅사 베인의 중국법인은 스베르뱅크를 대상으로 중국의 전기차(EV) 산업에 대한 시장분석 프로젝트 수주를 제안했다. 스베르뱅크는 산업의 발전 단계, 보급률, 시장 참여자, 향후 전망에 대한 분석을 원했으며, 베인은 3주간 작업에 대해 미화 40만 달러 초과의 수수료를 제안했다. 논의 과정에서 베인은 제재 대상자로부터 직접 대금을 수령할 수 없음을 밝히고, 중개인 활용 방안이 논의됐으나 베인은 입찰에 성공하지 못했고 프로젝트는 진행되지 않았다.

스베르뱅크는 KPMG와의 계약 및 베인과의 논의에 대해 로이터의 상세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베인은 논평을 거부했다.

또 다른 사례로 EY 소속 직원들이 중국의 외부 중개업체인 ‘진디안 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北京金典信息技术有限公司·Jindian Information Technology (Beijing)’)를 통해 2023년 4월 중국의 국영 은행인 충칭농촌상업은행(Chongqing Rural Commercial Bank) 대상 100일 전략 프로젝트에 제안서를 제출한 정황이 계약서로 확인됐다. 해당 계약서는 진디안과 충칭은행 사이의 계약으로 되어 있으나, 계약서에 기재된 24명의 팀원은 모두 EY 차이나 및 EY 파르테논(EY Parthenon) 소속 직원들이었다고 복수의 관계자가 밝혔다. 로이터는 EY 웹사이트와 사회관계망에 공개된 프로필을 통해 그중 4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이들에는 양쪽 기관의 파트너들이 포함돼 있었다.

중국에서 기업이 직접 수행할 수 없는 업무를 외부 중개업체를 통해 수행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방식이 규제 당국이나 본사 차원의 제약을 피하기 위한 우회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디안 측 대변인은 EY의 “외국 전문가들과 함께 입찰에 참여했으나 선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EY와 충칭농촌상업은행은 이 사안에 대한 로이터의 상세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중국 규제 환경의 변화

2000년대 초반 이후 외국 컨설팅사들은 중국 시장에서 급속히 성장했다. 중국의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다국적기업과 현지 기업들이 시장 구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컨설턴트에 대한 수요를 촉발했고, 컨설팅업계는 중국 내 인력을 적극 채용하며 성장했다. 그러나 이후 현지 경쟁사들이 낮은 가격과 규정·문화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기반으로 점유율을 늘렸고, 최근에는 베이징의 자립(self-reliance) 및 국가안보 중심 정책 강화로 외국 기업의 역할이 축소됐다.

특히 2025년 초 도입된 네트워크 데이터 보안 관리 규정(Network Data Security Management Regulations)은 개인·조직 관련 온라인 데이터를 다루는 기업에 대해 보안 평가를 부과하고 정부 승인 없는 국경 간 정보 이전을 제한함으로써 민감 정보의 국외 유출을 통제했다. 이 규정은 국가안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보도되었다.

빅4(딜로이트, PwC, KPMG, EY) 계열 컨설팅사의 중국 매출 성장률은 2022년 이후 중국공인회계사협회(Chinese Institute of Certified Public Accountants) 자료에 따르면 급격히 둔화됐다. 미·중 긴장 심화는 글로벌 컨설팅사들로 하여금 중국 내에서 마치 “외줄타기(tightrope)”를 걷는 것과 같은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제재 위반 시 제재 및 집행

미국의 경우 1차 제재(primary sanctions) 위반에 대한 민사 벌금은 위반당 수십만 달러에 이를 수 있으며 형사 사건의 경우 더 높은 벌금과 징역형이 부과될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 글로벌 컨설팅사들이 중국에서 수행한 업무로 인해 미국에 의해 제재를 받은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유럽연합(EU)과 영국도 스베르뱅크에 대해 일부 전문 서비스 제공을 금지하는 제재를 부과했으며, EU와 영국 정부는 이 사안에 대해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

당국과 기업들의 반응

미 재무부 대변인은 로이터에 제재 집행을 매우 엄중히 다루고 있다고 말했으나, 로이터가 지목한 개별 사례에 대해서는 언급을 거부했다. 크렘린(러시아 정부)은 로이터의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 제재를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관계 당국과 기업들에 제재를 회피하고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중국의 재정부와 상무부는 로이터의 질의에 응하지 않았고, 국내 금융업을 감독하는 중국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NFRA)와 인민은행(People’s Bank of China)도 본 보도에 대한 답변을 제공하지 않았다.


용어 해설

이차 제재(secondary sanctions): 본래 제재를 부과한 국가(예: 미국)가 제재 대상과 거래하는 제3국 개인·기업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조치를 말한다. 즉, 제재 대상과 직접 거래하지 않아도 해당 거래가 제재 회피로 인식되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물질적 지원(material support): 미 당국의 제재 판단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제재 대상의 운영·거래·기술적 능력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행위를 의미한다. OFAC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넓은 재량으로 이를 판단한다.

중개업체(Intermediary): 규제나 본사 방침 등으로 인해 직접 계약·업무 수행이 어려운 경우 사용되는 제3자 회사로, 실제로는 원래 기업의 인력이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있다. 중국에서는 중개를 통한 업무 수행 자체가 불법은 아니나 규정·계약 조건에 따라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시장 및 향후 영향 분석(전문가 관점)

이번 보도에서 드러난 사례들은 몇 가지 중대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우선 글로벌 컨설팅사들의 중국 내 매출 및 사업기회 축소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당국의 데이터·안보 규제 강화와 서방의 제재 확대는 다국적 컨설팅사들이 기존처럼 자유롭게 사업을 확장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는 장기적으로 컨설팅사들의 중국 내 인력 구조 조정, 가격 경쟁력 약화,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 증대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두번째로, 규제·제재 리스크가 기업의 비용 구조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비용 상승, 법률 자문 비용 증가, 내부 통제 및 데이터 관리 설비 투자 확대는 단기적으로 수익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특히 미국 등 제재 당국의 해석에 따라 ‘물질적 지원’으로 판단될 경우, 민사·형사상 중대한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어 보험료 상승과 리스크 프리미엄 반영이 예상된다.

세번째로, 이러한 환경은 현지 컨설팅 및 기술 기업의 시장 점유율 확대를 촉진할 수 있다. 로컬 기업들은 규정을 잘 이해하고 가격 경쟁력이 있어 다국적사의 공백을 빠르게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중국 내 컨설팅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투자자 관점에서 볼 때, 컨설팅사들이 중국 관련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기업가치 변동성을 좌우할 수 있다. 명확한 컴플라이언스 체계 구축과 투명한 리스크 공개는 규제 리스크를 낮추는 한편, 불명확한 대응은 주가·신용평가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권고적 고려사항(실무적 시사점)

기업들은 국제 제재와 중국 규제 양쪽을 동시에 고려한 다층적 리스크 평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제재 대상 여부에 대한 선제적 스크리닝, 중개업체 활용 시 계약상 책임·노출을 명확히 규정하는 조항 삽입, 데이터 국경간 이전에 대한 법적 자문과 기술적 보호장치 적용이 필요하다. 또한 내부 컴플라이언스 교육 강화와 외부 감사·법률 자문을 통한 정기적 점검이 권장된다.

결론적으로, 글로벌 컨설팅사들이 중국 내에서 활동을 유지하고 확장하기 위해 선택하는 우회 전략은 단기적 기회를 제공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제재·규제 리스크와 평판 리스크를 증대시킬 수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법률·규제 전문가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