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이란 긴장 완화로 국제유가 급락

국제유가가 달러 강세와 중동 지정학적 긴장 완화 소식에 급락했다. 3월 인도분 WTI 원유(CLH26)는 월요일 종가 기준 -3.07달러(-4.71%) 하락했고, 3월 인도분 RBOB 휘발유(RBH26)는 -0.0908달러(-4.68%) 하락 마감했다.

2026년 2월 3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달러 인덱스(DXY00)는 1주일 만에 최고치로 반등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이 이란과 대화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이란 외무부는 외교적 노력이 전쟁을 피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Axios는 미 특사 윗코프(Witkoff)와 이란 외무차관 압바스 아라크치(Abbas Araghchi)가 금요일에 이스탄불에서 만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시장에선 달러 강세와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가 원유 수요와 리스크 프리미엄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달러 인덱스의 랠리는 외국 통화로 표시된 상품 가격을 상대적으로 비싸게 만들어 수요 둔화를 유발할 수 있고, 중동에서 군사적 긴장이 완화될 가능성은 운송·공급 차질 우려를 줄여 유가를 압박한다.

원유 공급 측면에서는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 증가가 글로벌 공급을 늘리며 가격 하방 압력을 가했다. 로이터는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이 12월 49만8,000배럴/일(bpd)에서 1월 80만배럴/일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또한 Vortexa는 1월 30일로 끝난 한 주 동안 7일 이상 정박 상태였던 유조선의 원유 재고가 주간 기준 -6.2% 감소해 1억3만 배럴(103.00 million bbl)로 집계됐다고 보고했다.

한편,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는 흐름과 상반되는 요인도 존재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평화협상 돌파구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 신호를 보냈다. 크렘린은 “영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러시아가 요구하는 영토가 수용될 때까지 장기적 합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전쟁 지속 전망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약을 계속 유지시켜 유가에 상승요인이 된다.

시장 주요 지표도 혼조를 보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2026년 전세계 원유 과잉 공급량 전망을 하향 조정해 지난달의 381.5만배럴/일에서 370만배럴/일로 낮췄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1월 13일 자료에서 2026년 미국 원유 생산 전망을 지난달의 1,353만배럴/일에서 1,359만배럴/일로 상향했고, 2026년 미국 에너지 소비 전망은 95.68 쿼드릴리언Btu에서 95.37 쿼드릴리언Btu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OPEC+의 정책도 시장의 중요한 변수다. OPEC+는 최근 성명에서 2026년 1분기(Q1) 동안 증산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2025년 11월 회의에서 OPEC+는 12월에 +137,000 bpd 증산을 단행했으나, 이어지는 2026년 1분기에는 새로 형성되는 글로벌 과잉 공급을 감안해 증산을 유예하기로 했다. OPEC은 2024년 초에 단행한 220만배럴/일의 감산분을 되돌리기 위해 단계적 증산을 진행 중이며, 현재까지 되돌리지 못한 물량은 약 120만배럴/일이다. OPEC의 12월 원유생산은 전월 대비 +40,000 bpd 증가해 2,903만배럴/일로 집계됐다.

우크라이나의 드론·미사일 공격도 러시아의 정제·수출 능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지난 5개월간 최소 28개의 러시아 정유시설이 표적이 되었으며, 11월 말 이후 발틱해에서 최소 6척의 유조선이 드론·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여기에 미국과 EU의 대러시아 신규 제재가 러시아의 수출을 추가로 제약하고 있다.

미국 내부 재고와 생산 관련 지표는 다음과 같다. EIA의 주간보고서(1월 23일 기준)는 (1) 미국 원유 재고가 계절적 5년 평균 대비 -2.9% 수준, (2) 휘발유 재고는 계절적 5년 평균 대비 +4.1%, (3) 증류유 재고는 계절적 5년 평균 대비 +1.0%라고 밝혔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생산은 주간 기준 -0.3% 감소해 1,369.6만배럴/일로 집계되었으며 이는 11월 7일 주의 기록치 1,386.2만배럴/일보다 다소 낮은 수준이다.

장비 및 생산 여건을 보여주는 지표로 베이커 휴즈(Baker Hughes)의 리그(시추 장비) 집계가 있다. 베이커 휴즈는 1월 30일로 끝난 주 기준 미국의 활동 중인 유정 시추 리그 수가 전주와 같은 411대였다고 보고했다. 이는 4.25년 최저치인 12월 19일 주의 406대와 거의 유사한 수준이며, 2022년 12월의 5.5년 최고치인 627대와 비교하면 크게 감소한 수치다.


용어 설명(주요 약어와 개념)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미국 내 대표 원유 기준으로 선물시장에서 국제 유가의 중요한 지표다. RBOB는 휘발유 선물 가격을 뜻하는 약어로 리파이너리 출시 기준 휘발유(Retail Gasoline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를 의미한다. 달러 인덱스(DXY)는 주요 통화 대비 미국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로, 달러 강세는 원자재(달러로 표시되는 상품) 가격에 하방 압력을 줄 수 있다.

OPEC+는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협력 산유국을 포함한 그룹으로, 증산·감산 등 공급 정책이 국제유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bpd는 하루 평균 배럴 수를 의미하는 단위(barrels per day)다. 스트레이트 오브 호르무즈(Strait of Hormuz)는 세계 원유 수송의 관문으로 약 20%의 세계 원유가 이 해협을 통해 이동하기 때문에 이 지역의 군사적 긴장은 글로벌 공급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시장 영향 및 향후 전망

현재의 하락은 단기적으로 달러 강세중동 긴장 완화 기대가 주요 촉발 요인이며, 베네수엘라의 수출 증가와 OPEC+의 1분기 증산 유예 결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 가능성과 러시아 제재, 우크라이나의 목표물 공격은 공급 측면에서 여전히 불확실성을 남긴다.

중기적 관점에서 보면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첫째, 지정학적 긴장이 더 완화되고 달러 강세가 진정되면 유가는 추가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둘째,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거나 러시아 관련 제재가 강화되면 러시아산 공급이 더 제약돼 유가 상승 요인이 된다. 셋째, 비OPEC 국가(예: 미국)의 생산 증감과 글로벌 수요 회복 속도에 따라 균형이 결정된다.

투자자와 기업은 단기적으로 달러 환율 변동, 중동·러시아 관련 뉴스, OPEC+ 회의 결과, 그리고 주간 EIA 재고 보고서 등을 주시해야 한다. 특히 정제·운송 차질 위험이 커질 경우 특정 지역(예: 호르무즈 해협 인근)과 정유시설, 그리고 유조선 보안에 대한 프리미엄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종합하면, 2026년 2월 초의 국제유가 변동은 달러 강세·중동 긴장 완화·베네수엘라 증산·OPEC+의 증산 유예 등 다중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단기적으로는 하방 압력이 우세하지만,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상시 재발할 수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변동성이 높은 국면이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