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규제 개편하지 않으면 경기 후퇴 위험…은행단체 “대대적 규제 재검토 필요”

유럽연합(EU)의 규제가 은행의 대출 능력을 약화시키고 있어 경제성장이 뒤처질 위험이 커졌다고 유럽은행연맹(European Banking Federation, EBF)이 경고했다. EBF는 규제 체계의 복잡성과 단편화가 심화되면서 은행의 자본 부담이 가중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유럽 경제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6년 1월 27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EBF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European Commission President)을 포함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관계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현 상황을 “만족스럽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고 규정했다. 해당 서한은 2026년 1월 19일에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EBF의 회장인 스와보미르 크루파(Slawomir Krupa)는 프랑스 은행 소시에테 제네랄(Societe Generale)의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하다. 크루파는 서한에서 “규제 및 감독 환경이 점점 더 복잡하고 분열적으로 변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은행들이 이미 높은 자본요건을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자본 요구 가능성에 계속 노출되어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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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F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수집한 데이터에 따르면, 15개 주요 은행은 감독 당국의 재량적 감독 조치로 인해 1000억 유로(약 1,190억 달러)를 초과하는 추가 자본을 적립해야 했다. 이 중 순이익으로 창출된 자본의 90%가 이러한 감독 조치 충족에 사용되었고, 그 결과 1.5조 유로의 잠재적 대출 여력이 상실되었다고 EBF는 분석했다. (환율: 1달러 = 0.8413유로)


성장 정체가 오래된 문제

유럽의 상대적으로 낮은 경제성장률은 오랜 기간 정책입안자와 기업들을 괴롭혀 왔다. 지역 내 은행권 통합 노력은 기대만큼 진전되지 못했고, 국가별·감독기관별 차이로 인한 규제 단편화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EBF는 EU가 규제 단순화를 통해 은행의 경쟁력과 대출 여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규제 단순화가 “중요한 우선순위(central priority)”라고 밝히며, 집행위원회가 이미 규제 복잡성 완화와 단일시장 통합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다만 단순화는 집행위원회만의 책임이 아니며, 유럽의회의 역할과 각국 정부, 감독당국의 협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집행위원회는 지역 은행 부문의 경쟁력에 관한 보고서를 준비 중이며, 이를 통해 어디에 목표지향적 조치가 가장 효과적일지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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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규제 완화 움직임과 비교

미국과 영국에서 최근 규제 완화 움직임이 부각되면서 유럽의 규제 환경은 상대적 약세로 비칠 위험이 있다. 로이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규제 완화를 통해 규제 부담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추진하고 있고, 영국 감독당국 또한 일부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크루파는 이러한 국제적 변화가 “규제 개혁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유럽이 규제 수준에서 경쟁 불이익을 입으면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유럽은행들은 개선된 대출마진과 대출에 우호적인 거시환경 덕분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가가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높은 수익성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수익성에도 불구하고 감독당국의 추가 자본 요구는 여전히 대출로 연결되기보다 자본 적립과 주주환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입장

ECB는 2025년 12월 은행 규제 단순화 제안을 내놨지만, 전체적인 재무 부담 완화를 전향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루이스 데 권도스(Luis de Guindos) ECB 부총재는 이달에 발표한 성명에서 해당 접근법이 은행의 복원력을 지지한다고 언급했으며, 자본 요구가 대출을 억제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다만 일부 감독당국자들은 비공식적으로 자본요건 완화 시 은행들이 대출보다는 주주환원(배당 및 자사주 매입)에 더 많은 자금을 쓸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EBF의 구체적 제안

EBF는 EU가 규제 환경을 단순화하기 위해 추가로 할 수 있는 조치로 다음을 제안했다: 자본의 중복 산정 제거, 시스템적 리스크 버퍼(systemic risk buffer)의 철폐, 그리고 은행의 트레이딩 부문에 대한 규제를 미국 규정과 정렬하는 방안이다. EBF는 이러한 조치가 은행의 대출 여력 회복과 유럽 단일시장의 통합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용어 설명: 주요 개념의 이해

자본 중복(capital duplication)은 동일한 위험 요인에 대해 여러 규제 요구사항이 중복 적용되어 은행이 필요 이상으로 추가 자본을 적립해야 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는 은행의 자본 효율성을 저해하고 실제 대출로 연결될 수 있는 자금이 묶이는 원인이 된다.

시스템적 리스크 버퍼(systemic risk buffer)는 금융시스템 전체에 미칠 수 있는 광범위한 위험을 대비하여 은행에게 추가적으로 요구되는 자본 비율을 말한다. 이 버퍼는 시스템 안정성에는 기여하지만, 그 수준과 적용 방식에 따라 대출 여력을 제한할 수 있다.

재량적 감독 조치(discretionary supervisory measures)는 감독당국이 은행별로 판단해 추가적인 요구를 부과하는 조치로, 표준화된 규정 외에 개별 은행의 특성이나 리스크에 따라 달라진다. EBF는 이러한 재량적 조치의 광범위한 사용이 예측 가능성과 자본 효율성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경제 영향 분석 및 향후 전망

전문가 분석을 종합하면, 규제의 복잡성과 추가 자본요건은 단기적으로 은행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대출 축소를 통해 실물 경제 성장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EBF가 제시한 수치, 즉 1.5조 유로의 잠재 대출 여력 상실은 기업의 투자 축소와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고용, 생산성, 장기적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연결될 위험이 있다.

정책적 선택지는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규제를 유지하거나 강화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방안이고, 다른 하나는 규제 단순화를 통해 금융중개 기능을 강화하고 실물경제로의 자금 흐름을 촉진하는 방안이다. 후자를 택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은행의 배당 확대 가능성 등 부작용 관리가 필요하며, 전자를 고수할 경우 성장 둔화의 구조적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유럽의 정책결정자들은 규제 완화가 가져올 국내외 경쟁력 개선 효과와 금융안정 측면의 위험을 정밀하게 비교·평가해야 한다. 특히 미국과 영국의 규제 완화는 단기적으로 글로벌 자본의 이동과 경쟁구도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EU 내에서의 조율과 국제적 공조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결론

EBF의 경고는 유럽이 규제체계를 재검토하지 않을 경우 경제성장의 추가 둔화와 국제적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집행위원회와 의회, 각국 정부 및 감독당국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다층적 논의와 타깃형 규제 개편이 요구된다. 향후 규제 변화의 방향은 은행의 대출 행태, 주주환원 정책, 그리고 궁극적으로 유럽의 실물경제 회복 속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