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따른 고성능 칩 생산 확대 흐름 속에서 레이저를 이용한 노광(조각) 장비을 통해 공급망 내 핵심적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다.
2026년 1월 27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인공지능 기업들이 AI 붐을 뒷받침할 엔비디아(Nvidia) 칩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는 가운데 ASML은 이를 찍어내는 데 필요한 레이저 기반의 대형 정밀 장비를 생산하는 공급망의 핵심 틈새를 점유하고 있다. 이러한 장비는 실리콘 웨이퍼 위에 미세 회로를 노광(프린트)하는 역할을 한다.
ASML은 대만의 TSMC와 미국의 인텔(Intel)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AI에 필요한 고성능 마이크로프로세서용 고급 노광장비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네덜란드 벨트호벤(Veldhoven)에 본사를 둔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해 4월 이후 두 배로 상승했고, 이달에만 25% 상승하는 등 최근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칩 공급 병목 현상으로 칩 가격이 상승하면서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ASML이 수요일(현지시각)에 실적을 발표할 때 2026년 매출에 대해 ‘평탄에서 완만한 성장’으로 제시한 기존 전망을 상향 조정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주가 급등에 맞춰 추정치를 상향 조정해 왔으며, 새로 제시된 추정치는 회사의 기존 가이던스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극자외선(EUV) 기술에 대한 사실상 독점은 반도체 설계 대기업인 엔비디아의 성장과 맞물려 ASML을 수혜주로 만들었다. 글로벌 AI 경쟁은 수조 달러 규모의 가치를 창출했고, 그 과정에서 ASML은 핵심 장비 공급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했다.
“ASML은 ‘이 시장의 유일한 게임 플레이어’다”라고 반도체 컨설팅 업체 욜 그룹(Yole Group)의 존 웨스트(John West)가 말했다. 그는 EUV(극자외선)을 언급하며, EUV가 사용하는 빛의 파장이 13.5nm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비교를 위해 인간의 머리카락은 대략 80,000–100,000nm 수준이다.
ASML은 또한 생산 가능한 장비 수를 늘리는 계획을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고도화된 장비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 회사는 유럽에서 시가총액이 최근 5,000억 달러(약 5,000억 달러)를 넘는 상장기업 중 가장 가치 있는 기업으로 부상했다.
애널리스트들은 ASML이 노광장비 시장의 약 90%를 점유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ASML은 EUV 장비의 유일한 제조업체로, 이 기술은 납땜 등에 쓰이는 주석(tin) 액적을 레이저로 순간적으로 기화시켜 빛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해당 과정에서 레이저는 초당 50,000회 이상 주석 액적을 기화시킨다.
2025년 AI 연계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메모리 칩 부족 현상이 발생했고, 이는 스마트폰, 컴퓨터, 게임 콘솔 등의 가격을 밀어 올리기 시작했다. 제조사들은 이에 대응해 생산능력(캐파)을 늘리기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ASML의 최대 고객인 TSMC는 2026년 자본적지출(CAPEX)을 37% 늘려 560억 달러로 계획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의 추정과 LSEG(로이터 집계) 데이터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4% 증가해 400억 달러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25% 증가해 220억 달러, 미국의 마이크론(Micron)은 45% 증가해 200억 달러를 계획 중이다.
애널리스트들은 반도체업체 자본지출의 약 4분의 1이 노광장비에 지출되는 것으로 추정하며, 이 비용의 대부분은 ASML로 향하고 있다. 특히 AI 칩 수요에 의해 이 비중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AI 칩 수요는 애플, 구글, 퀄컴과 같은 기업들의 수요에 의해 추가로 촉발되고 있다.
“우리는 2026년에 중국 사업의 업사이드(상방 가능성)도 전망한다”라고 미즈호(Mizuho)의 애널리스트 케빈 왕(Kevin Wang)이 말했다.
경쟁 및 기술 우위
ASML은 저가형 또는 낮은 수준의 DUV(심자외선·Deep Ultraviolet) 시장에서는 일본의 니콘(Nikon)과 캐논(Canon), 중국의 SMEE 등과 경쟁하고 있다. 다만 업계 전문가는 고도화된 반도체 분야에서의 ASML의 우위는 중국과 미국의 추격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분석가이자 기술 인사이트 기관인 TechInsights의 선임 펠로우인 댄 허치슨(Dan Hutcheson)은 ASML을 1980년대 필립스에서 분사할 때부터 주시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반도체 업계가 ASML의 차세대 장비를 도입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향을) 바꾸는 것은 마치 레이스 중에 포뮬러 원 엔진을 바꾸는 것과 같다”며 그는 덧붙였다. 또한 “공급망 전체가 앞으로 5~7년 후에 무엇이 나올지에 대해 막대한 배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백억 달러가 걸려 있는 상황에서 업체들이 공급업체를 바꿀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당신은 정말로 모든 것을 걸고 잘못된 노광 장비를 선택할 위험을 감수하겠는가?”
용어 설명: EUV·DUV·리소그래피(노광)
EUV(극자외선, Extreme Ultraviolet)는 약 13.5나노미터 수준의 매우 짧은 파장의 빛을 이용해 웨이퍼 위에 초미세 회로를 그리는 기술을 가리킨다. 반면 DUV(심자외선, Deep Ultraviolet)는 상대적으로 긴 파장의 빛을 사용해 비교적 덜 미세한 패턴을 새길 때 쓰인다. 일반적으로 ‘리소그래피(노광)’는 이러한 빛을 이용해 포토레지스트(photoresist) 위에 회로 패턴을 투사해 실리콘 웨이퍼에 회로를 형성하는 공정을 말한다.
이해를 돕기 위한 비유로, 리소그래피는 인쇄기와 비슷하다. 종이에 글자를 찍는 인쇄기보다 훨씬 더 미세하고 정밀한 작업을 웨이퍼 위에서 수행한다고 보면 된다. EUV 기술은 특히 인공지능용 고집적 칩처럼 미세 회로가 필수인 최첨단 칩 제조에 필수적이다.
시장·경제적 파급 효과와 향후 전망
ASML의 독점적 기술 보유와 고객사들의 대규모 자본지출 계획은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장비주와 관련 공급망 기업의 실적 개선 및 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노광장비에 대한 수요 증가는 ASML 매출과 이익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ASML 주가의 추가적인 재평가 요인이 될 수 있다.
반면 전 세계적인 캐파 확충은 중장기적으로 메모리 및 로직 칩의 공급을 늘려 칩 가격을 완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즉, 초기에는 장비 수요 증가로 장비 제조사의 실적과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주지만, 최종 칩 가격은 수급 상황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하향 압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지정학적 요인도 리스크로 남는다. 기술 이전과 수출 규제, 국가 간 무역·투자 정책 변화는 ASML과 고객사들의 영업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애널리스트들이 언급한 바대로 중국 사업의 업사이드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규제 환경과 수출통제는 그 실현 가능성에 불확실성을 더한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ASML의 공급 능력 확대 계획과 고객사들의 CAPEX 실행 여부를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특히 TSMC,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수요처의 장비 도입 시점과 규모, 그리고 글로벌 메모리·AI 칩 수요의 지속성이 핵심 변수다.
결론: ASML은 EUV 기술을 중심으로 한 독보적 지위를 바탕으로 AI 수요 확산의 수혜를 받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장비 수요와 주가가 동반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캐파 확충에 따른 칩 공급 증가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시장과 가격에 변동성을 불러올 수 있다.






